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500조 퇴직연금”…20년 묵은 ‘30% 족쇄’ 풀 때 됐다

류영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ifyouare@mk.co.kr) 2026. 8.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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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시대에 뒤떨어진 자산운용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강제 적용되는 '안전자산 30% 의무 보유' 규제가 대표적이다.

규제에 갇힌 500조 자산'편법 장기투자' 몰려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DC·IRP 가입자는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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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30% 의무’ 현실 외면
TDF·ETF로 꼼수 운용만 양산
업계 “자율·안정성 잡을 새 기준 절실”
직장인 출근길. [연합뉴스]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시대에 뒤떨어진 자산운용 규제를 현실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강제 적용되는 ‘안전자산 30% 의무 보유’ 규제가 대표적이다.

근로자의 노후자산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가 도리어 가입자의 자산 증식 기회를 막는 ‘역설의 족쇄’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규제에 갇힌 500조 자산…‘편법 장기투자’ 몰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DC·IRP 가입자는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2005년 퇴직연금 도입 초기에 설계된 유물이라는 점이다. 20년 사이 국내 금융시장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 채권혼합형 상장지수펀드(ETF) 등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고도화된 금융상품이 대거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입자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 투자’에 내몰리고 있다.

안전자산 적격 판정을 받은 채권혼합형 ETF나 TDF를 활용해 겉으로는 30% 룰을 지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제도의 실효성은 이미 상실된 채 가입자들의 투자 절차만 복잡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정부 ‘0% 개편’ 추진하다 주춤…업계 “제도 개선 요구”
정부도 이 같은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제도 개편에 손을 대려 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DC·IRP의 안전자산 의무 비중을 현행 30%에서 ‘0%’로 전면 축소하는 파격적인 방안까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과 함께 반도체 등 특정 업종으로의 쏠림 현상, 이에 따른 증시 변동성 확대가 발목을 잡았다. 자칫 안전자산 룰을 전면 폐지했다가 증시 하락기에 퇴직연금 손실이 확대될 경우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에 논의 자체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 때문에 장기 자산운용의 틀을 바꾸는 개혁이 미뤄지는 것은 안타까운 대목”이라며 “퇴직연금의 본질인 ‘장기 복리 효과’를 누리려면 규제 완화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식화하고 있다.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퇴직연금 내 ‘안전자산 30% 의무 비중 규제’의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허 부회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현재 코스피 선행 PBR은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 중 한 곳”이라며 “이러한 밸류에이션과 554조 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성을 고려할 때 향후 국내 자산관리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 전반에서도 단순히 안전자산 비율을 일률적으로 낮추기보다 가입자의 연령과 성향에 맞춘 ‘스마트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500조 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은 단순한 저축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장기 자본”이라며 “위험자산 전면 허용이 부담스럽다면, 연령별 자산배분 펀드(TDF)처럼 검증된 상품은 안전자산 인정 범위를 대폭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입자의 선택권 확대와 위험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유연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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