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성 판단도 건너뛰었다…하청노조 ‘파업권 확보’ 직행 [H-EXCLUSIVE]

권제인 2026. 8. 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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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 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을 받지 않고 곧바로 파업권 확보에 나선 사례가 나오면서 향후 경영계와 노동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들은 통상 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이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먼저 제기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뒤, 이를 발판 삼아 교섭이나 쟁의행위 절차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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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하청노조 쟁위 조정 신청
사용자성 인정 절차 생략, 파업 ‘속도전’
“투쟁 수위 높이는 전략…기업 부담 커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이후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 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을 받지 않고 곧바로 파업권 확보에 나선 사례가 나오면서 향후 경영계와 노동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노동위원회로부터 사용자성을 먼저 인정받은 뒤 교섭과 쟁의행위로 나아가던 방식과 달리, 사용자성 판단 절차를 생략한 채 곧장 쟁의조정을 신청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로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모비스 하청노조 12일 조정 신청…찬반투표도 진행=14일 재계 및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하청노조는 원청인 현대모비스에 대해 파업권 확보 절차에 나섰다. 하청노조에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인 모트라스, 유니투스를 포함해 전국금속노동조합 12개 지역지부 25개 지회 소속 조합원 7375명이 포함된다.

현대모비스 하청노조는 1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행위 조정을 신청했고,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하청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 하청노조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별도의 사용자성을 판단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들은 통상 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미공고 시정신청’이나 ‘교섭단위 분리신청’을 먼저 제기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뒤, 이를 발판 삼아 교섭이나 쟁의행위 절차로 넘어가는 수순을 밟아왔다.

가장 먼저 파업권을 확보한 한화오션 하청노조도 사용자성을 먼저 인정 받은 뒤 파업권을 확보하는 절차를 거쳐 왔다. 불법파견 소송 등 하청 구조와 관련해 논란이 이어져 온 철강업계에서는 파업권 확보 후 원청과 하청노조가 교섭에 나서고 있다.

반면, 현대모비스 하청노조는 이런 절차를 건너뛰고 파업권 확보 절차로 직행했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조합법 2, 3조의 개정 취지 자체가 원청에 사용자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최근 자회사 램프사업부 매각 건에서 현대모비스가 실질적 결정권자로서 협의에 나선 것으로 볼 때, 스스로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하청노조가 ‘속도전’을 통해 원청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용자성 판단을 받는 과정에서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과 이에 대한 불복,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등으로 시간을 지체하는 대신, 쟁의행위 조정을 통해 사용자성 판단과 파업권 확보를 동시에 진행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노동전문 변호사는 “개정 노조법상 사용자성 판단을 반드시 시정신청이나 교섭단위 분리신청으로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다만, 노조 역시 사용자성 판단을 받고 이후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정 신청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러한 단계를 거쳐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모비스 하청노조는 쟁의권을 빠르게 확보해 투쟁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사용자성 판단과 파업권 확보가 한 번에 결정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중노위 판단도 장기화…업무형태별로 개별 판단=대표적인 간접고용 구조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에 대한 판단이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노위는 업무 형태별로 나눠 심판회의를 세 차례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사건에서는 통상 심판회의를 한 차례 거친 뒤 사용자성 판단이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노동위가 사건의 무게를 감안해 세부적인 판단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중노위는 이날 하청노조가 제기한 현대차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 재심신청 사건에 대해 판매 부문에 대한 심문회의를 진행하고, 21일에는 생산·총무 부문에 대한 심문회의를 별도로 할 예정이다. 첫 심판회의는 지난 10일 개최된 바 있다. 중노위는 현대차에 원청교섭을 신청한 10개 하청 지회를 생산, 판매, 총무 3개 단위로 분리해 판정문도 별도로 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울산지노위에서 세 차례에 걸쳐 회의당 4~6시간의 장시간 심문이 이뤄졌던 만큼, 재심을 맡은 중노위 역시 판단을 서두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울산지노위는 업무 형태에 따라 사용자성을 달리 판단하고 교섭에서 다룰 수 있는 의제도 한정한 바 있다. 울산·전주·아산공장 사내 하청 근로자들과 외주 업체 소속인 구내식당 근무자, 공장 보안·경비 요원들에 대해선 현대차가 교섭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반면, 판매대리점 소속인 카마스터(영업사원)에 대해선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울산지노위에서도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매 회의 장시간 심문이 진행됐다”며 “중노위 입장에서도 고심해서 나온 판단을 단기간에 뒤집거나 인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현재 법에 정해진 처리 기한이 20일밖에 안 돼 사용자성을 일일이 판단하기에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며 “중노위 역시 신중하게 판단했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회의를 길게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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