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승부! 대프리카로 [흠뻑 특집_땀 대구 팔공산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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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승부다. 8월의 팔공산 정도는 돼야 '땀 흠뻑 특집'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고려 왕건이 대구의 공산 전투에서 8명의 공신이 전사한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애도의 뜻으로 '공산'이라 불리던 산을 '팔공산八公山'으로 바꿨다는 설이 있다.
경북 군위 산성면 고향 마을을 품은 팔공산 자락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저수지에서 수영하고 산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야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구 산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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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승부다. 8월의 팔공산 정도는 돼야 '땀 흠뻑 특집'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도전은 실패했다. 대프리카(아프리카만큼 더운 여름 대구를 지칭하는 신조어)를 과소평가했고, 종주의 난이도를 얕봤고, 더 이른 새벽에 산행을 시작했어야 했다. 이런 저런 후회로 한숨을 쉬며 탈출하는데, 산길이 없다.
이정표가 있고, 데크 계단을 한참 내려왔을 정도로 하산길 초입은 선명했다. 휴대폰 GPS를 확인해도 등산로 위에 있는데, 길이 없다. 되돌아가기엔 너무 가파른 경사를 내려와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오후 6시를 막 지난다. "빽은 없다"를 무작정 외치기에는 바위를 가슴에 안고 한발 한발 숨죽여 지난다든지 하는, 국립공원 탐방로라고 보기 어려운 날것 그대로의 지능선이다.
확신과 의심이 반복된다. 국립공원에서 설치한 구조용 현 위치 나무 표지가 곳곳에 있다. 산길이 아닌가 의심하다가도,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안내용 말뚝에 걸음을 옮긴다. 폭염에 마음의 심지가 녹아버린 걸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포기하지 말고 갓바위까지 갔어야 했다'는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쓰러진 나무가 텃세를 부려 속도를 낼 수 없다. 짐승 길인지 사람 길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길 아닌 길을 더듬더듬 따른다. 세상의 소음이 닿을 수 없는 골짜기에 온 걸까? 대구는 이렇게 조용한 동네가 아닌데, 물소리 바람소리도 없다. 어둠이 찾아오기 전이지만, 체육관 담력 시험 온 태권도 흰 띠 어린이마냥 조마조마하다.
시커먼 숲 어디선가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기분. 꺼림칙하다. 하필 이런 때에 혼자 산행이라니, 테마가 '땀 흠뻑 특집'에서 '납량 특집'으로 바뀐다. 1,000년 전 유적 같은 시간이 멈춘 넓은 골짜기. 물 대신 소리를 삼키는 건지 설명하기 어려운 엄숙함이 깃들어 있다.
계곡 모퉁이를 도는데 "바스락 바스락"하는 소리, 무언가 있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여러 생각이 스친다. 멧돼지나 반달곰이면 어떡하지, 멈춰 있는 게 좋을까, 팔공산에서 반달곰이 발견된 적 없는데 약초꾼 아닐까, 여름에 무슨 약초꾼인가, 그렇다면… 하는 갖가지 우려가 번개처럼 지나고 어떤 존재를 마주쳤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조명처럼 쏟아지고 역광 속에 우뚝 선 모습이 우아하다. 잠깐이지만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줄 알았다. 노루였다. 판타지 애니메이션의 신령스런 영물 같았다. 동물원에서 보던 것보다, 몸집이 크고 부드러운 굴곡이었다. 4m 거리를 두고 멈춰 있던 몇 초가 10분처럼 느껴졌다. 한없이 순수한 검은 눈. 빨려드는 기분이었다.
산행 시작 9시간째, 이글이글 달궈진 몸과 정신이 검은 호수에 풍덩 빠졌다. 몸과 마음의 열기가 식으며 불안이 사라졌다. 평온해졌다. 노루가 사라진, 길 아닌 길로 갔다.

DSLR·물 4리터 메고 붙었으나, 넉다운
"대구 시내에서 한티재까지 택시비 많이 나와요. 태워드릴게요."
아침 7시, 대구 산악인 최원식씨의 배려로 한티재까지 기분 좋게 오른다. "힘들낀데~"하는 그의 말에 90도로 절을 하고, 계단을 오른다. 팔공산하면 '갓바위 부처'가 자동연상으로 떠올랐다. 절실히 빌면 한 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는 불자들의 성지까지 가는 힘든 길을 택했다. 한티재~갓바위 18km 종주. 어렵다고 소문난 코스는 아니지만, 대구의 폭염을 곁들이면 의미가 달라진다.
