사우나-쑥뜸 ‘회복 루틴’에 지갑 여는 MZ

남혜정 기자 2026. 8. 1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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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것으로 여겨졌던 사우나·쑥뜸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러닝, 헬스, 등산 등 몸을 단련하는 데 집중했던 MZ세대의 웰니스 소비가 사우나와 쑥뜸, 스파, 명상처럼 쌓인 피로와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리커버리(회복) 소비'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중장년층의 건강관리법으로 인식됐던 사우나와 찜질 문화가 세대를 넘어 젊은층의 '회복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것.

퇴근 후 한두 시간 이용할 수 있는 1인 사우나나 쑥뜸, 주말 동안 즐기는 프라이빗 스파처럼 일상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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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잘 쉬기 위한 ‘리커버리 소비’
자기계발 ‘갓생’ 피로 씻으려 스파-명상 즐겨
‘1인 사우나’ 검색량 71%가 2030세대, SNS서도 ‘힙한 취미’… 지도까지 제작
호텔에선 세신-스킨케어 콘텐츠 강화… 이불커버-안대 등 ‘홈 웰니스’ 소비도↑
게티이미지뱅크
⟪‘리커버리 소비’에 꽂힌 MZ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것으로 여겨졌던 사우나·쑥뜸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리커버리(회복) 소비’가 확산하면서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이채현 씨(32)는 최근 주말이면 새벽 러닝을 마친 뒤 ‘1인 사우나’를 찾는다. 1인 사우나는 예약한 시간 동안 다른 이용객과 마주치지 않고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사우나를 즐기는 형태다.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몸을 데운 뒤, 냉탕에 몸을 담가 피로 해소를 돕는 ‘콜드 플런지’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이 씨는 “휴대전화도 밀쳐두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이렇게 하고 나면 평일에 쌓인 피로가 싹 풀리며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강도 운동이나 자기계발에 시간과 돈을 쏟으며 자신을 단련하던 ‘갓생 소비’가 최근 ‘잘 쉬기 위한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 러닝, 헬스, 등산 등 몸을 단련하는 데 집중했던 MZ세대의 웰니스 소비가 사우나와 쑥뜸, 스파, 명상처럼 쌓인 피로와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리커버리(회복) 소비’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 부모 세대 즐긴 사우나·쑥뜸, 2030도 ‘회복 루틴’으로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우나와 쑥뜸은 요즘 젊은 세대의 새로운 웰니스 문화로 재해석되고 있다. 다른 이용객과 마주치지 않고 예약한 시간 동안 혼자 머무는 1인 사우나부터 독립된 공간에서 세신 서비스를 받는 1인 세신숍, 러닝 후 회복이나 부기·피로 관리 등을 내세운 쑥뜸과 효소찜질까지 관련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14일 키워드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1인 사우나’ 검색량은 지난해 8월 2050건에서 올해 7월 1만2000건으로 약 485% 증가했다. 검색자의 연령별 비중을 보면 20대가 43.6%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7.5%로 뒤를 이었다. 20·30대 비중이 71.1%에 달해 40대(11.6%)와 50대 이상(5.2%)을 크게 앞섰다.

‘쑥뜸’ 검색량 역시 같은 기간 1만100건에서 2만1500건으로 2배로 늘었다. 쑥뜸 검색자 가운데 20대와 30대 비중도 각각 9.9%, 25.2%로 2030세대가 35.1%를 차지했다. 중장년층의 건강관리법으로 인식됐던 사우나와 찜질 문화가 세대를 넘어 젊은층의 ‘회복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것.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1인 사우나 ‘솔로사우나 레포’.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서울 동작구에서 1인 사우나 ‘솔로사우나 레포’를 운영하는 김민정 씨는 “전체 이용객의 80%가 20, 30대로 확실히 이용객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재방문 고객도 지난해보다 두 배 정도 늘었고, 예전에는 비수기로 여겨지던 여름에도 꾸준히 손님이 찾아온다”고 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요즘 사우나는 ‘힙한 취미’로 떠올랐다. 사우나를 직접 체험하고 소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고독한사우너’는 지난해 9월 계정을 개설한 뒤 현재 팔로어 수가 12만 명을 넘어섰다. ‘내돈내땀’이라는 표현까지 내세워 맛집이나 카페를 평가하듯 사우나를 경험하고 기록하는데, 사우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자신만의 ‘사우나 루틴’을 구축하는 등 사우나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사우나 전용 가방과 모자, 타월, 스킨케어 제품 등을 챙기고 사우나와 냉탕을 오가는 순서나 시간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전국 사우나 정보를 공유하는 ‘사우나 지도’가 만들어졌다.

