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프로는 전쟁터… 패하면 부끄러워해야”

이소연 기자 2026. 8. 1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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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가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서건창은 "경기에서 지면 분하고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1군에서 뛰는 프로 선수라면 전쟁처럼 싸워서 이겨야 한다. 내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건 야구를 대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서건창이 서 교수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는 연구 자세다. 서건창은 2014년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안타를 200개 이상(201개) 때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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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돌아와 후반기 타율 0.371… 팬들과 약속한 ‘탈꼴찌’ 위해 분투
“밑바닥서 치고 올라가는게 키움
그런 DNA 다시 심는게 내 역할
아직도 내 꿈은 한국시리즈 우승”
키움 ‘베테랑 타자’ 서건창은 30대 후반인 지금도 몸을 아끼지 않고 치고 달린다. 그의 유니폼이 깨끗한 날은 거의 찾기 힘들다. 서건창은 “프로 선수라면 전쟁처럼 싸워 이겨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강조한다. 키움 제공
‘서 교수’가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투혼학 개론’까지 추가 개설했다.

LG, KIA를 거쳐 5년 만에 키움으로 돌아온 서건창(37)은 13일까지 후반기 타율 0.371(78타수 29안타)을 기록 중이다. 시즌 타율도 0.315까지 올랐다. 규정타석만 채우면 리그 9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성적이다. 지난해 KIA에서 10경기 타율 0.136에 그친 뒤 방출당한 서건창은 올해 시범경기 때 손가락을 다쳐 5월 9일이 되어서야 1군 첫 경기를 치렀다.

키움 안방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최근 만난 서건창은 “막연히 언젠가는 다시 이 팀에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은 했는데 진짜 올 줄은 몰랐다”며 웃은 뒤 “다 팬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건창이 ‘시장’에 풀릴 때마다 ‘돌아올 서건창은 돌아온다’고 주문을 외웠던 키움 팬들이 있었기에 돌아올 수 있었단 이야기다.

오랜 시간 자신을 기다려준 키움 팬들에게 서건창은 제일 먼저 ‘탈꼴찌’를 약속했다. 키움은 13일 현재 9위 SSG에 3.5경기 뒤진 최하위(10위)다. 서건창은 “이제 개인 기록 욕심은 없다. ‘가을야구’ 진출을 놓고 싸우듯 꼴찌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내 자존심을 걸고 꼴찌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팬들에게 꼭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서건창의 ‘히어로즈 1기 시절’(2012∼2021년) 이 팀은 10년 동안 8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단단한 팀이었다. 하지만 이제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인 4년 연속 최하위를 걱정해야 하는 ‘만년 꼴찌’ 신세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선수단 내에 패배 의식도 싹텄다.

서건창은 “경기에서 지면 분하고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워해야 한다. 1군에서 뛰는 프로 선수라면 전쟁처럼 싸워서 이겨야 한다. 내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건 야구를 대하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말뿐만이 아니다. 서건창만큼 유니폼을 많이 더럽힌 선수는 없다. 키움 팬에게 땀과 흙에 찌든 서건창의 유니폼보다 더 투혼을 뜻하는 표상은 없다. 그러니 이 팀 유니폼을 입고 서건창보다 안타(13일 현재 1324개)를 많이 친 선수도, 도루(214개)가 더 많은 선수도, 득점(772점)이 더 많은 선수도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키움 팬에게는 누구나 ‘우리 팀 2루수는 서건창’이라며 자랑스러워한 기억이 있다.

서건창이 서 교수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는 연구 자세다. 서건창은 2014년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에 안타를 200개 이상(201개) 때려냈다. 그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역시 그의 차지였다. 서건창은 그런데도 이듬해부터 해마다 타격 자세를 바꿨다.

서건창은 “야구엔 끝이 없다. 나는 아직도 내게 가장 잘 맞는 자세를 찾고 있다. 최고의 내 모습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은퇴할 때까지 이 여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 시절 서건창과 한솥밥을 먹은 강병식 수석코치(49)도 “10년 전보다 오히려 요새 질문이 더 많아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서 교수의 연구실’에 불이 꺼지지 않는 건 이뤄야 할 꿈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2014년 창단 후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지만 삼성에 2승 4패로 패했다.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6차전이 끝난 후 경기장을 떠나는 선수들에게 구단 직원이 ‘뭐 놓고 가는 것 없냐’고 물었다. 서건창은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라고 답했다. 키움은 2019년과 2022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에 실패했다. 프로야구 10개 팀 중 키움만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가 없다.

키움은 서건창에게 이 트로피를 찾아올 수 있는 시간을 2년 더 벌어줬다. 5월 서건창과 2년 총액 6억 원에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을 맺은 것. 2028년까지 키움에서 뛰게 된 서건창은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후배들과 함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고 싶다. 밑바닥에서부터 치고 올라가는 히어로즈의 DNA를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이 DNA를 다시 팀에 심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아직 종강 계획이 없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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