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작인 줄 알았는데 '초대박'…홍합만 파던 교수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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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우의 수를 실험으로 하나하나 검증해가는 끈기와 집념이 과학 연구자의 핵심 자질입니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53)는 13일 인터뷰에서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이런 방식이 무식해 보일 수 있지만 꼭 한두 번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교수가 될 생각은 0.001%도 없었고 그냥 석사는 기본이라고 해서 지원했다"며 "KAIST 역사상 학부생이 대학원에 떨어진 사례는 유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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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으로 이어진 홍합 연구
탈모 샴푸 돌풍 일으켰죠"
암기 아닌 '정답 없는 연구'에 매료
홍합 접착성분 폴리페놀로 '대박'
"이공계 후배에게 귀감 됐으면"

“모든 경우의 수를 실험으로 하나하나 검증해가는 끈기와 집념이 과학 연구자의 핵심 자질입니다.”
이해신 KAIST 화학과 석좌교수(53)는 13일 인터뷰에서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이런 방식이 무식해 보일 수 있지만 꼭 한두 번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런 특이한 하나를 파고들다 보면 후속 연구 주제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홍합에 미친 ‘괴짜 과학자’

이 교수는 정석적인 ‘모범생 과학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남 거제고를 졸업한 뒤 재수 끝에 1993년 KAIST 생명과학과에 입학했다. 과학고 출신 동기들보다 두 살 많다는 이유로 과대(과 대표)를 맡았고, 대학 시절 밴드 활동에 푹 빠져 기타와 키보드, 드럼까지 섭렵했다. 공부를 소홀히 한 탓에 KAIST 대학원 입시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그는 “교수가 될 생각은 0.001%도 없었고 그냥 석사는 기본이라고 해서 지원했다”며 “KAIST 역사상 학부생이 대학원에 떨어진 사례는 유일하다”고 했다.
암기 위주의 생명과학 공부에 싫증을 냈던 그는 대학원에서 ‘정답이 없는 연구’에 매력을 느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로 유학을 갔고 의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9년 KAIST 화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20년 넘게 천착한 소재는 홍합이었다. 물속에서도 바위에 단단하게 달라붙는 홍합의 접착 원리를 연구하다가 천연 폴리페놀에 주목했다. ‘폴친자(폴리페놀에 미친 사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름마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해신’의 ‘해’는 바다 해(海) 자다. 이름에 하늘 천(天) 자를 쓴 아버지가 아들에게는 반대로 바다를 ‘선물’했다고 한다.
◇‘실패작’이 지혈제·탈모 샴푸로
폴리페놀 연구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 뻗어나갔다. 인체 조직에 잘 붙는 접착제를 만들려고 여러 조합을 시험하던 중 유독 잘 붙지 않는 물질을 발견했다. 접착제로서는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폴리페놀이 혈액 속 단백질과 결합해 지혈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홍합 연구는 창업으로 이어졌다. 폴리페놀을 응용한 의료용 지혈제를 개발해 2010년 이노테라피를 공동 창업했다. 폴리페놀의 단백질 결합 특성을 머리카락에도 접목했다. 탈모가 진행되면 모발이 가늘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그전에 폴리페놀로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모낭 없이도 머리카락을 피부에 붙일 수 있는 접착 기술까지 고안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별도 법인으로 폴리페놀팩토리를 설립했다. 이듬해 선보인 헤어케어 브랜드 ‘그래비티’는 출시 27개월 만에 270만 병 넘게 판매됐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작년 매출 30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400억원을 예상한다.
연구실 밖에서도 그의 실험은 계속된다. 개발 중인 물질을 자신의 머리에 직접 시험하고, 헤어 제품을 연구한 뒤로는 사람을 만나면 머리카락부터 살펴보는 ‘직업병’도 생겼다. 과학자 4명으로 구성된 ‘S4(Scientist 4)’의 일원으로 제품 광고에도 직접 출연한다. 그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후배 과학자에게 더 큰 꿈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선 과학자가 창업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운 사례가 많다”며 “폴리페놀팩토리를 대기업으로 성장시켜 이공계 후배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전=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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