최근 리커버리 트렌드에 맞춰 ‘브레인 사우나’라는 이색 공간도 등장했다. 뷰티 업체 에가(EGA)는 이달 1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에가(EGA) 브레인 사우나’를 오픈했다. 세계 최초의 ‘뇌 회복 공간’을 표방하는 곳이다. 빛과 소리(주파수), 향, 온도 등 다양한 감각 자극을 결합해서 몸이 사우나를 하듯 뇌가 휴식하거나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계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조은슬 에가 브레인 사우나 디렉터는 “현대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나 집중력 저하 등 정신적 피로 해소를 위한 공간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며 “정식 오픈을 하자마자 사흘 만에 8월 예약이 모두 끝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 관광 대신 ‘회복’… 호텔은 ‘잠자는 곳’에서 ‘쉬는 곳’으로

이런 수요에 맞춰 호텔업계도 ‘회복’을 전면에 내건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객실에 사우나나 스파 이용권을 결합해 판매하는 데서 벗어나 명상과 요가, 수면, 아쿠아 세러피 등을 숙박 일정에 결합하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한국식 목욕 문화를 선보이는 구성이 강화됐다.

포시즌스호텔 서울은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한국적인 웰니스 경험을 앞세운 ‘홀리스틱 헤리티지 리트리트’를 선보인다. 스위트룸 숙박에 한국식 사우나와 아모레퍼시픽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의 스킨케어 등을 결합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웰니스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웨스틴조선 서울은 한국식 세신과 보디케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 ‘온기’를 운영하고 있다. 객실 투숙에 한국 전통 스크럽과 미강 트리트먼트 등을 묶어 한국식 목욕 문화를 웰니스 경험으로 상품화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반얀트리 웰빙 생추어리’ 프로그램. 반얀트리 서울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도심에서 장거리 이동 없이 휴식과 스파를 즐길 수 있는 ‘반얀트리 웰빙 생추어리’ 패키지를 선보였다. 릴랙세이션 풀이 마련된 객실에서 머무르면서 반얀트리 스파의 맞춤형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구성이다.

그랜드워커힐 서울은 올여름 야외수영장 리버파크에서 물 위에 뜬 상태로 명상하는 ‘나이트 플로팅 메디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목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약 50분간 진행하며, 주말에는 숲과 가까운 피톤치드 존에서 요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여의도 메리어트는 ‘K세신’을 호텔 콘텐츠로 만들었다. 한국식 세신 서비스에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를 결합한 프로그램 ‘K세신: 윤기 저니(YOON-GI Journey)’를 연말까지 운영한다. 중장년층 목욕 문화로 여겨졌던 세신을 외국인과 젊은 고객이 경험하는 K웰니스 상품으로 재포장했다.

도심이 아닌 휴양지에서는 여행의 목적 자체를 휴식과 회복에 두는 상품이 늘고 있다. 강원 정선군에 위치한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2박 숙박에 식사와 요가·명상·필라테스, 스파 트리트먼트를 하나로 묶은 ‘시그니처 웰니스 패키지’를 운영 중이다.

● 집에서도 이어지는 ‘회복’ 일상

집에서 입욕과 향, 수면용품을 활용해 스스로 휴식을 설계하는 ‘홈 웰니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입욕제, 오일, 아로마 등 비교적 적은 비용과 간단한 방법으로 집에서 스파와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제품들이 일상적인 셀프케어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 신세계V의 올해 1∼7월 보디케어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입욕제 매출은 156.8%, 오일은 80.9% 늘어 전체 보디케어 성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브랜드별로는 프랑스 보디케어 브랜드 딸라스파 매출이 218%, 배스앤바디웍스가 87%, 스페인 아로마세러피 브랜드 알키미아가 57% 증가했다. 산타마리아노벨라의 보디케어 라인 매출도 52% 늘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사우나’ 키워드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목욕가방’ 검색량도 56% 넘게 늘었다. 사우나와 찜질방을 찾는 젊은층이 늘면서 관련 용품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집 안에서 휴식을 돕는 상품 판매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29CM에서 아로마·오일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5% 이상 급증했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6월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29CM의 이불 커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 이상 증가했고 수면 안대 거래액도 30% 넘게 늘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무신사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 하반기 자체 개발한 ‘리커버리웨어’를 국내에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운동할 때 기록이나 퍼포먼스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스포츠웨어와 달리 운동 뒤나 일상에서 착용하며 편안한 휴식과 회복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의류다.

● 9조 달러 넘어서는 웰니스 시장

리커버리 소비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피로가 일상화된 사회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업무와 자기계발, 운동뿐 아니라 하루 종일 이어지는 스마트폰과 SNS 사용까지 개인이 끊임없이 자극에 노출되면서 ‘더 열심히 하는 것’ 못지않게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가’가 자기관리의 일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갓생’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운동과 자기계발, 부업, 재테크 등 끊임없이 자신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이제는 더 나아지는 것보다 내 안의 지친 몸과 마음을 제때 회복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국의 근무 문화를 고려할 때 장기간 휴가를 내기 어려운 현실도 ‘짧고 확실한 회복’에 대한 수요를 키운다는 분석도 있다. 퇴근 후 한두 시간 이용할 수 있는 1인 사우나나 쑥뜸, 주말 동안 즐기는 프라이빗 스파처럼 일상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에 따르면 전 세계 웰니스 시장은 2024년 6조8000억 달러(약 9629조 원)에서 2029년 9조8000억 달러(약 1경3877조 원)로 연평균 7.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자기계발을 하는 것만큼 잘 쉬고 제때 회복하는 것도 자기관리의 중요한 일부로 여겨지고 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 컨디션을 회복하려는 ‘리커버리 소비’가 확산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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