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남쿠릴열도 첫 방문…日에 "영토 타협 없다" 강력 메시지(종합)

유철종 전문위원 2026. 8. 1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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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쿠릴열도에 발을 디뎠다.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남쿠릴열도 최대 섬인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択捉島)를 찾아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 등을 둘러봤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의 대러 제재 동참으로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굳이 남쿠릴열도를 찾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빅토르 쿠즈민코프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통해 남쿠릴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논의가 끝났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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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보정책 강화에도 경고…전략·경제 요충지 수호 의지 과시
대통령 취임 26년 만에 남쿠릴열도 첫 방문…러·일 외교 긴장 고조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지역 사할린주에서 열린 태평양함대의 미사일 순양함 '바랴그호'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8.1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후 처음으로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쿠릴열도에 발을 디뎠다. 러시아의 실효지배를 기정사실화하며 영토 문제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군사력을 키우는 일본에도 경고를 보낸 행보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끊긴 양국의 평화조약 협상은 한층 더 멀어지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남쿠릴열도 최대 섬인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択捉島)를 찾아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 등을 둘러봤다. 2000년 대통령 취임 이후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쿠릴열도를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해 온 일본은 강하게 반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극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고, 일본 외무성은 주일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의 대러 제재 동참으로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굳이 남쿠릴열도를 찾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우선 러시아가 남쿠릴열도 영유권 문제에서 더는 타협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행보라고 분석한다.

남쿠릴열도는 캄차카반도와 홋카이도 사이에 길게 뻗은 쿠릴열도 남단의 이투루프·쿠나시르·시코탄·하보마이 군도 등 4개 섬을 말한다.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일본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한 1855년 러·일화친조약(시모다 조약)을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다. 반면 러시아는 4개 섬이 제2차 세계대전 결과 소련에 편입됐으며,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은 국제법적으로 확립돼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남쿠릴열도 지도.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는 쿠릴열도 남단의 4개섬을 일컫는다. (위키피디아 자료 갈무리). ⓒ 뉴스1

러시아에 남쿠릴열도는 극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해상 통로를 통제하고 오호츠크해를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태평양함대와 전략핵잠수함의 활동 공간을 보호하는 군사적 가치가 큰 데다, 풍부한 수산·해저 자원과 어업·수산가공 산업 등으로 경제적 중요성도 크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빅토르 쿠즈민코프 선임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통해 남쿠릴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논의가 끝났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평가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적 계보를 잇는 다카이치 총리가 러시아와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영토 문제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러시아가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푸틴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우크라이나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토 문제에서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재임 당시 1956년 일·소 공동선언을 토대로 평화조약 협상을 진행했다. 이 선언은 평화조약 체결 뒤 소련이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일본에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국은 2018년 이를 기초로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지만 최종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푸틴의 이번 방문이 최근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에 대한 러시아의 경계심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클럽'의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일본이 2022년 말 새로운 안보전략을 채택한 이후 국방예산을 늘리고 자위대 구조를 개편하는 한편 공격 능력을 갖춘 무기체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 '비핵 3원칙' 재검토 가능성이 거론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며 "이런 변화가 러시아와 중국, 북한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방문에는 "일본의 움직임을 러시아가 간과하지 않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존재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산케이신문은 러시아가 최근 일본에 쿠릴열도 주변 군사 훈련 통보를 반복했고, 에토로후섬 등에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전투기 등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대일 메시지로만 볼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 외무부 산하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교(MGIMO)의 블라디미르 넬리도프 부교수는 러시아 정부가 쿠릴열도 주민의 생활 여건 개선과 기반시설 개발에도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이 이미 러시아의 비우호국으로 지정돼 있고 양국 간 정치적 대화도 사실상 중단된 만큼 이번 방문에 대한 일본의 반발이 관계를 추가로 크게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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