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울면 안아주고 다시 요가…‘아기동반운동’에 몰린 엄마들

한영원 기자 2026. 8. 1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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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돌봄 부담 덜어주는 사회적 지원의 한 형태”
지난 11일 '유아 동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요가원. 운동을 하는 엄마 옆에한 아기가 엎드려 놀고 있다./이성현 인턴기자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의 한 요가원.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요가 매트 8개 사이사이로 요가볼 등 운동 기구와 함께 딸랑이, 젖병 같은 아기 용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날 수업이 시작되자 엄마들은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고 허리를 비틀었다. 엄마가 운동하는 사이 아기들은 장난감을 쥐고 팔을 흔들거나, 요가 매트 사이를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등 제각각의 방식으로 놀았다.

이곳은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아기를 데리고 와 운동할 수 있는 요가원이다. 지난해 아기 동반 수업을 한 차례 시범으로 열었다가 예상보다 수요가 몰려 아예 정규 수업으로 전환했다. 이날 생후 6개월짜리 아기와 함께 요가 수업에 참석한 이지영(35)씨는 “운동하려면 아이를 누구에게 맡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이제는 ‘나도 이제 운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운동은 엄두조차 못 냈던 아기 엄마들을 위한 ‘아기 동반 운동’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부모가 운동하는 동안 아기가 바로 옆에서 놀 수 있도록 하거나, 직원이 아기를 잠시 돌봐주는 형태다. 육아 부담으로 ‘내 시간’ 갖기 힘든 부모들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8명의 아이 엄마들과 함께 요가 수업을 진행한 정구선 원장은 “출산 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기를 위해 보내게 된다”며 “이 수업만큼은 엄마 자신을 위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1일 '유아 동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 송파구의 한 요가원. 운동을 하는 엄마 옆에서 한 아이가 젖병을 물고 있다./이성현 인턴기자

실제로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여가 시간 부족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미취학 가구원이 있는 가구의 하루 가사 노동 시간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2시간 8분이 길었다. 그 결과 여가·문화 생활에 쓰는 비용도 적었다.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영유아를 키우는 가구의 월평균 여가·문화 생활비는 15만4000원으로 무자녀 가구(49만9000원)의 3분의 1에 못 미쳤다. 아이를 둔 가구의 부모일수록 나를 위해 쓰는 각종 비용이 적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도 돌봄을 결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서울 서초보건지소는 지난 2023년부터 보육 교사를 별도로 채용해 부모가 산후 필라테스를 받는 동안 아이를 돌봐준다. 서울 중구도 올해 3월 ‘엄마랑 아기랑 모자 건강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했다. 최근 생후 5개월 아기와 함께 지자체 아기 동반 운동 수업에 참여했다는 노아림(33)씨는 “아이를 맡겨놓고 산후 회복 운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육아로 여가 생활에서 소외됐던 부모들에게 다시 ‘자기 시간’을 돌려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른바 ‘독박 육아’로 상징되는 여성들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적 지원의 한 형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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