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큰 만도, 내 자식은 왜 비좁은 기계 속 죽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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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만도가 이렇게 안전 관리나 장치도 없이 기계 가공과 정비를 시켰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정부가 대책을 강화한다고 하고, 중대재해 처벌하는 법도 생겼잖아요. 그런데 승모는 아무런 보호도 없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거기 좁은 데서 죽었어요."
HL만도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씨(28)의 아버지 김아무개씨는 아들이 일했던 현장을 직접 본 뒤 "상상 초월이었다"고 지난 11일 말했다.
승모씨가 숨진 지 열흘째인 지난달 31일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와 최고노무관리책임자(CLO)를 겸하는 HL만도 부사장이 카메라를 든 직원과 함께 찾아왔고, 이후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와 평택공장 관계자가 다시 찾아왔다.
인터뷰 이후인 지난 12일, 금속노조는 HL만도 김현욱 CSO 겸 CLO가 전날 오후 10시께 노조와 협의 없이 승모씨 유족이 일하는 일터를 찾아가 회유를 시도했다며 성명을 내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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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HL만도 청년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씨 유족, 중대재해 진상규명 요구
매일 만도로 출근, 만도 기계에 끼여 숨져 "현장은 상상 초월이었다"
당초 정규직 업무…안전장치도, 원청 감독도 없었다 "회사, 여태 사고즉보도 공유 않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렇게 큰 만도가 이렇게 안전 관리나 장치도 없이 기계 가공과 정비를 시켰다는 걸 믿을 수가 없어요. 정부가 대책을 강화한다고 하고, 중대재해 처벌하는 법도 생겼잖아요. 그런데 승모는 아무런 보호도 없이, 아무런 제재도 없이 거기 좁은 데서 죽었어요.”
HL만도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씨(28)의 아버지 김아무개씨는 아들이 일했던 현장을 직접 본 뒤 “상상 초월이었다”고 지난 11일 말했다. 이날 경기 평택 안중장례문화센터에 승모씨의 영정 앞엔 검은 기름때로 덮힌 승모씨의 작업모와 작업복, 출입증이 놓여 있었다. 빈소 문 앞엔 '고 김승모님 만도 중대재해 투쟁 20일차'란 팻말이 놓였다.
승모씨(28)는 지난달 22일 낮 12시48분께 HL만도 평택공장의 금속가공용 설비인 MCT(머시닝센터) 내부에서 정비 작업을 하다 숨졌다. 금속노조가 확보한 현장 작업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승모씨가 MCT 안으로 들어가 작업하는 사이 HL만도 원청 관리자가 원청 소속 작업자에게 시운전을 지시했다. 운전 버튼을 누른 직후 기계에서 '쾅' 하는 충격음이 났다.
HL만도는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해온 업체다. 올 상반기 매출 4조8000억 원, 영업이익 2006억 원을 올리며 고속 성장 중이다. 평택공장에서는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 등 제동장치를 제조한다. 핵심 설비인 MCT는 금속 부품을 깎아 구멍이나 나사산 등을 가공하는 기계다. 가로·세로 약 2~3m에 이르는 기계 내부에서 중량물이 빠르게 움직인다. 승모씨는 회전하던 기계와 벽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다.
승모씨의 부모는 사고 당일 소식을 듣고 곧바로 경기 화성 집에서 평택성모병원으로 향했다. 부검을 앞둔 아들의 시신은 아직 따뜻했다고 했다. “그냥 보면 자고 있는 거야. 내가 두드려 깨웠어요.” 그는 “그때는 몰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회사가 정말 조문하려면 그때 왔어야 한다.”
10년 전에도 정규직 머리 끼임, 안전장치 설치 않아
김씨는 “언론에 사건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 현장을 직접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안 봤으면 그냥 적당히 넘어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대기업들은 설비도 좋고, 룰대로, 매뉴얼대로 하는 줄 알았어요.” 공장 안 바닥은 기계에서 흐른 기름으로 미끌미끌했다. 그는 “공장 안은 찜통이고, 습하고, 껌껌했다”며 “그 20년 넘은 기계를 어두컴컴한 공장에서 돌리고, 아들은 땀 뻘뻘 흘려가며 일했다. 그 좁은 기계 안에서 아들은 피할 틈이 없었다”고 했다.
금속노조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HL만도 평택공장 청년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 사망 사고조사서(이하 사고조사서)'에 따르면 “당일 원청의 안전조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승모씨가 작업하던 MCT 12호기는 구형 설비로, 기계의 문을 열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인 '인터록'이 설치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승모씨가 당한 것과 유사한 사고가 2016년에도 있었다. 정규직 노동자가 MCT 내부서 작업하던 도중, 이를 모르고 시운전 작동이 이뤄졌다. 해당 노동자는 기계에 머리가 끼이는 산재를 입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인터록 설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평택공장 내 248대의 MCT 가운데 60%(148대)에 인터록이 설치돼있지 않다.
사고조사서에 따르면 당시 2인1조 작업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원청 측 작업 허가 조건인 △안전관리자 상시 관리감독 △작업 반경 내 근로자 접근 통제 △정비 중 조작금지 표지 부착 △위험성 평가서·작업허가서 인쇄 후 게시 등도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당일 두 개의 하청업체가 12호기에 작업을 들어갔는데, 현장에 원청 현장감독과 안전관리자가 없어 업무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원청 관리자는 승모씨가 MCT에 있는지 모른 채, 다른 업체 작업을 확인하기 위해 시운전을 지시했다.
