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고려장? 과장과 거짓 섞인 부동산 '따옴표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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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따옴표 기사들이 쏟아졌다. 세제 개편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부동산 정책의 전체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모습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는 '고려장'이다.
<"21세기 고려장이자 국가 폭력"세제 개편 때린 서울시 토론회>(8월6일 중앙일보) 등의 기사가 나왔고 이후 안철수 의원이 '고려장 세법 개정안'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해 표현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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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피해 이분법적 구도 만드는 '따옴표 저널리즘'
'대치동 주부 A씨' 익명 사례로 정책평가 충분한가
김원장 대표 "부동산 유튜브 영향력, 장관보다 강해"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손주 보느라 집 비워도 안 되나요?” 세금 폭탄 맞을까 민원 쏟아졌다 (8월9일 조선일보)
“집주인이 나가달래” 날벼락…세입자 퇴거 공포 시작됐다 (8월7일 중앙일보)
“21세기 고려장인가” 정부 세제개편안에 원성 폭발 (8월6일 데일리안)
지난 3일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따옴표 기사들이 쏟아졌다. 세제 개편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부동산 정책의 전체적인 성격을 규정하는 모습이다. 초고가 주택를 보유한 사람의 입장이 다른 계층보다 언론에서 더 많이 대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유세, 부유세로 변질됐다”
지난 5일 한국재정학회 주최로 세제개편안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간담회에서 “이번 보유세 개편은 과세 대상을 줄이되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세금 부담을 키운 일종의 부유세화 아닌가 싶다”고 말해 '부유세'가 강조된 기사가 이어졌다. <“1주택자 거주 안하면 투기 단정... 보유세가 부유세로 변질됐다”>(8월5일 조선일보), <“보유세? 이젠 부유세…집값 못 잡고 전·월세만 자극할 것”>(8월5일 한국경제), <“세입자만 쫓겨날 판” 공정과세 둔갑한 '부유세'>(8월5일 이데일리) 등이다.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아진다. 세 부담 상한 비율도 현행 150%에서 200%로 올라가며,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60%에서 70∼80%로 높아진다. 종부세 과세 체계가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으로 바뀌는 것이라, 원래도 가지고 있던 종부세의 부유세 성격이 더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거주용 1주택자는 종부세 기본공제액이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늘어나 실거주하는 사람에 한해 종부세가 오히려 낮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시민사회에선 오히려 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논평에서 “시가 20억 원(공시가격 15억) 고가 1주택자까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종부세를 주택 수 중심에서 거주와 자산가액 중심으로 전환한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전히 고가 1주택자는 최대 80%의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돼 '똘똘한 한 채' 선호를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일부 유튜브와 언론에서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세금 비중이 3%로 OECD 평균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는 주장이 반복됐다. 이미 부동산 세금이 최고 수준인데 보유세 이야기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OECD의 'Tax on property'를 잘못 해석한 결과다. 김원장 경제학전 대표는 통화에서 “(3% 숫자는) 증여세, 상속세, 주식 거래세 등을 합친 것이다. 재산에 대한 세금이니까 재산세로 착각해 보유세 인상 반대 논리로 쓰인 것”이라며 “재산세·종부세(보유세)만 떼어내면 0.7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21세기 고려장이자 국가 폭력”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는 '고려장'이다. <'21세기 고려장' 논란…'영앤리치'만 강남 살 수 있다?>(8월8일 MTN뉴스), <“한 집서 30년 산 게 죄냐”…현대판 고려장에 집주인들 '부글부글' (8월11일 한국경제)> 등의 기사가 나왔다.
나이 든 부모를 버린다는 의미의 설화 '고려장'은 지난 6일 서울시 주최로 열린 부동산 시민 대토론회에서 언급됐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이 “소득 없는 고령자에게 임대료 감당을 못하면 지방으로 떠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그간 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모르겠고 이제 쓸모없으니 지방으로 떠나라는 식의 (정책이) 21세기 고려장 아니냐”고 말했다. <“21세기 고려장이자 국가 폭력”…세제 개편 때린 서울시 토론회>(8월6일 중앙일보) 등의 기사가 나왔고 이후 안철수 의원이 '고려장 세법 개정안'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해 표현이 확산됐다.

