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몰고 강의하며 내 노후 스스로 책임져 뿌듯”[은퇴 레시피]

이설 기자 2026. 8. 1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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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택시 운전대를 잡고 한 달에 두세 번은 강단에 선다. 2022년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송재철 씨(64)의 현재 직업은 강사 겸 택시 기사다.

그는 "수강생 대부분이 40대 이상인데, 이 나이 대엔 단순한 정보보다 경험에서 얻는 깨달음이 크다"며 "내 굴곡진 인생 경험을 강의에 녹여 내고, 2008년부터 꾸준히 공부해 온 대체의학과 기공 같은 건강 특화 지식을 전하니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현재 하루 17∼18콜을 소화하며 매출 30만∼35만 원을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주 6일 운행을 원칙으로, 강의가 있는 날은 한나절만 일합니다. 일반 택시보다 콜 간격에 여유가 있어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훨씬 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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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걱정 직장인 필독 레시피] 33년 ‘공기업맨’에서 강사 겸 택시기사로
국민연금-건강보험공단서 근무… 은퇴 3∼4년 전부터 ‘제2막’ 준비
전문성 살려 생애설계 강사 도전… 강의할 곳 찾기 어려워 택시 투잡
법인회사 거쳐 개인택시로 정착… 국민연금 포함 월 수익 750만 원

평소에는 택시 운전대를 잡고 한 달에 두세 번은 강단에 선다. 2022년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송재철 씨(64)의 현재 직업은 강사 겸 택시 기사다. 4050 세대를 대상으로 생애 설계 강의를 하는 동시에 대형 승합 택시인 카카오 T 벤티를 몬다.

송 씨는 평생을 공공기관에 몸담았다. 33년간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했다. 연금과 복지 전문가로 근무하던 그의 인생 2막은 반반 격이다. 절반은 평생 일군 전문성을 살렸고, 절반은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그는 “고령자 취업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좌충우돌하다가 최적의 균형점을 찾았다. 지식과 서비스로 다른 이들을 돕는 투 트랙 직업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 전문성 살려 ‘생애 설계 강사’ 도전

송재철 씨가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지하 주차장에서 자신의 대형 승합 택시 운전대를 잡은 채 미소 짓고 있다. 국민연금공단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33년간 일한 송 씨는 2022년 정년퇴직한 뒤 생애 설계 강사 겸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10년 말까지 국민연금공단에 재직한 그는 201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자리를 옮겨 근무하다 2022년 6월 퇴직했다. 인생 두 번째 직업에 대한 고민은 은퇴 3∼4년 전 시작했다. 첫째, 생계 유지가 가능한 수입이 있을 것. 둘째,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일 것. 셋째, 남을 돕는 일일 것 등 세 가지가 기준이었다.

그는 노후에 대해 지식으로는 누구보다 잘 안다. 질병을 비롯한 각종 변수에 대비하려면 60대 이후에도 어느 정도 현금 흐름이 필요하다. 하지만 퇴직 무렵 정작 그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거의 없었다. 첫 번째 원칙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비롯됐다.

“30대 중반 이후 제 월급은 고스란히 부모님 간병비와 생활비로 들어갔어요. 아내가 피아노 학원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가계를 꾸렸죠. 2009년 자녀를 유학 보내며 상당 부분 중간 정산한 탓에, 퇴직금 예상 수령액이 40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63세부터 수령할 국민연금 부부 합산액이 월 250만 원가량 되지만 병원비 등을 고려하면 부족할 것 같았죠.”

두 번째와 세 번째 기준은 평소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그는 업무할 때 자율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는다. 또 노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남을 돕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 기준들을 토대로 찾은 답이 생애 설계 강사였다.

은퇴를 앞두고 연금 및 복지 업무를 담당하며 얻은 관련 지식을 중장년층과 나누고 싶었던 바람을 구체화했다. 직업상담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고 전직(轉職) 지원 전문 기관 ‘인지어스’에서 전문 강사 양성 교육을 받았다. 2021년 국민연금 ‘노후 준비 민간 전문 강사’로 선발되면서 본격적인 강사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일감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 강의처를 발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지인 소개로 강의를 하며 1년간 고군분투했지만 월수입이 20만 원 남짓에 불과했다”고 했다.

소득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2022년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강사로 뽑혀 이듬해 정식 강사가 되면서 월 2∼3회 출강하는 고정 일자리를 얻었다. 강의 평가가 좋아 4년째 재무, 일, 건강, 가족 등 생애 설계 6대 영역 전반을 다루는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수강생 대부분이 40대 이상인데, 이 나이 대엔 단순한 정보보다 경험에서 얻는 깨달음이 크다”며 “내 굴곡진 인생 경험을 강의에 녹여 내고, 2008년부터 꾸준히 공부해 온 대체의학과 기공 같은 건강 특화 지식을 전하니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 땀 흘린 만큼 버는 택시 운전사

노사발전재단에서 얻는 수입은 월 80만∼120만 원 선이다. 강의만으로는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 되지 않았다. 강사 세계에서도 학위와 나이 제한이라는 걸림돌이 크다는 점을 실감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제안으로 헤드헌팅 업체에서 10개월간 프리랜서로 일하며 제3의 길을 모색했다. 이때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설명회를 접하곤 ‘이거다’ 싶었다.

