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가 아니라 '미등록 이주민'입니다"…기독교가 이 시대의 나그네를 부르는 법

안디도 2026. 8. 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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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등록 이주민은 약 35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의료비와 긴급 주거비를 지원하고 노동·법률 상담을 한다.

강 국장은 이주민을 향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일상이나 미디어에서 흔히 사용하는 '불법 체류자' 대신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 체류자라는 말은 이주민들이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낙인 효과를 주는 단어다. 미등록 이주민이 약 35만 명이다. 여러 체류 자격으로 처음 입국했다가 미등록으로 미끄러진다. 우리 사회에서 까다롭게 만든 서류 절차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표현으로 정정하는 것만으로도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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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이주민 운동 써클 대화 모임' 진행
바라카작은도서관·용산혜화나눔의집 현장 이야기 듣고 교회 역할 의논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국내 미등록 이주민은 약 35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주거와 의료 같은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농장과 공장, 가구 단지 등 고강도 노동 현장에서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 지금 시대 '나그네'인 이주민을 섬기는 데 교회가 나서야 하지만, 정작 교인들은 그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기 어렵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신동식·정병오·이상민)은 8월 11일 동대문구 동네극장에서 '기윤실 이주민 운동 써클 대화 모임, 곁이 된 사람들'을 열었다. 참석한 교인들은 바라카작은도서관 김기학 대표와 성공회 용산혜화나눔의집 강다영 사무국장의 경험을 듣고, 교회가 이주민과 함께할 방안을 의논했다.
모임은 소그룹 두 개로 나뉘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현장 이야기를 듣고 자유롭게 질문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예멘 난민 도우며 시작한
바라카작은도서관
"이주 배경 아이, '생애 주기별 교육' 필요"

최근 창신동으로 자리를 옮긴 바라카작은도서관은 2018년 용산구 이태원에서 시작했다. 김기학 대표는 주거 문제로 고민하던 예멘 난민 가정에게 공부방으로 사용하려던 월세 20만 원짜리 옥탑방을 내줬다. 그들은 6개월간 거주하며 정착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문제가 생겼다. 한국어를 거의 몰라 학업을 따라가기 매우 힘들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아이를 위해 방과 후 교실을 열었다.
김기학 대표가 운영하는 바라카작은도서관은 이주민들의 도서관, 방과 후 학교, 공동체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한 아이의 학업을 도우려 시작한 바라카작은도서관은 이제 이주민 여성과 어린이, 청소년이 지역사회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주민 어머니를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오후에는 아이들의 방과 후 교실도 연다. 입소문이 나 사람들이 모이면서 도서관은 서로를 잇고 이주민과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도 하게 됐다. 비자나 취업 문제 해결을 돕고, 일주일에 한 번 서로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는 식탁 모임을 6년째 이어 가고 있다.

김기학 대표는 이주 배경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건강하게 적응하려면 무엇보다 생애 주기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만난 이주 배경 학생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2~3학년 정도 수준이 낮다. 엄마가 관찰해서 도와야 하는데 놓치니, 점점 더 뒤처지고 중학교에 가면 더 어려워진다. 공교육을 따라갈 수 있게만 하면 된다. 많은 이주 배경 청소년이 학교를 이탈한다. 이러한 현상이 극대화되면 10년, 20년 후 사회 갈등 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 사회가 책임지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미등록 이주민 곁 지켜 온
용산혜화나눔의집
"'불법 체류자' 아닌 '미등록 이주민'"

강다영 사무국장은 미등록 이주민들이 병원에 가면 별도 기준에 따라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면서 기본적인 의료, 교육을 지원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2003년 시작한 용산혜화나눔의집은 최근 사무실을 혜화로 옮기면서 이름에 '혜화'를 더했다. 이들은 미등록 이주민을 대상으로 의료비와 긴급 주거비를 지원하고 노동·법률 상담을 한다. 이주민 인식 개선과 교육 활동, 사회 구조 변화 운동도 벌인다. 

이곳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강다영 사무국장은 인생 절반을 이주민으로 살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를 따라 중국과 필리핀에서 거주했고, 대학은 홍콩에서 졸업했다. 이주민으로서 겪은 어려움과 고립감은 자연스럽게 활동으로 이어졌다.

귀국한 강 국장은 국제 개발 협력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출석하던 길찾는교회(자캐오 신부)에서 필리핀에서 온 미등록 이주민들을 만났다. 과거 필리핀에서 거주했던 경험 덕분에 이들과 급속도로 친해졌고, 가족처럼 지내며 어려운 일들을 돕기 시작했다. 암 투병 중인 이주민이 병원에 갈 때 동행해 의사 말을 번역해 주거나, 학교 알림장 내용을 자세히 알려 주기도 했다.
원 형태로 모인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그들과 함께하며 강 국장은 굳이 타국에 가서 일하기보단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걸 느꼈다. 마침 용산혜화나눔의집 원장인 자캐오 신부가 같이 일하자고 제안을 했고, 강 국장은 이를 승낙했다.

강 국장은 이주민을 향한 인식을 개선하려면 일상이나 미디어에서 흔히 사용하는 '불법 체류자' 대신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법 체류자라는 말은 이주민들이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다는 낙인 효과를 주는 단어다. 미등록 이주민이 약 35만 명이다. 여러 체류 자격으로 처음 입국했다가 미등록으로 미끄러진다. 우리 사회에서 까다롭게 만든 서류 절차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미등록 이주민이라는 표현으로 정정하는 것만으로도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 소감과 의견 나눠
김 대표 "한국교회 종교적 관점 벗어나야"

각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은 참석자들은 모여 앉아 소감을 말하고, 교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논했다.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요한 간사는 "내 주변 이주민과 더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도 이주민들이 많이 있다. 그 학생들이 한국에서 온전히 시민으로 대우받지 못하면서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IVF를 그런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좋은) 공동체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간호사, 공무원, 변호사, 활동가, 목회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참석자들은 각자 일터에서 어떻게 이주민을 섬길 수 있을지 의논했다. 뉴스앤조이 안디도

기독법률가회(CLF) 사무국장 김세진 변호사는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일을 해 주셔서 감사하다. 교회가 이런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이 된다. 제가 속한 기독법률가회에서도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다른 변호사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기학 대표는 한국교회가 종교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는 많이 노력하지만, 하나님나라의 가치와 맞는 활동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수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아와 과부, 나그네가 소외된 자들의 대명사 아닌가. 한국교회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종교적 구조 안에서만 활동이 이뤄진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하나님나라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인들이 예수의 명령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이주민들을 섬기는 데 힘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디도 titus12@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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