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지나도 썰렁해요”…손님 줄고 물가 급등, 5일장의 눈물 [르포]

박연수 2026. 8. 1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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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이예요. 떨이. 바나나 한 송이 2000원에 가져가세요."

말복을 앞둔 지난 12일 오후 5시께 찾은 경기도 김포시 김포 북변5일장은 마감 시간을 앞두고 떨이가 한창이었다.

11년째 김포 5일장에서 과일을 판매한 김모(67) 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장터에 나왔다.

최고 기온 30도로 폭염이 한풀 꺾였지만 장터를 찾는 손님과 상인은 눈에 띄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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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5일장 가보니 빈자리 곳곳
평소 절반 수준만 나온 상인들
오이·시금치 등 채솟값 올라 부담↑
지난 12일 찾은 경기도 김포시 5일장. 마감시간이 되며 상인들이 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이날 장터에는 평소의 절반밖에 안 되는 상인들만 나왔다. 박연수 기자

[헤럴드경제(김포)=박연수 기자] “떨이예요. 떨이. 바나나 한 송이 2000원에 가져가세요.”

말복을 앞둔 지난 12일 오후 5시께 찾은 경기도 김포시 김포 북변5일장은 마감 시간을 앞두고 떨이가 한창이었다. 상인들은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드문드문 찾아오는 손님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손님이 없는 좌판에는 남은 과일과 채소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닭고기는 얼음이 가득 채워진 바구니 속에 담겨 손님을 기다렸다.

11년째 김포 5일장에서 과일을 판매한 김모(67) 씨는 이날 오전 7시30분께 장터에 나왔다. 하지만 손님이 좀처럼 오지 않아 마감 시간을 앞두고 과일 가격을 낮췄다. 김씨는 “손님이 너무 안 와서 차라리 쉬는 게 나을 정도”라며 “너무 더워서 열사병에 걸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전에는 8000원에 받던 것도 지금은 6000원에 팔고 있다”며 “날씨가 너무 더워 과일이 제대로 크지 못하고 작다. 남은 건 싸게라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축산물을 판매하는 안치영(58) 씨는 남은 닭고기 정리가 한창이었다. 그는 “트럭에도 물건이 하나 가득있다”며 “말복도 평일이라 다들 회사에서 해결해서 예전만큼 장사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포 5일장은 평소 상인 400여명이 모이는 장터다. 장날이면 주차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상인들이 몰리지만, 이날은 200명도 나오지 않아 시장 곳곳이 텅 비었다. 최고 기온 30도로 폭염이 한풀 꺾였지만 장터를 찾는 손님과 상인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12일 찾은 김포5일장의 한 가게에 닭고기가 얼음이 가득 담긴 통에 놓여있다. 박연수 기자

이곳 상인들을 어렵게 하는 것은 손님 감소만이 아니다.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다. 25년째 채소를 판매한 김모(59) 씨는 “물건 값이 너무 비싸서 팔아도 본전”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오이 한 박스가 3일 전에는 6만원이었는데 지금은 8만원”이라며 “한 박스 팔아 5000원 남기는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 주요 채소 가격은 폭염 등으로 인해 전월보다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12일 기준 오이 10개 소매가격은 7977원으로 전월 대비 38.8% 상승했다. 배추 한 포기는 3509원으로 28.5%, 브로콜리는 1930원으로 45.8%, 시금치는 1088원으로 87.3% 뛰었다. 양파도 1604원으로 10.1% 상승했다.

의류 상인들도 원가 부담을 호소했다. 의류 원단에 사용되는 나프타 가격 인상 탓이다. 40년째 옷 장사를 해온 한 상인은 “싸게 팔아야 손님이 오는데 국산 제품들은 가격이 올라 정말 조금 남는다”며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도 없어 마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폭염과 고물가가 결합되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을 유인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며 “전통시장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면 가격 메리트가 중요한데, 폭염으로 채소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어 가격 경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김포5일장의 한 청과물 상인이 과일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8000원에 판매되던 복숭아는 6000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박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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