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광주역세권2, 고시 앞두고 뒤집힌 개발계획… 토지주 ‘분통’

이윤희 2026. 8. 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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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8·13 대책에 ‘강제 수용’ 방식 변경
“다 완성된 사업을 신규 공급인 양 발표”

지난 13일 정부에서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한 경기 광주시의 장지동 ‘광주역세권2단계’ 일원.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10년 가까이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뒤편으로는 이미 개발을 마친 광주역세권 1단계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다. 2026.8.14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정부가 지난 13일 경강선 경기광주역 인근 ‘광주역세권 2단계 사업지구(이하 광주역세권2)’를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발표했다. 광주시 장지동을 중심으로 역동·양벌동 일원 48만㎡(약 15만 평) 부지에 4천500호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대형 구상이다.

경기 광주시 최초의 공공택지지구 지정으로, 정부는 오는 2029년 하반기 보상을 마치고 2030년 상반기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판교 테크노밸리,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 연계한 첨단산업 청년 특화 주거단지 구상도 얹었다. 민선 9기 박관열 광주시장의 1호 공약인 ‘스마트도시 3만 호 공급’과 맞물려 사업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지정 발표 당일 찾아간 현장의 기류는 겉보기와 달랐다. 기대감보다는 복잡 미묘한 정적과 울분이 감돌았다.

지난 13일 정부에서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한 경기 광주시의 장지동 일원. 광주역세권2단계 지역으로 이미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10년 가까이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2026.8.14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 9년 묶인 땅… 막바지 고시 앞두고 번복된 ‘공공 강제수용’

지정 발표 당일인 13일 오후 찾아간 장지동 일대. 이곳은 광주시가 이미 2018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어둔 탓에 비닐하우스만 유독 눈에 띄었다. 농사는 가능한 상황이라 각종 유실수와 농작물이 심어진 곳도 있었지만 무성하게 자란 잡초밭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3번 국도 교각 아래 체육시설과 놀이터를 제외하면 황량함 그 자체였다.

주민들에게 개발 소식 자체는 새삼스럽지 않다. 운동 삼아 나왔다는 한 주민은 “예전부터 아파트 들어온다고 했던 곳이라 이번 발표가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광주역세권 2단계 도시개발사업은 10여 년 전부터 추진돼 왔다. 개발계획 수립부터 관계기관 협의, 주민공람, 각종 심의를 거쳐 지난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안과 도시관리계획 결정 변경안에 대한 주민공람까지 마쳤다. 사실상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만을 남겨둔 ‘9부 능선’을 넘은 사업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전격 발표하면서 상황이 180도 뒤집혔다. 광주시가 주도하던 혼용방식 도시개발 대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중심의 ‘토지 강제수용’ 방식으로 판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정부에서 신규 공공택지로 발표한 경기 광주시의 장지동 ‘광주역세권2단계’ 일원.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10년 가까이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으며, 뒤편으로 국도3호선인 성남~장호원간 도로가 지나간다. 2026.8.14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 토지주 “원점 재검토 기가 막혀… 주택 공급 원하면 기존 사업 지원해야”

현장에서 만난 ‘장지동·역동 토지주 광주역 2단계 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를 정부가 발굴해냈다면 차라리 이해하겠다. 수년간 광주시와 토지주들이 행정절차를 밟고 재산권 침해를 견디며 고시만 남겨둔 사업이다. 다 완성된 사업을 정부가 신규 공급인 양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토지주들은 주택 공급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 도시개발사업으로도 이미 4천 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공급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기존 사업으로도 정책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판을 뒤엎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지 모르겠다”며 “공급 속도를 높이는 게 진짜 목적이라면 이미 진행된 도시개발 행정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상식 아니냐”고 꼬집었다.


■ 토지주·민간 계약 연쇄 차질 우려

이번 정부 발표로 기존 도시개발 사업을 전제로 체결됐던 토지매매계약들까지 커다란 뇌관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사업 추진을 믿고 토지주와 민간 사업자 간에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이미 계약금·중도금이 오간 토지들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 사업 방식이 하루아침에 강제수용으로 바뀌면 계약 당사자 간의 대혼란이 불가피해진다. 공공주택지구 지정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계약의 이행 여부와 토지보상금의 귀속 문제, 계약금 반환을 둘러싼 복잡한 민사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토지주들은 “정부의 말 한마디로 이미 적법하게 맺어진 수많은 사적 계약관계가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오는 18일 광주시청을 전격 방문해 항의하고,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개발의 그늘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수년째 재산권 침해를 참아온 이들에게 또다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교각 밑에 방치된 벤치만큼이나 이들의 목소리도 주목받지 못한 채, 현장에는 씁쓸한 침묵만 감돌고 있다.

광주/이윤희 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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