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데 태극기 주문 ‘0건’…10배 싼 중국산 태극기만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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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 없으면 이 일 못하죠."
그러나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태극기 주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르면 태극기 깃봉은 무궁화 봉오리 모양으로 해야 하지만, 중국산 제품 깃대에는 대부분 무궁화봉이 없었다.
김씨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장사가 정말 잘돼 아버지가 수기 태극기를 시민들에게 그냥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며 "국경일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어 그 의미를 되살리고, 태극기를 찾는 사람도 다시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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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휴일 인식하는 분위기 팽배”
젊은 층, 태극기보다 굿즈를 더 선호
국기사 몰려 있는 ‘명패골목’도 쇠퇴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태극기 제조업체에서 대형 자수기가 작동하고 있다. [문소정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4/mk/20260814223004039rtrx.png)
14일 서울 종로구 관수동 한 국산 태극기 제조업체. 건물 2층 외벽에는 간판 대신 대형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문을 열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대형 디지털 자수기의 박음질 소리가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이곳 대표는 김은지 씨(33). 1997년부터 관수동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온 아버지에게서 가업을 물려받아 10년째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자수 태극기부터 관공서용·가정용 태극기, 손에 들고 흔드는 조그만 수기 태극기까지 직접 제작한다.
원단을 재단한 뒤 그 위에 태극 문양, 건곤감리를 자수로 새기고 가장자리에 금색 수술을 재봉해 깃대에 달기까지 태극기 하나를 제작하려면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김씨 아버지는 직접 만든 자수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국산 태극기는 깃발의 빳빳함과 자수의 촘촘함부터 다르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광복절을 하루 앞둔 이날 태극기 주문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기존에는 광복절을 앞두고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에서 1000~2000장씩 대량 주문이 들어왔지만, 지난해 수백 장으로 줄었고 올해는 주문이 아예 끊겼다. 3·1절과 제헌절을 앞두고 간간이 주문이 들어오긴 했지만, 이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

젊은이들이 태극기보다는 태극 문양이 새겨진 ‘굿즈’를 선호하는 것도 태극기 판매 감소의 원인이다. 실제로 국립박물관, 국가유산진흥원 등은 독립운동과 국가유산 등을 소재로 한 키링·스티커·엽서 등을 잇달아 선보여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독립운동 선서문이 적힌 텀블러를 구매했다는 대학생 최수민 씨(23)는 “태극기를 게양할 곳이 없는 건 물론이고 태극기를 가지고 다니기도 번거롭다”며 “평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통해 광복절의 의미를 기억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판매 감소에 더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국산 태극기에 밀리면서 국산 태극기 제조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고유가로 인해 원단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까지 올랐다. 실제로 단체 행사나 집회·시위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수기 태극기(30㎝x20㎝)의 가격을 비교해 보니 국산은 3000원, 중국산은 350원으로 약 10배 차이가 났다.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르면 태극기 깃봉은 무궁화 봉오리 모양으로 해야 하지만, 중국산 제품 깃대에는 대부분 무궁화봉이 없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수동 명패골목에 낮에도 셔터를 내린 가게들이 있다. [문소정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4/mk/20260814223006694llzq.png)
관수동에서 태극기 등을 판매하는 국기사도 이제 두세 곳만 남았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장까지 두고 태극기를 직접 제작하는 업체는 이제 손에 꼽을 정도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술을 배워도 돈이 안 되고, 배워도 일 자체가 너무 힘들어 더 이상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 없다”며 “가업으로 이어받는 게 아닌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02년 월드컵 당시 장사가 정말 잘돼 아버지가 수기 태극기를 시민들에게 그냥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며 “국경일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다양한 기념행사를 열어 그 의미를 되살리고, 태극기를 찾는 사람도 다시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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