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장특공 10억원…전월세 근로자 혜택은?
전월세 근로자 세액 공제 한도
연간 1000만원→1200만원 상향
1주택자 감면액의 3분의 1도 안돼
“근로자 빈부 격차를 정부가 조장”

정부는 최근 주택이 투자(buying) 대상이 아니라 거주(living) 대상이라는 원칙하에 거주용 주택을 우대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주택에 대한 비과세와 감면 혜택을 전반적으로 줄이면서도 중저가 1세대 1주택에 대해서는 많은 혜택을 유지했다. 1세대 1주택은 음식·옷과 마찬가지로 생활필수품이며, 빌딩·상가·오피스텔 등 투자부동산과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과세 원칙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면 정부가 생필품인 주택과 관련해 주는 세금 감면 혜택이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 생산활동의 주력인 근로자 계층에서 이 차이가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왜 이런 지적이 나올까?
1주택 근로자가 받는 혜택
1주택을 가진 사람은 근로자이든 아니든 보유 주택에 대해 같은 세금 혜택을 받는다. 주택에 붙는 취득세, 보유세(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의 과세 대상이 근로소득이 아니라 재산이기 때문이다.
1주택자가 받는 가장 대표적인 혜택은 10년 거주한 뒤 팔 경우 양도소득세 계산 때 양도차익의 10억원까지 비용으로 간주해 과세 대상에서 빼주는 장기거주소득공제이다. 예컨대 A 근로자가 10억원에 산 주택을 10년 뒤 30억원에 팔아 20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고 하자. 원칙적으로 보면 이 20억원에 세율을 곱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한 뒤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1세대 1주택을 생필품이라고 보고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먼저 1세대 1주택의 경우 팔 때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이면 양도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그러나 A씨는 30억원에 팔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하지만 12억원 이하 비과세를 받는 사람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 비과세 부분을 반영한다. 즉 양도가액 30억원 중 12억원의 비율만큼 양도차익 20억원을 줄인다. 20억원 중 30분의 12만큼을 양도차익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과세 대상 양도차익이 20억원에서 12억원으로 격감한다.
정부의 혜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0년간 거주했을 경우 12억원의 80%를 장기거주소득공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빼준다. 과세 대상이 1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엄청나게 줄어든다. 여기에 기본공제 2500만원을 다시 빼고 각종 조정을 거친 뒤 세율을 곱해 양도소득세가 산출된다. 10년간 20억원의 차익을 얻었지만 양도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는 셈이다. 12억원 비과세나 장기거주소득공제 80%는 상가나 오피스텔 등 다른 부동산과 비교해 볼 때 파격적이다. 1주택 근로자는 이 외에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 계산 때에도 14억원 기본공제 등 감면 혜택을 더 받는다.
무주택 근로자가 받는 혜택
집이 없어서 전월세를 살아야 하는 근로자는 주택과 관련해 어떤 세금 혜택을 받을까? 국세청 홈페이지를 보면 내용이 나와 있다.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가 국민주택 규모(85㎡) 또는 기준시가 4억원 이하의 주택(주거용 오피스텔, 고시원 포함)을 전월세로 살 경우 연간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월세액의 15~17%를 세액 공제 받을 수 있다. 주택을 보유한 근로자가 주택 가격에 제한 없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과 달리, 전월세 근로자는 연간 총급여가 8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제한도 걸려 있다. 근로소득이 많으면 집이 없어도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세제개편안에서 이 한도를 연간 1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무주택 근로자에게 주는 주택 관련 감세 혜택은 집이라는 물건이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납부할 세금액을 깎아주는 형태로 부여된다. 근로자가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는 것이다. 사회적 생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육체 재생산이 반드시 필요하고 육체 재생산을 위해서는 주택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래서 집이 없는 무주택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전월세 비용을 필수 생활비로 간주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개념이다. 1세대 1주택 근로자와 전월세 근로자에게 주는 주거 비용 관련 감세는 감면 대상과 형식이 다르지만, 주택을 근로자의 생필품으로 보고 사회적 생산력 유지를 위해 세금을 감면한다는 원칙이 공통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세금 혜택 비교
그렇다면 주택을 보유한 근로자와 전월세 근로자가 받는 세금 감면액은 같을까? 개개인마다 보유한 주택의 규모와 가격이 달라 천차만별이지만, 정부가 부여한 감면액 최고 한도는 비교해 볼 수 있다.
먼저 1세대 1주택자가 10년간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 장기거주소득공제를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세율을 40%로 계산할 경우 최대 감면 세액은 10년간 약 4억원, 연간 약 4000만원이다. 게다가 세금 계산 때 먼저 양도세는 비과세 12억원, 종합부동산세는 기본공제 14억원을 빼기 때문에 남은 금액은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러한 낮은 세율 적용 효과까지 감안하면 최대 감면액은 훨씬 늘어난다.
이에 반해 무주택 근로자가 받는 전월세 세액 공제 한도는 연간 1200만원, 10년간 1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유주택 근로자가 받는 세금 감면 혜택 중 장기보유소득공제(10년간 약 4억원)만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유주택 근로자의 감세액이 무주택 근로자의 3배 이상인 것이다. 비과세나 기본공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배수가 훨씬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런 세금 구조 때문에 부모 잘 만나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집을 물려받은 유주택 근로자와, 지방에서 상경해 맨몸으로 시작한 무주택 근로자는 같은 직장에서 같은 월급을 받으며 수십 년간 같이 일해도 노후 재산 축적에 큰 격차가 발생한다. 무주택 근로자 입장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줄이려면 최대한 빨리 영끌(영혼까지 담보로 잡히고 대출)이라도 해서 무조건 집을 사야 한다. 정부의 주택 관련 세제가 이러한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해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주택은 토지(주택 부수 토지)라는 투자재를 포함하고 있는 독특한 소비재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생산자물가 상승분만큼 가격이 오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래서 주택을 보유한 근로자가 전월세 근로자보다 시간이 갈수록 재산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근로자 계층이 사회 유지의 주력 부대이고 주택은 생필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정부 정책이 주택 보유 여부에 따른 근로자간 빈부격차를 줄이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세제 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은 1세대 1주택자에게 주는 감면 혜택은 대부분 유지하면서 전월세 근로자에게 주는 혜택은 찔끔 올리는데 그쳤다”며 “근로자 간 빈부 격차를 정부가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세대 1주택자에게 주는 감면 혜택을 더 낮추거나, 전월세 근로자에게 주는 감면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10년간 10억원)를 1인당 5억원(부부 합산 10억원) 평생 1회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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