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가야 할 기억
[아무튼 레터]

“태극기 바람에 가장 시원했던 1945년 그날. 광복의 기쁨, 계속 이어갑니다.”
광복절을 맞아 서울시청 앞 서울도서관 정면 외벽의 대형 글판에 걸린 문구입니다. ‘시원했던’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멈췄습니다. 1945년 8월 15일, 그날의 시원함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다는 벅찬 감격은 여름철 무더위를 단번에 씻어내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광복을 맞이한 지 어느덧 81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우리가 당연한 듯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이 있었고, 광복 이후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 역사를 몸소 겪은 분들은 하나 둘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이 더욱 절실한 이유입니다.
이번 주 ‘아무튼, 주말’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국가 유공자를 정성껏 예우하는 2030 청년들입니다. 양복점을 운영하는 김주현씨는 국가 유공자에게 무료로 맞춤 양복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20~30대가 주축인 봉사 단체 ‘코리아 레거시’는 광복절을 맞아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합니다. 또 다른 봉사단체 ‘연봉인상(매년 봉사 활동을 늘린다는 뜻)’은 5년째 6·25전쟁 참전 유공자들을 찾아가 손편지와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청년들에게 무슨 거창한 구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도록 해주신 분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는 마음에서 시작해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감사의 뜻을 표할 뿐입니다.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온전히 이어질 수 없습니다. 과거를 제대로 기억할 때 역사는 한 시대의 기록에만 머물지 않고 다음 시대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역사가 계속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가 어떤 유산 위에 놓여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그 유산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오늘의 삶 속에서 이어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유산을 물려받는 데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지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시간을 다음 시대로 이어가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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