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한민국에서 피지컬 AI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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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피지컬 AI 스타트업이 제안하는 규제혁신과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황 CTO는 다임테크놀로지를 "매일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는 피지컬 AI·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소개했다.
결국 2016년 연구에서 창업과 산업 현장 적용, 올해 카이로스 실증까지 이어진 약 10년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피지컬 AI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AI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지컬 AI나 다크팩토리(Dark Factory)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기업에는 어떤 기술이 적합한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막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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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의 AI가 시장에 가기까지…좋은 기술을 ‘팔리는 제품’으로 바꿔야
기술보다 어려운 현장 진입…“전국에 실증 테스트베드 더 많아져야”
스타트업 홀로 글로벌 경쟁 어렵다…“로봇 넘어 공장 자체를 수출하자”

한국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뛰어난 알고리즘과 우수한 연구인력은 출발점이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성능을 입증한 기술이 고객이 돈을 내는 제품이 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다시 해외 시장으로 확장되기까지는 기술개발과는 또 다른 장벽을 넘어야 한다. 특히 AI가 로봇과 설비를 움직이며 현실 세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피지컬 AI(Physical AI)는 이 과정이 더 복잡하다.
황일회 다임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글로벌 로봇 파운드리 도약과 K-피지컬AI 강국 실현을 위한 포럼’에서 던진 화두도 여기에 맞닿아 있었다. ‘피지컬 AI 스타트업이 제안하는 규제혁신과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황 CTO는 다임테크놀로지를 “매일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고 성장하고 있는 피지컬 AI·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소개했다. 그의 발표는 첨단 AI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어떻게 연구실을 나와 공장에 들어가고, 시장을 만들고, 해외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임테크놀로지로 이어진 연구와 사업화 과정은 이 질문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KAIST 장영재 교수 연구팀은 2016년부터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기반 대규모 군집 물류로봇 제어 소프트웨어 연구를 시작했고, 관련 기술은 2019년 KAIST 10대 기술에 선정됐다. 이후 장 교수와 연구실 출신 박사들이 2020년 회사를 창업했고,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는 반도체를 비롯한 실제 제조현장으로 이어졌다. 황 CTO 역시 이 연구의 핵심 연구자이자 창업 멤버였다.
결국 2016년 연구에서 창업과 산업 현장 적용, 올해 카이로스 실증까지 이어진 약 10년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피지컬 AI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AI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를 제품으로 바꾸는 사업화 능력, 고객이 직접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증 환경, 기술 도입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표준모델, 그리고 여러 기업의 기술을 묶어 세계 시장으로 나갈 산업 생태계가 함께 필요하다.

다임테크놀로지의 출발점은 사업 아이디어보다 연구에 가까웠다. KAIST 장영재 교수 연구팀은 공장 안에서 수백~수천 대의 물류로봇이 동시에 움직일 때 발생하는 복잡한 운영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황 CTO는 홍상표 박사, 장 교수와 함께 1000대 이상의 물류반송 로봇을 AI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 제어하는 연구에 참여했고, 이 연구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 반도체 제조 분야 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Semiconductor Manufacturing’의 2022년 우수논문(Best Paper: Honorable Mention)으로 선정됐다.
핵심은 연구성과가 논문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개입 없이 로봇이 이상 상황을 판단하고 작업 할당과 운영을 최적화하는 자율생산 시스템의 가능성을 연구한 뒤 이를 사업화했다. 다임테크놀로지는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공급했고, 적용 범위를 철강과 2차전지 소재 공장 등으로 넓혀갔다.
황 CTO에게는 이 과정 자체가 창업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종종 “기업에 기술 이전을 한 뒤엔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장영재 대표가 던진 “우리 손으로 좋은 기술, 좋은 제품을 만들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질문에 공감해 창업에 합류했다는 설명이었다. 연구자가 좋은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넘기는 것으로 역할을 끝내는 대신 직접 제품을 만들고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과정까지 가보겠다는 선택이었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AI 모델이 연구 환경에서 높은 성능을 내는 것과 고객의 현장에서 24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제조 AI에서는 기존 설비와의 연동, 공정 변화, 예외 상황, 유지보수와 생산성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다임테크놀로지가 현재 이기종 로봇 통합관제 xMS, 디지털 트윈 기반 도입검증 xDT, 운영최적화 시뮬레이션 xSIM 등을 통해 설계부터 구축·운영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사업화 과정과 맞닿아 있다.
황 CTO는 이번 포럼에서 이 여정을 2016년부터 2026년까지 이어진 과정으로 설명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현실의 수많은 불확실성 때문에 여러 로봇을 하나의 AI 체계에서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와 현장 적용을 이어간 끝에 올해에는 여러 종류의 로봇과 생산설비가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 아래 움직이는 단계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당시 많은 분들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이세돌9단과 대국으로 화제가 된 알파고는 통제된 바둑이라는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하지만 현실로 가면 얼마나 많은 불확실한 이벤트들이 발생하느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10년간 연구를 통해 최종적으로 다크팩토리를 이루는 여러 로봇들이 하나의 의사결정 체계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실증했습니다.”
좋은 연구가 좋은 스타트업으로 자동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성과를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 다임테크놀로지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첫 번째 조건이다.

