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 해외건조 빗장 푼 트럼프… 韓美 조선협력 ‘마스가’ 탄력 기대

변종국 기자 2026. 8. 1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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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해양력 재건에 동맹국의 힘을 빌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수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HD현대는 함정 건조 기술과 품질, 납기 능력 등을 고루 갖췄지만 아직 미국 내 자체 조선소가 없다. 일본과 이탈리아 조선업체들도 함정 건조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와 납기 능력 등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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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함 해외건조 조건부 허용]
‘미국내 건조’ 원칙 깨고 각서 서명… 초기엔 동맹국서, 이후 美서 제작
美조선소 보유 조건… 한화에 기회
HD현대, 美투자 계획 구체화 방침… ‘관련예산 확보’ 美의회 승인 변수
지난해 8월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열린 미 해양청의 국가안보다목적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 모습.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과 미국 조선 산업 기반 재건’이란 제목의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National Security Presidential Memorandum·NSPM)’에 서명한 것은 미 해군 함정의 해외 건조를 제도화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고 있는 이른바 ‘번스-톨레프슨법’을 우회해, 국가 안보에 한해 미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해양력 재건에 동맹국의 힘을 빌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수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미 의회의 예산 승인 등 변수도 남아 있다.

● 美 행정부 “3개 유형, 최대 2척 해외 건조”

13일(현지 시간) 공개된 각서에 따르면 해외 건조가 가능한 함정을 3개 유형으로 한정했다. 전투함 가운데서는 대잠전과 수상전, 호위 임무 등을 수행하는 수상전투함이 대상이다. 비전투함으로는 해상 유류·화물 보급선과 화물수송선이 포함됐다. 함급별로 최대 2척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 팩트시트(설명 자료)에는 ‘최대 2척’으로 나와 있는데, 각서 전문에는 3개 함정 유형에 각각 최대 2척으로 구체화해 사실상 6척까지 해외 건조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각서에는 미 함정의 해외 건조는 ‘핀란드 모델’을 따르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미국이 캐나다·핀란드와 함께 추진 중인 미 해안경비대의 북극안보쇄빙선 사업에 적용한 방식이다. 초기 물량은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해당 조선사의 자본과 기술을 미국으로 이전해 후속 물량은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진행하는 구조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각서가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염두에 뒀다고 본다. 마스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각서는 ‘각종 무역합의에서 확약된 재원’을 미 조선산업 재건에 투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해외 건조를 맡을 수 있는 외국 조선업체에 까다로운 조건을 달았다. ‘미국에 새로운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미국 내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을 확보’한 업체를 대상으로 명시했다. 이 밖에도 △미국인 인력 고용 및 교육 △본국의 조선 기술 이전 △미국 내 조선 공급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으로 한화를 꼽는다. 한화는 2024년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국 내 자체 생산기지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인 오스탈USA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거제조선소에서 초기 미 함정을 건조한 뒤 필리조선소 등 미국 현지에서 후속함 생산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HD현대는 함정 건조 기술과 품질, 납기 능력 등을 고루 갖췄지만 아직 미국 내 자체 조선소가 없다. 미 국방부의 구체적인 실행계획 발표와 예산 확보 등 실제 함정 발주까지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그사이 미국 조선소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과 이탈리아 조선업체들도 함정 건조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와 납기 능력 등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의회 반대는 여전한 변수

국가안보 대통령각서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과 예산의 범위 안에서 국가안보와 관련해 행정부 각 부처에 정책 지침을 내리는 수단이다. 따라서 실효성을 가지려면 의회가 승인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번 각서도 “관련 법령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시행돼야 하며, 관련 예산이 확보됨을 전제로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미 하원은 전투함의 해외 조선소 건조에 해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가결했다. 반면 9월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원 법안은 비전투함에 한해 최대 2척까지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에 따라 상원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뒤 연말까지 이어질 상·하원 협상 과정에서 해외 건조 허용 조항이 최종 법안에 얼마나 반영되느냐가 이번 각서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은 12월 중순 의회를 최종 통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함정 건조 ‘핀란드 모델’은
초기 물량은 기술력이 검증된 동맹국 조선소에서 만들고, 후속 물량은 미국 현지에서 건조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뉴욕=곽도영 특파원 now@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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