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문고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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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동네 서점에서 꿈을 키웠다.
"뾰족한 수가 있어서 서점을 다시 시작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역에 서점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텍스트 힙' 시대이고 국제도서전에는 사람이 붐빈다지만, 다들 거기 가서 그런지 동네 서점은 장사가 안 된다(웃음). 불광문고 수련점 말고도 동네 서점이 많다. '동네에 서점이 있어 참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서점이 유지될 수 있게 책을 사주셨으면 좋겠다. 책을 사고파는 공간으로서 서점이 기능해야 문화 공간의 역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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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동네 서점에서 꿈을 키웠다. 어린이 코너 서가에 기대앉아 한참 책을 읽던 친구들이 어느 날 작가, 편집자가 되어 서점을 찾아왔다. 서울 은평구 불광문고에서 23년간 일한 장수련씨(50)는 “책 한 권이 사람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 경험이 나를 또 서점으로 향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2021년 적자 탓에 문을 닫은 불광문고가 약 5년 만인 2026년 7월3일 ‘불광문고 수련점’으로 돌아왔다. 760㎡(약 230평) 규모이던 서점은 절반도 안 되는 198㎡(약 60평)로 줄었다. 위치도 불광역에서 역말사거리로 바뀌었지만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다. “매일 300~350종의 신간이 나온다. 날마다 책을 챙기고 관리해야 엑기스만 남겨, 손님들에게 한 권이라도 더 보여드릴 수 있다. 불광문고의 오래된 직원들이 그걸 계속 해냈다. 손님들이 ‘여기는 진짜 필요한 책만 있네’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다.”
1996년 문을 연 불광문고는 동네에 몇 없는 종합서점이었다. 장수련씨가 서점 일을 시작한 건 1999년. 지금은 고인이 된 최낙범 당시 대표가 무역회사에 다니던 장씨를 영입했다. “무역회사에 다니기 전 서점 근처 우동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장님이 거기 자주 오셔서, 좋은 책이 있으면 소개하고 또 빌려주셨다. 그때는 은평구에 도서관이라는 게 없던 시절이었다. 사장님이랑 이야기가 잘 통했고 책도 실컷 볼 수 있을 것 같아 서점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막상 책 읽을 시간이 없더라(웃음).”
새로 서점을 준비하면서 예산 부족으로 포기한 것이 많았지만, 타협할 수 없던 조건은 ‘대로변’이었다.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이상 광고를 많이 하는 큰 출판사 책이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책은 ‘우연하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하고, 서점도 그렇다. 2층에 터를 잡았지만 대로변만큼은 놓칠 수 없었다.” 불광문고 수련점에는 베스트셀러 코너가 없다. 대신 ‘유한한 삶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일하는가’ ‘불평등의 시대’ 같은 주제에 따라 책이 진열돼 있다. 서점의 ‘안내도’를 따라 각자가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지난 5년간 누군가 근황을 물으면 장수련씨는 “서점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2021년 불광문고가 문을 닫는 순간부터 그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그의 목표였다. 불광문고를 둘러싼 환경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프라인 지역 서점은 대형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보다 책을 비싸게 공급받아 가격경쟁이 어렵다. 대형·온라인 서점은 할인이나 적립도 쉽다. 장씨는 책 정가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할인이나 마일리지 적립 등 추가 혜택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 도서정가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뾰족한 수가 있어서 서점을 다시 시작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역에 서점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텍스트 힙’ 시대이고 국제도서전에는 사람이 붐빈다지만, 다들 거기 가서 그런지 동네 서점은 장사가 안 된다(웃음). 불광문고 수련점 말고도 동네 서점이 많다. ‘동네에 서점이 있어 참 좋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서점이 유지될 수 있게 책을 사주셨으면 좋겠다. 책을 사고파는 공간으로서 서점이 기능해야 문화 공간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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