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이하 非아파트만 대출에… 2030 “폐버스 다음은 빌라냐” 분노

김윤주 기자 2026. 8. 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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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 부동산 대책]
역풍 맞는 청년보금자리론
2026년 8월 14일 서울 관악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원룸 및 빌라 매물표가 부착되어 있다. / 최기웅 기자

“시장에서 인기 없는 빌라를 청년들한테 떠넘기는 건가요?” “언제는 폐버스에 살라더니 다음은 빌라네.”

정부가 지난 13일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며 내놓은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고 있는 반응이다. 무주택 청년이 4억원 이하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를 살 때 집값의 최대 80%까지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책인데, 정작 수혜 대상인 청년층이 반발하는 것이다. 아파트에 비해 기피 자산인 빌라·오피스텔 물량을 자산이 가장 얇은 청년층에게 소화시키려 한다는 ‘설거지론’까지 나올 정도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내년 1월 출시된다. 만 39세 이하,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인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가 4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를 살 경우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최대 80%까지 인정하고 연 3%대 우대 금리를 적용한다. 대출을 받아도 향후 다른 주택을 살 때 생애 최초 혜택이 유지된다. 정부는 비아파트 평균 월세가 8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해 2억원을 30년 만기·연 3.0%로 빌리면 월 상환액이 85만원 수준이 되도록 맞췄다. “월세와 비슷한 돈을 내면서 이사 걱정 없이 ‘내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월세 대신 원리금” vs “사다리 아닌 족쇄”

하지만 청년층은 “모든 세대가 외면하는 자산을, 실패를 만회할 여력이 가장 없는 세대에게 빚까지 내서 사라는 것이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3월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생애 최초 주택으로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79.7%였다. 전 세대를 통틀어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삼겠다는 사람이 다섯에 하나도 안 된다는 뜻이다.

주거 사다리가 못 되는 비아파트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팔고 싶을 때 안 팔리고, 가격도 잘 안 올라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탈 밑천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칫 자산이 묶이는 종착지가 될 수도 있다. 서울 용산의 전세 3억짜리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윤모(30)씨는 “8000만원만 대출받으면 지금 집을 살 수 있지만 나중에 팔릴지 확신할 수 없어 전세 계약했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청년 가구의 비아파트 자가 비율(4.5%)이 전체 가구(20.5%)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이유를 보여준다.

‘4억원 이하’라는 기준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14일까지 서울서 거래된 전용 60㎡ 초과~85㎡ 이하 오피스텔의 평균 매매가는 7억4980만원이었다. 대출 기준 4억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기준을 충족하는 선택지는 전용 60㎡ 이하(평균 2억6400만원)로, 대부분 원룸이거나 분리형 원룸이다. 신혼부부나 자녀 있는 가구가 서울에서 이 대출로 살 수 있는 집은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1인 가구 비혼 장려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눈높이 하향’ 유도에 청년 민심 폭발

청년층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14일 “아파트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4억원 이하 아파트는 서울 전체 아파트의 7.8%에 불과하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폐버스 청년 주거 아이디어를 냈다가 큰 분노를 샀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고시원의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고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건축 기준 개정을 예고했다. 고시원을 사실상 1인 가구 주거 공간으로 공인하겠다는 것이다. 청년들에겐 버스, 고시원에 이어 이번 대책까지 ‘주거 눈높이를 낮추라’는 일관된 메시지로 읽힌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 온라인에선 “결국 빌라와 고시원 중에 고르라는 거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비아파트는 여전히 매매보다 임대 수요가 큰 시장”이라며 “은퇴 세대나 여유가 있는 계층이 사서 청년층에 임대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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