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서 중국산 칩 국적세탁”… K메모리 압박수위 더 높히나

주재현 기자 2026. 8. 14.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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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을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 중 하나로 지목했다.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 등에 부과하고 있는 고(高)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이 한국을 환적 수출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13일(현지 시간) '거대한 환적 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라는 제목의 25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한국 등 전 세계 40여 개국을 거쳐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하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경기도 일대가 중국의 우회 수출로로 공식 지목된 것은 우려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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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거대한 환적사기’ 보고서 발간
“中, 40여개국에 환적 네트워크로 관세 회피”
“年 431조원 규모…수백억 달러 세수 손실”
韓, 日·EU·대만 등과 환적위험국 1티어 포함
“韓 통해 중국칩 유통”…美 반도체 생산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을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 중 하나로 지목했다. 미국이 중국산 반도체 등에 부과하고 있는 고(高)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이 한국을 환적 수출 창구로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경기도 평택·용인·이천 등 반도체 벨트를 콕 집어 중국산 반도체의 관세 회피 경로로 지목하면서 향후 ‘K메모리’를 때리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은 13일(현지 시간) ‘거대한 환적 사기(The Great Transshipment Scam)’라는 제목의 25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한국 등 전 세계 40여 개국을 거쳐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하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의 평균은 약 50%인데 제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해 라벨 변경, 재포장, 송장 재발행, 단순 조립을 거쳐 미국으로 재수출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불법 환적 규모가 연간 최대 3030억 달러(약 431조 원)에 달하며 이로 인한 연방 세수 손실이 190억~260억 달러(약 27조~37조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나아가 약 45만 개의 일자리가 대체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1130억~1500억 달러(약 161조∼214조 원) 감소하는 등 광범위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백악관은 한국의 경기도 반도체 벨트를 경유해 중국 반도체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탓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텍사스주 오스틴, 오리건주 포틀랜드,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일대의 미국 반도체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반도체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한국산 반도체 제품의 원산지를 까다롭게 검증하거나 통관 절차를 지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근거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결과 도출된 공동 설명 자료에는 필요시 양국이 관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미국의 ‘레드칩 막기’를 거부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반도체 업계는 당장 수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이 보고서에 명시한 기타 집적회로는 시스템반도체나 메모리를 제외한 각종 프로세서나 컨트롤러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수출 제품이 아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타 집적회로 품목의 대미 수출액은 4140만 2000달러로 전체 대미 반도체 수출액(14억 7900만 달러)의 2.8%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생활에 쓰이는 다양한 전기기기에 범용 반도체 제품이 들어간다”며 “이런 곳에는 제조 과정에서 중국산 부품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생산의 핵심인 경기도 일대가 중국의 우회 수출로로 공식 지목된 것은 우려스럽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것만으로 반도체 전체를 대상으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도체가 포함된 다양한 상품이나 중간재에 대해 원산지 증명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관세협정에 따라 15%의 관세율이 확정된 다른 품목들에서도 통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문제는 미국이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사안”이라며 “미국의 전략적 필요에 따라 다른 제품군에서도 통상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인도·캐나다·멕시코·대만·동남아시아 등 사실상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관세 회피 경로로 지목했다. 멕시코의 경우 중부 과나후아토·케레타로 회랑을 전기모터·발전기·변압기 관세 회피의 전진기지로 지목했고 이로 인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그랜드래피즈,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의 호찌민시 일대에서 수출되는 전자기기 개폐·보호·접속 장치와 인도 푸네·구자라트·첸나이의 생산 벨트(펌프·압축기)도 환적 사기 품목으로 지목됐다. 도미니카코스타리카와 같은 중남미 소규모 국가 역시 “규모가 작지만 미국에 타격을 주는 제3국 환적 사례”로 언급됐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이날 프레스콜을 통해 “이번 보고서는 고율 관세 대상이면서 제3국을 방패로 삼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며 “중국은 예시일 뿐이다. 관세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보장하려면 대규모 환적 사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선적 경로, 원산지 정보를 분석하는 ‘탐지형 국경 감시(Detective Border)’ 시스템을 활용해 환적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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