“헤드헌팅 업체에서 잠시 일하면서 50대만 돼도 임원급 아니면 일반 기업 사무직 재취업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알았어요. 반면 택시는 땀 흘린 만큼 벌 수 있고 나이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 같았습니다.”

택시 운전 자격증은 2009년에 취득해 둔 터였다. 2024년 면접을 거쳐 타다 2인 1차 교대제 기사 일을 시작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 뒤 파트너와 교대했다. 당시 한 달 기준금(500만 원대 중반)을 채우기 위해 26일 만근(滿勤) 기준 하루 22만 원 이상을 벌어야 했다. 수입은 기본급에 기준금 초과 수익을 회사와 배분하는 구조였다. 하루 평균 11∼13개 콜(호출)을 소화하며 매월 290만 원∼300만 원가량 수익을 올렸다.

1년 뒤 그는 카카오 T 벤티로 소속 플랫폼을 옮겼다. 타다에서는 기사 한 명이 차량을 전담하는 1인 1차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매달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 6일간 몰며 9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송 씨는 “기본급(230만 원)에 기준금(700만 원대 초중반)을 제외한 초과 수익의 90%를 더하면 월 수입이 400만 원 정도 된다”고 했다.

올해 5월부터는 개인택시를 시작했다. 한 달 26일 의무 출근 규정 때문에 강사 일정을 소화하기 벅찼기 때문이다. 택시운전 자격, 일반 자가용 5년 무사고 운전 경력, 교통안전공단 교육 이수 등을 갖추면 누구나 개인택시를 할 수 있다. 개인택시 면허 구입과 신형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내부 세팅 등에 1억8000만 원이 들었다. 대출 7000만 원을 안고 시작한 모험이었다.

“현재 하루 17∼18콜을 소화하며 매출 30만∼35만 원을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주 6일 운행을 원칙으로, 강의가 있는 날은 한나절만 일합니다. 일반 택시보다 콜 간격에 여유가 있어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훨씬 덜합니다.”

은퇴 후 택시 업계로 유입되는 이들은 대기업 임원, 사무직, 공무원 출신 등 천차만별이다. 송 씨는 “‘돈만 보고’ 혹은 ‘쉬엄쉬엄 하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면 2∼3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필요한 자질 3가지를 꼽았다.

첫째, 건강 관리다. 장시간 앉아서 브레이크와 엑셀을 밟아야 하므로 허리와 고관절에 무리가 많이 간다. 퇴근 후 스트레칭 등으로 누적된 피로를 반드시 풀어줘야 오래 일할 수 있다. 둘째, 서비스 마인드다. 승객은 각양각색이다. 차에서 시끄럽게 떠들거나 마음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인내심과 정신이 필요하다. 셋째, 목표 의식과 자기 관리다. 매일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려는 자세가 뒷받침돼야 롱런할 수 있다.

“12시간 동안 운전석에 갇혀 일하다 보면 육체적 고통이 뒤따릅니다. 저는 틈틈이 몸에 대해 공부하고 굳은 근육을 풀어 온 덕분에 그나마 잘 견디는 편이지요. 내부가 널찍한 대형 택시를 택한 것도 답답함을 줄이려는 생존 노하우입니다.”

● “스스로 노후 책임질 수 있어 행복”

그의 월수입은 택시 수입 400만 원, 강의 수입 80만∼120만 원, 국민연금 250만 원까지 약 750만 원. 하지만 이 현금 흐름을 만들기까지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연금 받기 전까지 소득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 그에게는 2022년 6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약 2년간이 소득 크레바스였다.

“1인 1차제로 근무 형태를 바꾸고 63세부터 국민연금을 받게 되자 비로소 통장에 돈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연금은 조기 수령하면 연 6%씩 연금액이 깎이기 때문에 꾹 참고 버텼죠. 70세까지 꾸준히 일하면서 대출금을 모두 갚고, 그 후엔 주택연금 등을 보태 마음 편한 노후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의 삶의 철학이자 목표는 ‘대벗음’이다. 대를 잇는다는 ‘대물림’의 반대말 격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가풍과 악습은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는 “악습은 누군가 자각하고 고쳐야 대물림되지 않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집안의 문화는 은연중 자녀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는 가난과 가정폭력을 겪으며 자랐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 산소 앞에서 10년간 ‘그때 왜 그러셨어요’ ‘우리는 왜 평범하게 살지 못했나요’라고 반문했죠. 내가 죽도록 노력해서 대벗음을 실천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자녀를 최대한 지원하되 부모 부양에 대한 짐은 덜어 주고 싶어요. 노후를 내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 고민하고 방황한 끝에 오늘의 감사한 순간을 맞았죠.”

그는 “생애 설계 공부를 하면서 한 사람만이 아닌 한 집안에 대한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는 걸 느낀다”며 “이번 생에 주어진 힘든 역할에 불평불만은 없다. 손자가 살아갈 시대에는 좋은 것만 대물림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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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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