기술의 제품화에 성공했다고 시장이 바로 열리는 것도 아니다. 황 CTO가 이번 발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둔 문제는 오히려 그 다음 단계인 실증이었다.
피지컬 AI 도입을 고민하는 제조기업의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복잡하다. 어떤 로봇을 써야 하는지, 기존 생산설비와 연결할 수 있는지, 창고와 생산공정 사이의 물류는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AI를 적용하면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까지 사전에 판단해야 한다. 여러 로봇기업의 기술을 개별적으로 비교하는 것만으로 공장 전체의 효과를 확인하기도 어렵다.
황 CTO는 특히 중소·중견 제조기업이 이런 불확실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지컬 AI나 다크팩토리(Dark Factory)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기업에는 어떤 기술이 적합한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막힌다는 것이다.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장소와 체계도 충분하지 않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는데 목표한 생산성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누가 그 위험을 부담할지도 문제로 남는다.

이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올해 3월 KAIST에 구축된 ‘카이로스(KAIROS·KAIST AI Robot Orchestration Systems)’다. 카이로스는 이기종 로봇과 센서, 생산설비, 디지털 트윈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제어하는 피지컬 AI 테스트베드(Testbed)다. 자율이동로봇(AMR), 휴머노이드, 협동로봇 등 서로 다른 장비를 AI 에이전트 기반의 단일 운영체제(OS·Operating System)로 연결해 공장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운영하는 개념을 구현했다. KAIST는 센서부터 제어·데이터 처리까지 전 구간을 국산 기술로 통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황 CTO는 카이로스를 단순히 새로운 로봇을 전시하거나 성능을 시험하는 공간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 제조공장에 필요한 생산설비와 창고, 물류체계를 구성하고 6종이 넘는 로봇을 하나의 관제체계 안에서 협업하도록 만든 공간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 트윈을 이용해 AI의 판단이 현실에 적용되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검증하는 구조까지 적용했다.
황 CTO는 산업계의 관심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한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이후 카이로스를 찾은 기관은 81곳이었다. 이 가운데 다크팩토리 도입을 고민하는 중소기업만 49곳이었고 방문 인원은 약 600명에 달했다. 연구를 위해 만든 시설이지만 실제로는 기술을 직접 확인하고 사업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려는 기업들의 방문에 상당한 시간이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희가 테스트베드와 실증 환경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많이 느꼈습니다. 이런 개념들을 실제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증 테스트베드가 전국에 훨씬 더 많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드립니다. 단순히 방문해서 개념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실제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로봇을 생산현장에 도입하고 싶다며 업무를 추진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 피지컬 AI 스타트업 육성 정책의 초점도 달라진다.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해 기술을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요기업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실패 위험을 낮춘 상태에서 시험하고 성능과 경제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장 진입 경로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황 CTO는 이를 위해 중소·중견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표준적인 다크팩토리 모델을 정부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처음부터 수많은 로봇·센서·소프트웨어 업체를 찾아다니며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대신 어떤 형태의 자율 무인공장이 표준적인 모델인지, 필요한 기술과 검증 과정은 무엇인지를 먼저 제시하자는 취지다.
피지컬 AI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결국 ‘좋은 기술을 개발할 기회’만큼 ‘좋은 기술임을 증명할 기회’가 중요하다. 피지컬 AI처럼 실제 산업설비와 결합해야 하는 분야일수록 그 간극은 더 크다.

