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봐야할 교육영상… 2배속도 느려, 16배속 본다는데
3시간 교육 11분만에 끝내
프로그램 깔아 초고속 주행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37)씨는 얼마 전 의무적으로 시청해야 하는 약 3시간짜리 직무 관련 교육 영상을 11분 만에 끝냈다. 영상을 최대 16배속으로 볼 수 있는 속도 조절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A씨는 “매년 온라인 교육이 있어 꼼짝없이 컴퓨터 앞에 몇 시간씩 앉아 있어야 했는데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시작은 같아도 끝나는 시간은 다르다. ‘배속재생’ 때문이다. 이제 영상을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보는 사람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속도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다. 넷플릭스는 1.5배속까지, 유튜브는 돈을 내고 구독하는 프리미엄의 경우 최대 4배속까지 조절해서 볼 수 있다.

배속재생의 장점은 내용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빨리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약본만 보기엔 뭔가 건너뛴 것 같아 찝찝하고, 정속 주행하기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이들이 주로 택하는 방법이다. 시간 대비 시청 효율을 따진다는 뜻에서 ‘시성비’란 말도 나왔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모(23)씨는 “모든 영상을 1.5배속으로 보다 보니 이제는 원래 속도로 보는 게 답답하게 느껴진다”며 “드라마나 영화에 삽입된 OST가 원곡과 다른 노래처럼 느껴지는 점 외에는 단점을 못 찾겠다”고 했다.
빠른 속도가 기본값이 되면서, 8배속이나 10배속, 최대 16배속으로 영상을 보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속도 조절 기능 외에, 별도의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등을 설치해 초고속 재생을 시도하는 것이다. 속도 조절 프로그램은 이 기능이 자체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동영상을 볼 때 활용되기도 한다. 인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인 디즈니 플러스는 넷플릭스 등 다른 OTT와 달리 배속재생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데, 속도 조절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원하는 속도로 볼 수 있다.
대개 4배속을 넘어가는 초고속 주행은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영상을 볼 때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4배속을 넘어가면 사실상 내용을 제대로 따라잡으면서 영상을 보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로 회사 의무 교육이나 민방위 교육, 최근에는 ETF 레버리지 기본 교육 등에 이를 활용했다는 후기가 나온다.
다만 ‘꼼수 재생’을 막기 위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민방위 교육은 배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들을 경우 이수 처리가 되지 않으며, ETF 레버리지 기본 교육은 최근 배속 프로그램을 이용해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막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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