만도지부 “회사, 지금까지 사고즉보도 공유 않아”
승모씨 어머니 김아무개 씨는 “현장을 알지 못하는 주부인데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서로 다른 두 업체가 한 기계에 들어가는데, 누가 들어가는지 소통하는 관리자가 없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나아가 사망 당시엔 원청 요구로 작업 일정이 이틀 앞당겨졌다고 한다. 이에 하청업체 반장이 승모씨에게 11호기 작업 마무리 전에 12호기 상황을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승모씨는 12호기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아버지 김씨는 사측으로부터 현재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자다가도 깨서 천장에 그려봐요. 아들이 죽기 10분 전 10분, 죽고서 10분. 20분 안에 있었던 일을 영화감독처럼 혼자 그려보려 하는데, 자꾸 물음표가 생겨요.” 그는 “그런데 그걸 누구도 여태까지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다. 노조로부터 들은 설명이 전부”라고 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HL만도 측은 노조의 요청에도 재해 당시 사고즉보(사측 사고조사서)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 HL만도 측은 관련 미디어오늘 질의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승모씨 유족은 이후 회사 대응이 “더욱 감정싸움이 되게만 한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회사 관계자는 세 차례 찾아왔다. 승모씨가 숨진 지 열흘째인 지난달 31일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와 최고노무관리책임자(CLO)를 겸하는 HL만도 부사장이 카메라를 든 직원과 함께 찾아왔고, 이후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와 평택공장 관계자가 다시 찾아왔다. 유족은 모두 돌려보냈다.
김씨는 “우리가 요구하는 여러 사항들에 대해 노조와 충분히 협의하고 와서 조문하는 것이 순서”라며 “책임자가 와야 했다면 아들이 죽은 뒤 성모병원에 왔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이후인 지난 12일, 금속노조는 HL만도 김현욱 CSO 겸 CLO가 전날 오후 10시께 노조와 협의 없이 승모씨 유족이 일하는 일터를 찾아가 회유를 시도했다며 성명을 내고 규탄했다.

압수수색 대상에 본사는 빠져, 사전 정보유출 의혹도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따르면 승모씨가 숨진 직후 만도지부는 긴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자고 요구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안위는 이후 닷새 만에 열렸다. 그 다음날인 7월28일 회사는 작업 중지 명령으로 멈춰선 MCT에 가공 부품을 노사 협의 없이 투입하려 해 노조가 막아섰다. 8월1일 아침 7시쯤엔 회사가 공장 내 MCT 설비에 인터록을 설치하겠다며 외주업체를 투입하려 했고, 이 역시 노조가 저지했다. 아버지 김씨는 “산재가 나도 설치하지 않았던 인터록을 사람이 죽은 뒤 열흘 만에 설치하겠다고 한다”며 “그러다 사람이 또 죽는다. 기계가 한두 대도 아니고, 안전 관리 감독도 없이, 또 아들처럼 외주업체에서 설치할 것 아닌가”라고 했다.
노동부와 경찰이 지난 7일 사망 16일 만에 공장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정작 같은 건물 8층 본사는 강제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관련 정보가 사측에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책위가 확보한 출입기록에 따르면, 본사 법무팀 임원이 압수수색 전날 이례적으로 이른 아침 출입해 장시간 체류했다. 압수수색 당일 영장 집행 직전에도 출입했다.
금속노조 “고 김승모씨 만도로 매일 출근, 원청 지시 받고 일해”

금속노조는 승모씨가 한 일이 회사의 불법파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속노조의 사고조사서에 따르면 HL만도 원청 관리자가 작업 현장에서 승모씨 등 업체 직원들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내렸고, 보고 역시 원청 관리자에 먼저 이뤄졌다. 원청이 하청업체 피아로딕스와 도급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일상적으로 업무를 지시해왔다고 했다.
복수의 HL만도 정규직 노동자에 따르면, 승모씨가 하던 설비 유지보수 업무는 당초 원청 정규직의 업무다. 회사가 2012년부터 퇴사자에 대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서 점차 외주화됐다. 생전 승모씨는 주5일(화~토) HL만도 평택공장으로 출퇴근했다. 업무는 HL만도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이 아침 7시~7시30분 시작해 오후 3시30분께 끝났다.
김씨는 “이전에는 뉴스에서 '위험의 외주화'란 말을 봐도 흘려들었다”고 했다. 이제는 아들이 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는지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매뉴얼을 잘 만들어 상생하게끔 하면 되는데 왜 안 되지? 왜 꼭 죽는 건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많이 죽지? 이걸 공부하고 있어요, 요즘.”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아들의 죽음에 관한 사실이라고 했다. “하늘나라 올라가서 아들이 '내가 왜 죽었냐'고 분명 물어볼 텐데. 이해하게끔 설명해줘야 하잖아요. '팩트'에 근거해 다큐 영화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SF 영화를 가지고 '아들아, 잘 모르겠는데 아마 이럴 거다' 얘기하면 될까요. 그럴 수는 없잖아요. 본인은 왜 본인이 죽었는지 몰라요.”
HL만도 CSO와 CLO를 겸하는 김현욱 부사장은 미디어오늘 취재 질의에 13일 문자 메시지로 “문의 내용에 일일이 입장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식 회사 입장은 홍보팀을 통하면 성실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HL만도 홍보 담당자는 “사안이 민감하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나 하나가 사건 원인 규명과 책임에 연관돼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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