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뒷정리하라는 '펜션 수칙'…근거가 뭔가요? [질문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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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러 간 여행지에서 늦잠도 못 자고 청소하다 쫓기듯 나왔다." 펜션을 찾은 여행객 사이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만이다. 객실 정비 서비스가 숙박비에 포함돼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현장에선 투숙객의 뒷정리가 당연한 의무처럼 받아들여진다.
상당수 펜션이 투숙객에게 쓰레기 분리배출, 식기류 설거지, 사용한 침구류 정돈 등을 당연한 의무처럼 요구한다.
펜션 업주가 퇴실하는 투숙객에게 청소나 설거지, 쓰레기 분리배출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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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펜션 뒷정리 논쟁
휴가의 마지막 일정은 청소
법에도 없는 퇴실 숙제
법적 근거 없는 퇴실 의무
옛 민박 관행에 묶인 펜션
"쉬러 간 여행지에서 늦잠도 못 자고 청소하다 쫓기듯 나왔다." 펜션을 찾은 여행객 사이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불만이다. 객실 정비 서비스가 숙박비에 포함돼 있을 거란 기대와 달리, 현장에선 투숙객의 뒷정리가 당연한 의무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펜션 업주가 투숙객에게 뒷정리를 강요할 수 있는 걸까. 살펴보자.
![펜션 이용객들이 퇴실 전 설거지와 분리수거 등 각종 뒷정리를 요구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4/thescoop1/20260814101254880vula.jpg)
사용한 식기류 전부 설거지, 건조대 정돈, 음식물 쓰레기 물기 완벽 제거 후 전용 봉투 배출, 재활용품 종류별 분리수거 후 1층 외부 수거장까지 직접 반출, 사용한 이불 접어서 장롱에 넣기, 바닥 청소기 돌리기….
민준씨 일행은 퇴실을 준비하던 날 아침부터 안내서에 적힌 항목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오전 11시 퇴실 시각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조급해졌다. 결국 아침 식사마저 건너뛴 채 설거지와 청소에 붙들렸다. 뙤약볕 아래 분리수거장까지 쓰레기를 옮기고 나서야 겨우 짐을 챙겨 숙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민준씨는 "1박에 30만원이 넘는 숙박비를 냈는데도 아침부터 설거지하고 쓰레기까지 버리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숙박비에 객실 정비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청소를 손님이 직접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민준씨가 겪은 일은 일부 숙소만의 특이 사례가 아니다. 펜션 이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퇴실 뒷정리' 논란의 흔한 풍경이다. 상당수 펜션이 투숙객에게 쓰레기 분리배출, 식기류 설거지, 사용한 침구류 정돈 등을 당연한 의무처럼 요구한다.
심지어 퇴실 점검 시 청소 상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추가 청소비나 벌금을 요구해 마찰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수십만원의 숙박비를 내고 왜 청소까지 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지만, 업주들은 "어쩔 수 없는 관행"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비슷한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퇴실 전 설거지와 분리수거를 하느라 아침 시간을 다 빼앗겼다" "숙소마다 정리 기준이 제각각이다" "쉬러 간 휴가지에서 늦잠도 못 자고 청소하다 쫓기듯 나왔다"….
■ 법망과 빈틈① 법에도 없는 '퇴실 숙제' = 이 지점에서 한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펜션 업주가 퇴실하는 투숙객에게 청소나 설거지, 쓰레기 분리배출을 요구할 법적 근거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법령 어디에도 투숙객에게 뒷정리를 의무화한 규정은 없다. 관광진흥법, 공중위생관리법, 농어촌정비법 등 국내 숙박 관련 법률은 영업자의 시설·위생 관리 등 의무만 규정할 뿐, 이용자의 의무를 다룬 조항은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4/thescoop1/20260814101256138thgg.jpg)
■ 법망과 빈틈② '펜션'이라는 이름의 함정 = 그렇다면 법적 근거도 없는 뒷정리는 어쩌다 손님이 당연히 이행해야 할 관행이 돼버린 걸까. 답은 펜션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 펜션의 뿌리 격인 '농어촌민박업'의 성격은 출발점부터 전문 숙박업과 달랐다. 농어촌민박은 1990년대 농어촌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을 활용해 부가소득을 얻도록 만든 제도로, 주거 공간 일부를 내어주는 성격이 강했다. 그 과정에서 농어촌민박에 투숙한 이들이 '사용 공간'을 어느 정도 정리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펜션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독채형·풀빌라처럼 전문 숙박시설 못지않은 형태가 늘었고, 숙박요금 역시 고급 호텔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런데도 업소 대다수는 과거 민박 시절의 뒷정리 관행을 '이용수칙'이란 이름으로 요구하고 있다.
정란수 한양대(관광학) 겸임교수는 "과거 펜션은 내집 한편을 빌려주는 민박의 개념이 강했지만, 지금은 비싼 가격을 받는 곳이 상당수"라며 "숙박시설은 고급화했는데도 민박 시절의 청소나 관리 관행이 남아 있다 보니 소비자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기형적인 관행을 제재하거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법적 틀조차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펜션'이라는 하나의 독립된 업종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국내 펜션은 소관 부처와 적용 법률에 따라 농어촌정비법상 농어촌민박업(농림축산식품부), 공중위생관리법상 일반 숙박업(보건복지부), 관광진흥법상 관광펜션업(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파편화해 있다.
'펜션'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적용되는 법률이 제각각이다 보니, 불공정한 이용수칙을 판단하고 통일된 소비자 보호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이 쪼개진 숙박업 법제도를 정비하고, 투숙객과 업주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할 수 있는 표준약관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14/thescoop1/20260814101257716nzfa.jpg)
빈정민 변호사 역시 법률적 보완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빈 변호사는 "펜션의 법적 지위를 일원화하거나 최소한 소비자 보호 기준만이라도 통일하는 입법 정비가 시급하다"며 "불공정 수칙을 내건 업소에 실효성 있는 점검과 시정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예약시 이용수칙을 사전에 명확히 고지하도록 의무 규정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펜션의 모습은 달라졌는데 관행만 남아 있는 지금, 업계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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