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 F-22 전략기지 ‘광주 군 공항’... 졸속 이전에 ‘안보 공백’ 우려

전남광주=김양혁 기자 2026. 8. 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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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오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송정역.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방부에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의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해 반도체 산업단지로 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지시했다.

미군은 실제 군산기지를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가정해 전투기를 광주로 옮겨 작전을 이어가는 훈련을 해왔다.

광주 군 공항이 사라진다면 이 기능을 다른 기지가 대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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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오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송정역. KTX에서 내리자마자 ‘쾅’ 하는 굉음이 하늘을 갈랐다. 역에서 약 3㎞ 떨어진 광주 군 공항에서 이륙한 전투기 소리였다.

공군 제1전투비행단에 가까워질수록 굉음은 더 커졌다. T-50 고등훈련기는 5~10분 간격으로 활주로를 박차고 올랐다. 인근 주민은 “‘전투기 타고 밥 먹으러 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며 “그만큼 하루 종일 비행기가 자주 뜬다는 뜻”이라고 했다.

전남광주 군 공항에서 훈련 중인 전투기. /전남광주=김양혁 기자

1966년 문을 연 광주 군 공항은 60년 가까이 공군 조종사를 길러낸 ‘빨간 마후라의 요람’이다. 동시에 유사시 미군 항공 전력이 전개하고, 주요 기지가 공격받았을 때 전투기를 분산해 작전을 이어가는 한미 공군 공동운영기지(COB)이기도 하다. 전쟁비축물자(WRM)와 항공유 저장·급유 시설 등 미군 증원 전력의 작전을 뒷받침하는 군수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정부가 이곳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낙점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방부에 “2028년 중순까지 광주기지의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해 반도체 산업단지로 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불과 2년 안에 광주 군 공항을 사실상 비워야 한다. 군 안팎에서는 1전투비행단 이전도 숙제이지만, 광주가 맡아온 미군의 전개·분산·군수지원 기능을 어디로 옮길지가 더 복잡한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 군 공항 활주로에서 F-22 전투기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건너편에 광주 민간공항 청사가 보인다. /전남광주시 제공

◇유사시 美 증원 전력 받는 남부 거점

평소 광주 군 공항은 한국 공군이 주로 사용하지만 유사시에는 역할이 달라진다. 일본과 태평양, 미 본토 등에서 한반도로 들어오는 미군 증원 전력을 받아들이고, 오산·군산 등에 집중된 항공 전력을 후방으로 분산해 작전을 이어가는 거점이 된다.

실제로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미 공군기지 전력이 광주에 전개해 훈련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가데나는 미 공군 제18항공단이 주둔하는 서태평양 핵심 기지다. 한반도 남부에 있는 광주는 북한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오산·군산 등이 공격받았을 경우 전력을 후방으로 분산할 수 있다는 전략적 가치도 있다.

미군은 실제 군산기지를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가정해 전투기를 광주로 옮겨 작전을 이어가는 훈련을 해왔다. 미 공군 F-16·F-22와 미 해병대 F-35B 등도 광주에 전개해 한미 연합 훈련을 했다. 착륙한 전투기에 신속하게 연료와 무장을 보급한 뒤 다시 출격시키는 전방 무장·급유 훈련도 실시됐다.

광주 군 공항이 사라진다면 이 기능을 다른 기지가 대신해야 한다. 유사시 미군 전투기를 어디로 분산할지, 해외에서 들어오는 증원 전력을 어디서 받을지 등을 포함해 기존 작전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타 전투비행단도 KF-21 전력화에 따른 수용 시설 공사와 노후 활주로 재포장 공사 등으로 이미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전남광주 군 공항. /전남광주=김양혁 기자

◇활주로 옮기는 것보다 어려운 군수 기능

광주의 전략적 가치는 활주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증원 전력이 도착한 뒤 바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연료와 물자 등을 공급하는 군수 시설이 갖춰져 있다.

광주 기지 내부에는 전쟁 비축 물자 저장 시설이 구축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 비축 물자는 유사시 증원 병력이 장비와 물자를 미국에서 가져오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현지에 미리 쌓아두는 물자다.

대규모 항공유 저장·급유 시설도 있다. 지난 4월 한·미 연합 공중 훈련 ‘프리덤 플래그 26-1′ 당시 미군은 광주 기지에서 미군 항공기에 9만1000갤런(약 34만L)이 넘는 항공유를 공급하며 관련 시설의 운용 능력을 점검했다.

광주를 비우려면 항공기만 다른 활주로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체 기지에 계류 공간과 정비·급유·통신 시설을 갖추고, 광주에 비축된 미군 물자도 옮기거나 새로 구축해야 한다.

시간도 문제다. 앞서 청주기지에 F-35 전투기 40대를 수용할 시설을 짓는 데 약 4년이 걸렸다. 군사 전문가들은 광주의 항공기와 관련 시설, 미군 지원 기능까지 분산 수용하려면 최소 3~4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군 관계자는 “비행기를 다른 활주로에 보내는 것과 하나의 기지가 담당하던 작전 기능을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했다.

전남광주 군 공항 이전을 알리는 문구가 버스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전남광주=김양혁 기자

◇한국군 빠져도 끝 아니다… 한미 협의 변수

미군 공여지 반환도 남아 있다. 광주 군 공항에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에 제공된 시설과 구역이 있다. 한국 공군이 철수한다고 이 부지가 자동으로 한국 측에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미군이 사용하던 시설과 부지를 반환받으려면 별도의 한미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결국 정부가 목표로 한 2028년 중순까지 광주 군 공항 부지를 확보하려면 한국 공군 이전과 미군 작전 기능 재배치, 공여지 반환이라는 세 가지 시간표가 함께 맞아야 한다. 한국 공군이 먼저 빠지더라도 미군과의 협의나 대체 작전 기능 구축이 끝나지 않으면 부지 전체를 곧바로 반도체 산업단지로 활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 의원은 “청와대에선 지난 10일 한·미 간 협의를 곧 개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러한 협의는 그 자체로 통상 수년이 소요된다“면서 ”대구기지의 경우에도 유사한 사항으로 협의 절차를 수년째 진행 중이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 공군도 제1전투비행단의 항공기와 인력, 격납고·정비 시설·시뮬레이터 등을 옮겨야 한다. 최종 이전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시 시설을 먼저 만들 경우 다시 이전해야 하는 중복 투자 문제도 생긴다.

한 공군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단지를 빨리 조성하는 것과 공군 작전,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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