팔공산국립공원 동쪽 끄트머리에 솟은 관봉(850m) 정상의 5.5m 높이 석조여래좌상은 머리 위에 넓적한 바위를 갓처럼 얹고 있어, '갓바위'라고 불린다. 갓God은 영어로 풀어도 신神 아니던가. 1,000년 넘게 대구를 지킨 거대한 바위부처를 만나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전 9시가 되지 않은 시간, 소나무숲의 환대가 반갑다. 곳곳에 유서 깊은 절이 있는 불교의 성지 팔공산이지만 한티재는 천주교 순교성지다.
1868년 한티에서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마을을 포졸들이 습격했다. 믿음을 버리면 살려주고, 아니면 죽인다는 원칙으로 현장에서 믿음을 지킨 37명 이상의 신자들이 순교했다. 새소리가 소프라노 소리처럼 맑게 울려 퍼지는 산길을 오른다.

산수국 꽃밭이다. 보라색 팡파르가 능선에 내려앉았다. 야생 산수국 정원은 흔치 않은데, 산행 시작부터 수국의 응원을 받는다. 첫 번째 봉우리인 삼갈래봉, 이름처럼 능선이 만나는 곳인데 표지석 없이 이정표만 있다. 국립공원이 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곳답게, 깨끗한 이정표와 안내판이 여럿 있다. 산길 곳곳의 구멍은 오소리굴이다. 한때 팔공산에서 반달가슴곰을 목격했다는 설이 있었으나, 오소리로 결론 났다.
소박한 삼거리인 파계재는 인근 파계사에서 유래한다. 파계破戒는 스님이 계율을 어기는 것을 말하는데, 절 이름이라니 파격 중의 파격이라 여겼으나, 한자가 다르다. 여기서 파계把溪는 '물줄기를 잡는다'는 뜻으로, 절 주변을 흐르는 9개의 물줄기를 한 곳에 모은다는 뜻이다. 신라 애장왕 때인 서기 800년쯤 생긴 절이라 하니, 고개 이름으로 따올 법하다.
가파르게 올라서자 정상석이 있는 파계봉(991m)이다. 경치는 없으나 정상이 가까워 오는 듯해 사기가 오른다. 해발 1,000m대에 진입하자 진달래와 철쭉이 줄을 잇는다. 땅두릅이 빽빽하게 정글을 이뤘다, 조록싸리의 분홍꽃이 사람 키 높이만큼 자라서 얼굴에 꽃을 들이미는 것이 나쁘지 않다.
정오가 지나도록 마주치는 사람이 없다. 30℃를 넘어선 기온에, 사람이 없는 것이 정상일 터. 생각을 뒤집으려는 듯 좁은 산길에서 불쑥 사람이 나온다. 깜짝 놀란 얼굴인데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상을 쓰며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나보다 더 놀란 모양이다.

안개꽃을 닮은 미역줄나무 꽃과 물양지꽃이 노랗게 산길을 물들이고, 대구의 기온도 점점 높아진다. 마당재를 지나 가마바위봉을 넘어 톱날능선으로 들어갔다. 가야 할 산줄기가 처음 드러난다. 1,192m에 이르는 압도적 높이의 비로봉을 서봉과 동봉이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다. 꼭대기에 중계탑과 군 시설이 있어 자연스런 멋은 없으나, 요충지임을 실감한다.
톱날을 닮은 바위능선은 안전하게 데크길이 이어져 있어, 기념사진 찍기 제격이다. 사진기자와 게스트 없이 혼자 DSLR을 들고 왔다. 삼복더위에 팔공산 종주에 나설 사람은 드물다. 일행과 함께하는 산행도 좋지만, 혼자 하는 산행은 내면이 단단하게 깊어지는 최고의 방법이다. 다만 안전을 위해 GPS 경로를 가족과 공유한다.

우람한 덩치의 육산이 골산으로 일어선다. 3시간 내내 숲터널을 걷다가 바위 경치가 펑펑 터지는 곳에 나오자, 일어서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기분이다. 비로봉의 건물들이 갑옷 같다. 정상이 다가오자 더위가 극에 달한다. 얼음물 2리터와 전해질을 섞은 생수, 얼린 식혜, 여분의 물까지 전부 4리터쯤 가져왔기에 물 걱정은 없으나,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내 체력이 이것밖에 안 되었나'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여름 산행은 쉽지 않다.