세제개편안의 취지 중 하나는 수입이 없어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것이다. 고령자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양도일 기준 만 65세 이상 1주택자가 5년 이상 거주한 수도권 주택을 처분하고, 6개월 안에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면 2027년에 양도세의 50%(최대 5억 원), 2028년 30%(최대 3억 원)를 감면해주는 내용도 있다.
연령대가 높은 은퇴자들이 서울의 핵심 지역을 벗어나야 순환이 이뤄진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나왔다. 세 부담이 가능한 활동 인구가 들어와야 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은퇴자 입장에선 강제적이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수입이 없는 상태로 초고가 주택을 소유한 은퇴자는 일부다. 일부 사례가 어떤 정책의 전체적인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다. 한겨레는 지난 10일 <소득 미미 고령자가 종부세 부담?…소득하위 40% 20명 중 1명뿐> 기사를 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통화에서 “중장년층을 소위 인구 감소 지역으로 유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그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개편안이 '21세기 고려장'이라고 하는 것엔 동의하기 어렵다. 저소득 고령자 대상으로 과세 이연 같은 것도 꼼꼼하게 들어가 있는데, 많은 기자분들이 그런 내용까지 다 봤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편안엔 10년 이상 거주한 65세 이상 1주택자는 보유세가 전년도 소득의 10% 이상일 경우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홍정훈 연구원은 “이번 정책이 공포가 될 정도로 부자인 사람은 매우 소수다. 오히려 고가 내지 중고가 시장은 거의 영향이 없을 거 같아서 우려가 되는 상황인데 그거에 비해 반발 여론이 언론에서 강하게 나온다”며 “초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의 입장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대변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부동산에 대해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애 맡기러 이사했더니 날벼락, 부부 뿔났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를 막겠다는 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뀌어 실거주를 해야지만 양도세 공제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집주인이 세입자를 밀어내고 실거주하겠다고 나설 수 있어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세제개편안으로 인한 전·월세 불안을 걱정하고 있다.
세제 개편에 따른 피해를 조명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 구도로 그리는 건 충분한 정책 보도도 아니다. <“집주인이 나가달래” 날벼락…세입자 퇴거 공포 시작됐다>(8월7일 중앙일보), <“집주인이 나가달래요”…전세값 오르는데 퇴거 공포까지>(8월9일 매경이코노미), <“나가주세요, 제가 살게요” 집주인 귀환에 '퇴거 공포'>(8월7일 해럴드경제), <“손주 보느라 집 비워도 안 되나요?” 세금 폭탄 맞을까 민원 쏟아졌다>(8월9일 조선일보), <“애 맡기러 이사했더니 날벼락”…3040 맞벌이 부부 뿔났다> 등의 제목은 실거주를 유도하고자 하는 정책 취지에 대한 평가가 빠졌다. 일부 피해가 정책 전반의 성격을 규정한 셈이다. '서울 강동구에 전세로 살고 있는 A씨' 등 익명 사례가 반복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원장 경제학전 대표는 “한국의 납세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다는 공식 통계가 있다고 해보자. 술자리에서 그 통계를 가져왔는데, 다른 사람이 '어 아닌데, 우리 삼촌은 세금 엄청 내던데'라고 반박한다. 익명의 사례로 기사를 쓰는 기사 대부분이 이런 식”이라며 “'대치동에 사는 주부 A씨'가 기사에 등장하면 그날로 정부 정책은 프레임 설정이 끝난다”고 말했다.
김원장 대표는 “한국이 부동산 공화국인 이유는 결국 부동산의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라며 “수익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공급을 늘리거나 아니면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늘리는 두 가지 방법 말고는 없다. 여기서 후자를 하려고 하면 '왜 그들을 괴롭히냐'는 프레임이 나온다. 모든 공화정이 유지되려면 세금을 내야 하는 건데 그 프레임이 너무 공고하다”고 말했다.
김원장 대표는 “부동산 유튜브의 영향력이 장관보다 강해졌다. 이젠 경제부총리가 KBS에 나와서 한국의 보유세가 낮다고 인터뷰 해도 부동산 유튜브에서 한국의 보유세가 높다고 퍼뜨리면 효과가 없다”며 “문제는 언론과 유튜브가 서로를 인용하며 팩트와 거짓, 과장이 섞인다는 것이다. 국민들 입장에선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만 듣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부동산 정책은 효과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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