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걸림돌’ 비판받는 이 사람들
기후위기비상행동 “헌재 결정 이행 걸림돌” 비판

14일 뉴스펭귄의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환경분야 활동가들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부합하지 않고, 국회가 진행한 시민 숙의공론화 결과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
앞서 헌재는 2024년 8월29일 "국회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법률로 정하고,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위험과 감축 책임을 넘기지 않도록 경로를 설계하라"고 주문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므로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정하라"는 게 헌재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헌재가 정한 기한을 넘겨서도 관련법 개정을 마치지 못했고, 13일에야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가 탄소중립 목표를 느슨하게 제시하는 내용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뒤늦게 의결했다.
"입으로는 기후위기 말하면서 대응책·조치 마련은 없어"
활동가들은 국회와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해 무관심하며 결과적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 책임활동가는 14일 뉴스펭귄에 "국회의원들이 '변형된 형태의 기후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기후위기를 말하고 있으면서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거나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기후특위 활동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참담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부터 이어져 온 경향이어서 아쉽다고 토로했다. 과거 환경노동위원회 또는 기후환경노동위에서도 명칭과는 달리 환경을 위해 분투하는 의원이 많지 않고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상임위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기후특위 역시 그렇다는 평가도 내렸다.
권 활동가는 "국민 앞에서는 마치 자신이 기후위기를 위해 싸우는 전사처럼 행동하는데, 실제 본인의 신념이나 정치적 성향은 그렇지 않은 사례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향이 이어지는 근본적인 문제가 거대 양당 의원들이 전반적으로 기후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복수의 기후특위 의원이 산업계의 부담을 언급하거나 공론화 과정에 대해 공격했다면서 "심지어 공론화 과정 간사였는데 회의에 불참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우선적인 가치로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권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국회 기후대응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진 것은 민주당이 여당이 된 시점과도 궤를 같이한다면서 "집권 이후 초기감축형 경로를 채택해 기업을 규제하고 직접적인 감축성과를 임기 내에 이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관련 내용들이 후퇴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김소희·서범수 의원, 기후부장관 헌재이행 결정 걸림돌"
이런 지적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꾸준히 나왔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 김소희, 서범수 의원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을 헌법재판소 결정 이행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비상행동은 서범수 의원과 김소희 의원의 발언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공론화 과정이 편향됐다고 주장했고, 김 의원은 공론화를 국민적 합의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아울러 김성환 기후부장관이 선형경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헌재 결정과 어긋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비상행동에 따르면 서의원은 지난 4월 13일 기후특위 제10차 임시회에서 "설문조사가 너무 편향적이고 '답정너'식인 것 같다. 뭔가 의도적으로 가면서 결론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따라 설문을 만들고 답을 만드는 것 아니냐"고 발언했다.
김의원은 같은 달 16일 언론을 통해 "이번 공론화는 국민의 자율적 판단을 확인한 절차라기보다 조기 감축경로를 정당화하기 위한 과정에 가까웠다"며 "이를 곧바로 국민적 합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감축 경로를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발언이다.
김성환 장관은 지난 6월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40년과 2045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방식에 대해 "선형 경로를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권우현 활동가는 이와 관련, "헌재가 국회에 내준 숙제인데 그것을 국회가 어기고 있었을 뿐 아니라, 기후부장관이 선형적 경로가 어렵다는 의견으로 개입한 것은 아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국회의원의 이런 '자세'는 계속됐다. 청소년기후행동이 공개한 국회 기후특위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 회의(지난달 22일) 회의록에 따르면 김소희 의원은 "현재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이대로 가면 단서조항은 반드시 넣어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고려해 선형감축으로 가더라도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갈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나 미국이 줄이지 않는데 우리가 조금 줄인다고 기후변화 대응이 되겠느냐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기후특위는 낮은 수준으로 갈 수 있다는 조항은 넣지 않기로 합의했다.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감축경로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반도체·AI 산업의 전력수요 확대를 구체적 근거로 든 발언도 나왔다.

정부의 행보가 느리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회의에서 정부는 올해말까지로 돼 있는 연도별 감축목표 수립 시점을 내년 6월 30일로 미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이날 "메가프로젝트 등 새로운 전력수요를 추가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차관은 "전력 배출, 전력 구성, 전력 믹스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2027년 6월 30일까지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견"이라고 밝혔다.
13일 의결된 탄소중립법 개정안을 두고 기후단체들은 국회가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최근까지의 국회 관행 등을 고려할 때 이미 여야 상임위에서 합의한 내용이므로 부결 또는 계류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후특위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에 반대한 의원은 서왕진(조국혁신당), 정혜경(진보당) 둘 뿐이었다.
따라서 향후 법사위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활동가들은 말한다. 권 활동가는 "헌재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을 권고했는데 선형감축은 미래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여전히 위헌 소지가 있다"며 "공론화 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는 견제 발언이 법사위에서 나오는 게 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후특위 의원들의 행보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거나 기후위기 대응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미디어허브가 지난 12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제22대 국회 기후특위 의원들의 발언 736건 중 파리협정 1.5℃ 목표에 적극 부합하는 발언은 9.1%에 그쳤다. 반면 구체적 정책 수단 없이 원론적인 수준에 머문 발언이 41.4%, 오히려 감축목표에 역행하거나 규제 완화를 요구한 발언이 12.2%로, 두 유형을 합치면 전체의 53.6%에 달했다.
기후특위 의원들이 발의한 기후·에너지 관련 법안 130건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었고, 17개월간 열린 회의도 22회로 일반 상임위 평균(55.6회)의 40% 수준에 그쳤다. 제22대 국회 기후특위는 오는 31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