실증을 통과했다고 끝도 아니다. 마지막 장벽은 시장 규모와 글로벌 진출이다. 황 CTO는 한국이 피지컬 AI 경쟁에서 중국이나 미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서는 승산이 크지 않다고 봤다. 중국은 로봇 하드웨어와 부품 공급망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미국은 대형 AI 기업을 중심으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obot Foundation Model)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같은 방식의 규모 경쟁에 나서기보다 오랫동안 축적한 제조업 역량을 피지컬 AI와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가 중국과 미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고 모방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위 로봇의 지능이나 부품 생태계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에서 꾸준히 구축해 온 노하우를 살려 공장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보고, 다크팩토리 자체를 완성해 나아가서는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가야 합니다.”
문제는 하나의 스타트업이 공장 전체를 만들 수 없다는 데 있다. 피지컬 AI 기반 무인공장에는 로봇뿐 아니라 센서, 제어기, 무선충전, 안전관리,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통합관제 소프트웨어 등이 함께 필요하다. 황 CTO가 제시한 ‘팀 코리아’ 구상은 이처럼 각 분야에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을 하나의 연합체로 묶어 공장 단위의 솔루션을 만들자는 전략이다.
그가 제시한 글로벌 진출 경로는 명확했다. 테스트베드(Testbed)에서 먼저 검증하고, 여러 기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패키지(Package)로 묶은 뒤, 이를 해외에 수출(Export)한다. 최종적으로는 개별 로봇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장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하는 ‘팩토리 애즈 어 프로덕트(Factory as a Product)’ 모델이다. 그가 표현한 목표는 “로봇을 판매하는 나라에서 ‘공장을 판매하는 나라’로”의 전환이다.
다임테크놀로지의 기술도 이미 이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는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제조·물류 시스템의 설계와 사전 검증, 구축, 운영을 연결하고 이기종·대규모 물류로봇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제어하는 것을 주요 사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황 CTO는 미국에서 제조시설 투자가 다시 확대되는 흐름 역시 한국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개별 스타트업이 단독으로 해외 공장을 수주하고 구축하기는 어렵지만, 국내 로봇·자동화·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연합해 검증된 시스템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다면 다른 시장이 열린다는 판단이다. 이 구상의 핵심에는 스타트업의 기술 경쟁력을 넘어 시장에 함께 들어갈 파트너와 판로를 만들어주는 산업 생태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 특히 피지컬 AI 스타트업들도 이런 연합을 만들어준다면 이를 검증하고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패키지 자체를 수출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모델이 잘 지원돼야 저희가 판로를 개척하고 우리나라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임테크놀로지는 2020년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그러나 황 CTO와 연구진의 출발점을 연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올해 카이로스에 이르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연구실의 강화학습 알고리즘은 산업용 소프트웨어가 됐고, 실제 공장에 적용됐으며, 이제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를 하나의 AI가 통합 운영하는 무인공장 실증으로 범위를 넓혔다.
그 과정은 한국에서 피지컬 AI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해야 하는지도 보여준다. 기술을 개발할 연구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가 제품이 되는 길, 제품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할 곳, 첫 고객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을 줄여줄 제도와 표준, 국내에서 검증한 기술을 세계 시장으로 가져갈 파트너와 판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결국 한국이 피지컬 AI 스타트업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만큼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이 연구실을 나선 뒤 시장에 도달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얼마나 잘 만들어 놓았느냐는 것이다. 황 CTO가 연구와 창업, 산업 현장 적용을 거쳐 이어온 약 10년의 과정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사례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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