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하위법령 촉각, 원산협 "행정 편의 벗어나 진료 연속성 초점 맞춰야"

오인규 기자 2026. 8. 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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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진과 재진 획일적 기준 대신 환자 정보 접근성 기반 규제 전환 촉구
의료마이데이터 연계 통한 만성질환·취약지 모니터링 효용성도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명운을 가를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 작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원격의료 산업계가 규제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초진과 재진을 가르는 기계적인 행정 기준을 탈피하고, 실질적인 환자 데이터 접근성을 토대로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비대면진료 관련 의료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은 산업계의 입장을 개진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약 단체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원산협 이슬·선재원 공동회장과 이호익 솔닥 공동대표가 패널로 나서 제도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사진제공=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련 업계는 하위법령 제정이 향후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한시적 허용과 시범사업 궤도에 머물렀던 비대면진료가 정식 법제화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세부 규제 수위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의 생존은 물론 국민의 의료 접근성까지 크게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방 제한은 환자 선택권 침해…정보 충실도 따져야"

발제자로 나선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처방 범위의 제약이 1차원적인 산업 통제를 넘어선다고 역설했다. 이는 곧 국민이 어떤 방식으로 의료 서비스를 누릴지 결정하는 주권과 직결되며, 현장 의료진이 개별 환자 상태를 감안해 최적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적 권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초진 환자에 대한 처방을 제약하려는 기저에 '안전성'과 '환자 정보 파악의 어려움'이 깔려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표했다. 다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획일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슬 공동회장은 과거 병력이나 투약 기록, 건강검진 결과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환자와 정보가 전무한 환자를 똑같이 '초진'이라는 이유만으로 묶어 규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기보다는 흩어진 건강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지난 6년간 이어진 시범사업 기간 동안 환자 상태에 따라 최대 90일 처방이 이뤄졌던 점을 환기하며, 일괄적인 처방일수 축소를 정당화할 만한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제도가 시범사업보다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고위험군 의약품 통제와 배송 과정의 기술적 안전장치 등은 별도의 관리 체계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대안도 곁들였다.

진료실 밖 데이터 끌어안는 '마이데이터' 의료 사각지대 해법

이호익 솔닥 공동대표는 대면 진료가 지닌 물리적 한계를 짚으며 비대면진료의 보완재적 역할을 강조했다. 환자가 진료실에 머무는 짧은 순간에만 의존하는 기존 관행이 결과적으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라는 진단이다.

그는 현재 정부 부처와 수행 중인 '의료마이데이터 EMR 연계 사업'의 중증당뇨 관리 모델을 예로 들며, 연속혈당측정기 등 웨어러블 기기의 실시간 건강 데이터가 동네 의원으로 전송될 경우 환자의 상급병원 방문 빈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료실 밖의 일상 데이터가 의료진에게 전달됨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밀도가 한층 높아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농어촌 고령층이나 원양 어선원 등 지리적 제약이 큰 취약계층을 위한 중앙부처 주도의 원격의료 사업들이 철저한 보안 속에 원활히 가동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비대면진료가 통제 불능의 영역이 아닌 '가장 촘촘히 관리되는 의료'의 한 형태로 기능하고 있음을 부각했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중적 의료 이용 행태로 뿌리내렸다고 평가했다. 작년 한 해 제휴 플랫폼을 통해 처방전을 수용한 약국만 전국 1만 5,000여 곳에 달하는 등 시장의 수용성은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 그는 이제 무조건적인 반대나 우려보다는, 어떻게 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을지 실무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한 이용자 패널 역시 현행 제도의 맹점을 꼬집었다. 주치의가 부재해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경우, 동일한 질환과 증상임에도 초진으로 분류돼 처방일수가 급감하는 현상은 환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토로다. 의료 서비스는 진찰을 넘어 처방과 복약까지 끊김 없이 이어져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슬 공동회장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보건의료계와 소통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산업계의 요구가 기존 법률 체계를 무리하게 뒤흔들려는 의도가 아님을 명확히 하며, 직역 간 갈등을 넘어 국민의 실질적인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튼튼한 비대면진료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