헬기장이 있는 서봉을 지나 비로자나불께 향한다. 산 이름 중 유독 '비로봉'이 많은 것은 불교가 국교나 마찬가지던 시절 진리를 뜻하는 광명의 부처를 산 최고봉에 이름 붙인 탓이다. 팔공산 이름은 숫자 8과 인연이 깊다. 고려 왕건이 대구의 공산 전투에서 8명의 공신이 전사한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탈출해 애도의 뜻으로 '공산'이라 불리던 산을 '팔공산八公山'으로 바꿨다는 설이 있다. 공평할 공公이 비울 공空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여덟 가지 욕심을 버려야 갓바위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비로봉에 올라서기 직전, 우회로 같은 바윗길로 들자 단아한 부처가 대구를 바라보고 있다. 마애약사여래좌상이다. 중생의 병을 고치고 구제해 준다는 약사 신앙에 어울리는, 한없이 인자한 모습. 배낭을 내려놓고 곁에 앉아 같은 곳을 본다. 사람 사는 세상을 고요히 관조한다. 갈 길이 먼데, 땀에 전 몸이 거부한다.


뙤약볕이 지배하는 철망 옆 비로봉 표지석에 오른다. 꼬불꼬불한 열기가 군부대 시멘트길을 점령했다. 땡볕 아지랑이 속을 걷기가 무서울 정도로 열기가 막강하다. 아무도 없는 것이 당연한 산길을 지나자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이다. 높이 6m에 이르는 거대한 부처를 만난다. 묵은 땀과 욕심까지 두고 가라 말하는 것만 같다. 비로소 동봉이다. 전망데크에 모처럼 사람이 있다. 몇 마디 말을 붙이고 싶은데, 인사만 하고 땡볕을 떠난다.

간식을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다. 몸과 마음이 여덟 번은 공허해져야 끝나는 걸까? 갓바위 가는 길은 멀다. 염불봉까지 7개째 봉우리를 넘는데, 실상 비로봉과 동봉, 파계봉 외에는 정상석이 없어서 구분이 모호하다. 병풍바위 정자에서 널브러진다. 벌러덩 누었다가 일어나자 바닥에 땀 그림자가 생겼다. 까마귀가 맴돌며 하산을 종용한다. 그러고 보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여덟 가지는커녕 한 가지도 비우지 못했다. 하산할지, 갓바위로 진행할지 심란하다. 일곱 개 봉우리를 넘고, 두 분의 부처를 보았는데, 갓바위를 고집하는 것도 욕심이다. 갈림길에서 동화사로 하산을 택한다.
이상하다. 이정표며, 데크계단까지 선명하던 산길이 없다시피하다. GPS 지도는 등산로 위에 있다고 나오는데, 사람의 흔적이 없는 날것의 능선이다. 희미한 길도 순리일 터. 산길 비슷한 것을 추적하는 길에서 알을 품고 있던 매를 만나고, 영물 같은 노루도 만났다.
노루가 사라진 숲을 따라 가자, 나뭇잎을 투영한 햇살이 프리즘처럼 계곡을 비췄다. 화려한 바위도, 시원한 물살도 없는, 그냥 아무도 없는 숲이었다. 떨어지는 먼지까지 보일 것 같은 고요한 시간이 몸과 마음을 삼켰다. 신기하게도 동화사 시멘트길이 나왔다. 한 가지도 비우지 못했는데, 다 비운 듯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국립' 간판이 부끄러운 국립공원
팔공산 나무 표기 곳곳에 오류
한국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나무 6종류 가운데, 가장 구분이 쉬운 것이 굴참나무다. 식물 전문가가 아니라도, 굴피집의 지붕 재료와 와인 병마개 재료로 쓰이는 물렁물렁한 수피(나무껍질)와 길쭉한 잎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전문가의 분야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 굴참나무다.
팔공산은 202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최신 공원이지만, 굴참나무가 아닌 서어나무 노거수가 있는 곳이나, 신갈나무가 있는 곳에 굴참나무 안내판을 4개나 세워놓았다. 굴참나무가 있다가 쓰러진 것이 아닐까 했으나 주변에 굴참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고, 산행 내내 굴참나무를 보지 못했다.

