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 청년' 먹거리 책임지겠다던 대통령 공약의 실종 [위태로운 청년 밥상②]

이지원 기자 2026. 8. 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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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하다 보면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는 게 부담스럽다." 청년들이 쉽게 꺼내 놓지 못하는 속내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민들의 먹거리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면서 미취업 청년에게 먹거리 바우처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의 성찬盛饌에 머물러 있다.

'천원의 아침밥'이 청년층 중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미취업 청년에게 초점을 맞춘 먹거리 바우처 사업을 지금이라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최종학교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124만3000명(2026년 기준·국가데이터처)으로 이들에게 월 4만원의 먹거리 바우처를 제공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연간 5966억원가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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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청년 밥상이 위태롭다 2편
李 대선 공약 먹거리 바우처
미취업 청년 건강 위한 정책
차려지지 않은 논의 테이블
비용 추계, 재원 마련 고민해야

"자취를 하다 보면 끼니마다 밥을 챙겨 먹는 게 부담스럽다." 청년들이 쉽게 꺼내 놓지 못하는 속내다. 생활비는 빠듯한데 물가는 오를 대로 올라서다. 여기에 취업 준비 기간까지 길어지면서 청년들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으로 내놨던 미취업 청년 대상 '먹거리 바우처'의 경우 기대를 거는 청년층이 많았던 이유다. 하지만 이 공약은 먼지만 쌓인 채 잊힌 지 오래다.

☞ 넘버링+ 위태로운 청년 밥상
1편 고물가에 밥심 잃은 '미취업 청년'의 비명
2편 청년 먹거리 책임지겠다던 약속의 '실종'

취업난이 장기화하면서 미취업 청년을 위한 복지 정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순대국밥 한 그릇이 1만원을 훌쩍 넘는 고물가 시대. '먹고' 사는 게 난제가 됐다.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는 '미취업' 청년들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오로지 '젊다'는 이유로 청년의 끼니를 걱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청년을 취약계층으로 보는 시선도 적다. 우리가 넘버링+ '청년 밥상이 위태롭다' 1편에서 '위협받는 청년들의 건강권 문제'를 다룬 이유다.

1편에서 살펴봤듯 이재명 정부가 청년들의 끼니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긴 하다. 다만,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천원의 아침밥(2017년 시행)' 사업이다.

■ 짚어볼 점① 천원의 아침밥 현실 = '천원의 아침밥'은 정부가 2000원, 대학·지자체가 각각 1000원(분담률 자율 조정)씩 지원해 대학생에게 1000원 가격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천원의 아침밥'을 운영하는 대학에선 매일 아침 '오픈런'이 펼쳐질 만큼 인기가 높다.[※참고: 사실 대학생들이 오픈런을 하는 덴 또다른 이유도 있다. 후술했다.]

참여 대학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208개였던 참여 대학은 올해 220개로 5.8% 증가했다. 정부의 국비 지원 예산도 같은 기간 14.4%(97억원→111억원) 늘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이 예산으로 제공할 수 있는 식수食數는 올해 기준 540만식에 그친다. 단순 계산으로 하루 평균(월~금 제공) 2만식 수준이다. 대학 재학생이 총 235만8490명(2025년 기준·한국교육개발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혜택을 누리는 학생은 100명 중 1명(0.8%)꼴에 불과하다.

'천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학생들이 오픈런을 펼치는 또다른 이유다. 대학생 박소현(21)씨는 "아침밥을 먹는 편인데 자취를 하고 나서는 매 끼니를 챙겨 먹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천원의 아침밥'이 학생들에게 좋은 사업인데, 일찍 품절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짚어볼 점② 먹거리 바우처 현실 =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놨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는 '먹거리 바우처' 사업은 더 심각하다. 이 대통령은 당시 "국민들의 먹거리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면서 미취업 청년에게 먹거리 바우처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의 성찬盛饌에 머물러 있다.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 논의도 지금까지 없었다. '천원의 아침밥'이 청년층 중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미취업 청년에게 초점을 맞춘 먹거리 바우처 사업을 지금이라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먹거리 바우처 사업엔 대략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까.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대략적인 액수는 추정해볼 수 있다. 현재 최종학교 졸업 후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124만3000명(2026년 기준·국가데이터처)으로 이들에게 월 4만원의 먹거리 바우처를 제공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연간 5966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올해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전체 예산(20조1362억원) 2.9% 수준으로 생각보다 많다.

[※참고: 월 4만원은 정부가 생계급여 수급가구(기준 중위소득 하위 32% 이하)에게 제공하는 '농식품 바우처'의 1인 가구 기준 지원 금액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그만큼 '먹거리 바우처 사업'은 숱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를 '공론화 테이블'에 올려놔야 하는 이유다. 허준수 숭실대(사회복지학) 교수는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취약계층이 워낙 많은 만큼 국비로 청년을 지원하는 데 반발이 클 수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취업난 등 현실을 고려한다면 보편적인 청년 복지 정책을 검토할 시점이다. 미취업 청년 중 누구를 대상으로 지원할지 적합한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김준모 건국대(행정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비 외에도 지자체가 운영 중인 청년 복지 사업을 평가해 효율성이 낮은 사업을 조정해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특히 먹거리 바우처는 농가와 유통업체 간 미스매치로 발생하는 재고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청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예산 마련 방안 검토와 함께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일지 청년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복지 정책에서 중요한 건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사회적 약자란 인식이 부족한 청년층을 지원할 경우엔 더 세심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청년의 끼니를 책임지겠다"던 대통령의 공약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 미취업 청년은 1년 전보다 3만1000명 더 늘어났다. 천원의 아침밥과 먹거리 바우처 사업, 한번쯤 관심을 기울일 때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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