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기 판매대 의무인데…조례 있어도 주민센터는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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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는 안 파는데 잠시만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민센터 입구에서 "태극기를 판매하냐"고 묻자 안내직원이 어리둥절하면서 한 공무원에게 안내했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국기 게양 및 선양 등에 관한 조례의 제7조 1항에는 '구청장은 구민이 국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민원실 및 동 주민센터 등에 국기 판매대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기 판매대·수거함을 모두 설치하고 별도로 번호표를 뽑지 않은 채 즉시 태극기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영등포구와 구로구에 있는 주민센터 각각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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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결과 12곳 중 10곳 판매대 없어
조례로 국기판매대 설치 의무화했지만
현장선 판매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 허다

"태극기는 안 파는데 잠시만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민센터 입구에서 "태극기를 판매하냐"고 묻자 안내직원이 어리둥절하면서 한 공무원에게 안내했다. 이 공무원은 같은 질문에 "저희는 태극기를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자치구 조례에 따라 국기판매대를 설치·운영해야 하는 곳이었다.
조례에 '해야 한다' 써 있지만…태극기 판매대 안 보여

국기 게양·선양 조례에 따라 태극기 판매대 설치·운영이 의무인 자치구의 일부 주민센터에서 조례와 달리 태극기를 판매하지 않거나 판매대를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국기 판매대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서울 노원구·강북구·영등포구·구로구 주민센터 중 기자가 방문해본 12곳 중 10곳은 주민센터 안팎 어디에서도 국기 판매대를 두지 않았다. 국기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이나 별도 표식조차 없었다.
이들 자치구는 별도 조례를 통해 국기 판매대와 수거함을 설치·운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국기 게양 및 선양 등에 관한 조례의 제7조 1항에는 '구청장은 구민이 국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민원실 및 동 주민센터 등에 국기 판매대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강북구는 제7조, 영등포구는 제7조, 구로구는 제9조에서 각각 관련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21개 자치구는 국기판매대 설치·운영을 의무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관련 조례를 둔 자치구 상당수는 '국기판매대와 수거함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재량 규정을 두고 있다.
국기판매대 설치는 국무총리훈령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 제15조 2항을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주민들이 국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국기선양관련단체, 국기판매업체 등과 협의하여 소속기관의 민원실에 국기판매대를 설치ㆍ운영하거나 구내매점에서 국기를 판매할 것을 적극 권장하도록 한다'고 써 있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이와 별도로 조례를 제정해 국기판매대와 수거함의 설치·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구청 민원실·주민센터 등에 국기 판매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국기 수거함도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주민들이 국기를 쉽게 구하고 처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조례 목적엔 "태극기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해 올바른 국가관을 확립하고 애국심을 드높일 수 있도록 국기 게양 및 국기선양 사업의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현장 취재 12곳 중 '2곳'만 운영…"행정 일선에서 방치"

태극기 판매대·수거함 설치를 의무로 정한 조례와 달리 현장에서는 국기 판매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날 오후 번호표를 뽑고 기다린 끝에 만난 서울 강북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은 국기 구매를 문의하자 "태극기를 파는지는 모르겠고 태극기 관련된 건 2층 행정실로 가봐라"라고 답했다. 2층 행정실은 민원인을 응대하는 공간이 따로 없는 전형적인 사무공간 형태였다. 이곳에서 만난 공무원을 통해서야 태극기를 5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다른 곳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민센터를 찾아 여러 차례 문의한 끝에 태극기를 판매한다는 사실을 확인받고 다른 층 행정실로 안내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민원인 응대 공간을 '판매대'로 간주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구조였다.
서울 노원구의 또 다른 주민센터에선 처음 마주한 공무원이 태극기 판매 사실을 알지 못해 안쪽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 재차 문의해야 했다. 이 공무원은 태극기 판매 가격을 몰라 A4용지 여러 장을 뒤적인 끝에 "보급형은 5000원, 고급형은 만원"이라고 안내했다.
재고가 없는 곳도 적지 않았다. 구로구의 한 주민센터 공무원은 "예전엔 태극기를 팔았는데 지금은 없다"고 말했다. "언제 재고가 떨어졌냐"고 묻자 물품보관소로 들어가 몇 분을 보낸 뒤 태극기 상자를 하나 들고 왔다. 그는 다른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가격을 물은 다음 6500원에 판매한다고 안내했다. 영등포구의 한 주민센터에서도 태극기 구매를 문의한 지 약 10분이 지나서야 실물을 볼 수 있었다. 영등포구의 또 다른 주민센터에선 "태극기에 곰팡이가 슬어 최근에 다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재고가 언제 다시 채워지냐는 말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국기 판매대·수거함을 모두 설치하고 별도로 번호표를 뽑지 않은 채 즉시 태극기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영등포구와 구로구에 있는 주민센터 각각 한 곳이었다. 판매대가 따로 없는 경우, 안내 데스크에 '태극기 판매'라고 적힌 안내말을 걸어 구매 희망자가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국기에 대한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태극기의 중요성을 알리겠다는 취지로 만든 자치구 조례가 정작 행정 일선에선 잊혀진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태극기의 중요성을 위해 조례를 만들어놨는데 주민센터조차 이 사실을 모르는 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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