팔각정과 신령재 사이의 하산길도 그렇다. 이정표와 현 위치 안내판, 초반에 데크 계단까지 설치해 놓았으나, 중간에 길이 사라졌다. 워킹으로 가기에 까다로운 바위 구간이 나와도 우회로나 보조시설이 없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탐방로는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사실과 다르더라도 식물 안내판만 세워서 예산을 집행하면 끝인 것인지, 알 수 없다.
국립공원 지정은 단순히 지도 위에 선을 긋고 탐방로 입구에 새 간판을 다는 행위가 아니다. 그 산이 품은 생태적 가치를 정밀하게 기록하고, 산을 찾는 이들이 안전하게 자연을 호흡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팔공산에서 목격되는 모습은 '국립공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와 무관심뿐이다.
식생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엉뚱한 나무 앞에 세워진 안내판, 그리고 탐방객의 안전을 담보로 방치된 길은 국립공원공단이 산 자체를 얼마나 안일하게 대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서글픈 증거다. 겉으로 보이는 숫자를 채우고 외형적 규모를 키우는 데만 급급해, 정작 국립공원의 본질인 '자연'과 '사람'은 소외되어 가고 있다. 새 옷을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팔공산이 진정한 의미의 국립공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을 위한 보여 주기식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의 식생을 발로 뛰며 다시 검증하고, 소외된 탐방로의 안전을 점검하는, 산에 대한 '진짜 관심'과 존중을 보여 줄 때다.
산에서 사고 나면 달려가는 대구 산악인 인터뷰 최원식(58)
그는 팔공산이 고향이다. 경북 군위 산성면 고향 마을을 품은 팔공산 자락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저수지에서 수영하고 산을 놀이터 삼아 뛰놀던 야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구 산악인이다. 20대 초반 산에 입문해 '자연과 더불어 산우회'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했고, 창립 30년이 넘은 산악회의 회장을 맡아 변함없이 정기산행과 등반에 나서고 있다.
2004년부터 <사람과 산>, <영남일보> 등에서 약 20년간 산악 전문 필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등반 장비를 짊어지고 1시간씩 어프로치를 걷는 수고로움을 외려 즐거움이라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올라운드 산악인'이다. 워킹산행, 암벽등반, 리지등반, 빙벽등반, 구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을 즐긴다.
팔공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주능선 병풍바위 지나 갓바위 쪽으로 가다 보면 있는 '조암'이라는 바위를 좋아합니다. 새 부리처럼 뾰족하게 생겨서 카리스마가 있어요. 그 앞에 대여섯 명 둘러앉을 수 있는 바위 동굴이 있어서 예전에는 최고의 겨울 비박지였습니다."
팔공산 당일 코스를 추천해 준다면?
"교통편이 좋은 수태골로 올라와서 동봉을 지나 병풍바위, 염불봉 주변을 걷고 동화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이 구간이 팔공산에서 조망이 가장 좋고, 중간에 언제든 하산할 수 있는 탈출로가 많아 당일 산행으로 가장 알맞습니다."
대한산악구조협회 이사이자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구조대 활동을 오래도록 하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 합니다. 제가 아는 지식을 후배들에게 바르게 전달해 주고 싶어서요. 간혹 산악회 활동만 오래 하신 분들은 옛날 스타일에 갇히기 쉬운데, 구조대는 전국의 베테랑들이 모이고 외국 신기술도 계속 도입하니까요. 우리 실정에 맞는 등반 사고 대응 시스템을 연구하고, 그걸 후배들에게 제대로 가르쳐 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강사를 하면서 저 역시 계속 배우게 됩니다."
최근 주왕산 초등학생 실종 사고 수색 현장에도 다녀오셨다고요.
"대구 구조협회 대원들과 함께 출동해 수색을 하고 왔습니다. 주왕산 대전사에서 주봉 가는 길은 탐방로가 아주 잘되어 있고 위험한 구간이 아니라 참 안타깝고 의문이 많은 사고였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 희미하게 남아 있는 옛길로 잘못 들어섰다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경사도 35도 이상의 급경사 흙비 탈로 연결되는 협곡인데, 가만히 서 있어도 미끄러지는 곳입니다. 마 지막에 4~5m 정도 되는 바위 낭떠러지가 있었는데 그 바로 밑에서 아이가 발견됐어요. 수습하는 과정에서 소나기가 엄청나게 쏟아져 구 조대원들도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대구 주변 산에도 이런 실종 사고 가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요즘 워킹과 암벽을 모두 아우르는 '올라운더'는 보기 드문데요.
