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제조·피지컬 AI서 살길 찾아야"

한지연 기자(han.jiyeon@mk.co.kr) 2026. 8. 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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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공지능(AI) 모델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닌 AI를 산업에 가장 잘 심는 나라로 승부해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이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이 제조업 강점을 살린 독자적인 전략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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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대표
한국, 전세계 가장 밀도 높은 제조실험장
로봇·자율제조·공정최적화 연구 많이해
현장에 쌓인 공정데이터·노하우 무기로
AI와 구분되는 '사람역할' 뭔지 고민해야
무늬만 AI 아닌 진짜 'AI 내재화'가 중요
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코리아 대표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국내 기업의 AI 전환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한국은 인공지능(AI) 모델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닌 AI를 산업에 가장 잘 심는 나라로 승부해야 한다.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이 한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이 제조업 강점을 살린 독자적인 전략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황형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코리아 대표는 한국의 승부처로 산업 현장의 AI를 꼽았다. 제조업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데이터와 노하우를 AI와 결합해 산업 현장의 AI와 피지컬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2019년 취임 이후 7년 연속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끌며 BCG코리아의 컨설팅 영역을 전략 제시에서 실행과 AI 전환(AX)까지 넓혀왔다. 고객사의 AX 실행과 성과 창출까지 함께하며 국내 기업의 AX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국내 기업의 AX 수준을 평가한다면.

"관심은 세계 최고이지만 성과는 아직 시작 단계다. 생성형 AI 활용도 문서 작성이나 사내 챗봇 등 개인 생산성 향상에 머물러 있고 영업·구매·생산·연구개발(R&D) 등 핵심 업무의 AX는 이제 시작이다. 많은 기업이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면 AX가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X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다. 핵심 업무가 AI로 인해 재설계되고 조직까지 변해야 한다. 기술과 조직, 사람이 모두 바뀌어야 진짜 AX다."

-한국이 AI 시대에 가장 경쟁력을 가질 분야는.

"인더스트리얼 AI와 피지컬 AI가 한국이 갈 수 있는 방향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과 그곳에서 수십 년간 쌓인 공정 데이터, 장인들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AI 모델은 간단히 복제할 수 있지만 이런 경험과 데이터는 쉽게 구할 수 없다. AI의 무게중심도 로봇, 자율제조, 공정 최적화 등 피지컬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분야는 공장에서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 있는 제조 실험장을 가진 나라다."

-성공적인 제조 현장 AX는 무엇인가.

"AI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가 아니다. 실제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생산 시설에 장애가 나타나면 과거에는 작업자가 설비 로그와 품질 데이터를 일일이 비교해 원인을 찾았다. AI는 장애·정비 이력을 분석해 유사 사례와 원인을 빠르게 제시한다.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베테랑이 축적한 경험을 조직 전체가 활용해 결과물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R&D도 마찬가지다. 신제품을 개발하며 쌓인 수많은 설계와 실험의 성공·실패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면 다음 개발자는 다시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대신 조직이 이미 습득한 결과 위에서 출발할 수 있다."

-기업들이 AX 과정에서 부딪히는 가장 큰 병목은.

"가장 어려운 것은 조직이다. AI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 작은 실험을 반복하며 학습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업에는 기존 핵심성과지표(KPI)와 당장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다. 이전 방식으로 사람을 평가하면서 AI 시스템만 깐다면 AI도 학습하지 못하고 사람도 변하지 않는다."

-'무늬만 AI'가 아닌 진짜 AI 내재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AI를 (단순히) 쓰는 기업은 '이 일을 사람이 어떻게 처리할까'를 고민한다. 반면 AI가 내재화된 기업은 'AI의 역할은 무엇이고 사람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AI는 반복적인 분석과 실행을 맡고 사람은 의사 결정과 판단, 최종 책임에 집중해야 한다. 의사 결정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1년에 한 번 중장기 전략을 짜고, 굵직한 의사 결정을 신중하게 내렸다면 AI가 내재화된 기업은 1년에 50번씩 작은 실험과 의사 결정을 반복하며 최적화된 전략을 찾아간다. AI 시대에는 작은 실험의 결과를 다시 학습에 반영하는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AI 시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과거에는 최첨단 공장을 지으면 10년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경쟁자가 따라오려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최신 모델도 6개월이면 범용화될 수 있다. 결국 남들이 갖지 못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좋은 데이터, 학습 능력, 속도, 조직 확산 역량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AI도 특정 팀에서 끝나면 의미가 없다. 조직 전체로 빠르게 확산해야 한다. 기술이 10, 데이터가 20이라면 나머지 70은 사람과 조직에 있다."

-성공적인 AX를 위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과 핵심 인재 조건은.

"AX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경영 혁신이다. CEO는 AI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지휘하는 리더로 조직의 학습 속도를 높여야 한다. 실험과 학습의 결과를 조직 전체로 확산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CEO뿐이다. AI 시대 핵심 인재는 기술과 비즈니스를 모두 이해하는 '양손잡이'여야 한다."

황형준 대표

△1968년 출생 △서강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2014년 BCG 동북아 시스템 보험 산업 부문 리더 △2016년 BCG코리아 대표 파트너 △2019년~ BCG코리아 대표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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