"우리가 스무 살 남짓에 산을 처음 배울 때는 다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 시절엔 인공 암벽장이 없었으니 배낭 메고 1시간 이상씩 주능선 바위 까지 걸어 올라가는 걸 당연하게 여겼죠. 땀 흘리며 걸어가는 그 어프 로치 과정 자체가 참 재미있습니다. 요즘 후배들은 개척 보고회를 하면 어프로치가 얼마나 걸리는지부터 물어봐요. 시대가 변한 거겠지요."
수십 년간 등반을 한 번도 쉬지 않고 해온 비결은?
"산에서 욕심을 내면 안 됩니다. 내 실력이 5.10a 정도인데 과욕을 부 려 5.11을 하려고 매달리다 보면 인대가 늘어나거나 손을 다치게 됩 니다. 다치고 나면 회복될 때까지 한참 동안 좋아하는 산을 못 타게 되잖아요. 욕심 부리지 않고 자기 역량껏 즐기는 것이 지치지 않고 오 래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입니다. 요즘도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꾸준히 산에 갑니다."

산행 주의점
1 들머리인 한티재(740m)에서 정상인 비로봉(1,192m)까지 오르내림이 많다.
2 한티재는 칠곡과 군위 경계다. 동대구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2시간 20분을 가야 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지 않다. 다만 넓은 주차장과 식당이 있다. 평일에도 차박을 하는 차량이 몇 대 보였다.
3 톱날바위는 데크길이 있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다. 톱날바위부터 능선에 암릉 구간이 많지만 우회로와 데크 정비가 잘되어 있어 위험한 곳은 없다.
4 서봉은 정상 표지석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탐방로 상에서 마주치지 못했다.
5 정상인 비로봉에는 군사시설과 방송과 통신사 중계탑이 여럿 있다. 정상에 표지석이 있으나 송신탑 철조망 곁에 있어 정상다운 시원한 맛이 없다. 생략하고 곧장 동봉으로 가는 이들이 많다.
6 동봉에는 전망데크와 동봉 표지석이 있어, 산행의 정상 역할을 한다. 북쪽 영천 방면으로 시야가 트인다.
7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에 고정로프가 있는 짧은 암릉을 내려가면 '마애약사여래좌상'이 있다. 온화한 미소의 불상과 너른 터, 시원한 경치가 있어 들렀다 갈 만하다.
8 대구 방면으로 하산길이 많아 체력에 맞게 산행을 조절할 수 있다.
9 동봉에서 1.1km를 가면 팔각정이 있다. 여기서 갓바위 방향으로 400m를 가면 동화사 방면 갈림길이 있다. 이곳으로 하산은 추천하지 않는다. 데크계단이 있어 잘 정비된 하산길 같지만 내려갈수록 길의 흔적이 사라진다. 사람 발길이 드물어 자연으로 돌아간 듯하다.
10 능선상의 샘은 없으므로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중간 탈출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교통
한티재는 동대구역 출발 기준, 101-1번 버스를 타고 유성그린빌 앞에서 하차해 38번 버스를 타면 된다. 38번 버스는 하루 4회(09:40~16:05) 운행하므로 시간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유성그린빌 정류장(칠곡군 동명면)에서 칠곡 택시를 타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티재까지 7km이며 요금 1만 원 정도 나온다.
동화사에서 동대구역까지 17km이며 콜택시를 탈 경우 2만 원 정도 나온다. 버스를 탈 경우 팔공3번 또는 1번 마을버스를 타고 백안삼거리로 나와서, 401번 버스를 타면 동대구역에 닿는다. 1시간 정도 걸린다.
맛집(지역번호 053)
동화사 입구 고향정산채비빔밥(982-3885)은 산채비빔밥(8,000원), 냉면(7,000원), 냉면&숯불석쇠불고기(1만 원)가 별미. 비빔밥은 직접 밥을 떠서 8종류 나물을 담는 셀프서비스 방식이다. 산중식당(0507-1431-0448)은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다. 곤드레솥밥, 보쌈, 도토리전, 도토리묵이 나오는 세트메뉴가 1만8,000원. 보쌈 대신 쭈꾸미갈비볶음이 나오는 세트가 2만 원이다. 로스팅랩(0507-1355-0266)은 아메리카노를 곁들인 돈까스(9,000원)가 인기 있다. 돈까스 전문 카페로 다양한 종류의 돈까스를 맛볼 수 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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