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도 땡볕 아래 ‘양산 쓰는 남자들’···폭염이 바꾼 여름 일상[뉴스뷰]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예전엔 보기 힘들던 풍경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양산을 든 남자들이다. 출근길 직장인도, 대학생도, 중년 남성도 뜨거운 햇볕 아래 자연스럽게 양산을 펼친다. 몇 해 전까지 조금 낯설던 모습이 이젠 제법 자연스레 여름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2026년 여름, 경남 양산에서는 42.5℃의 기록적인 기온이 관측됐다. 더위는 이제 잠시 견디면 지나가는 계절의 불편함이 아니다. 우리가 입는 옷과 들고 다니는 물건,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까지 조금씩 바꾸고 있다.

그 변화는 소비에서도 드러난다.
2026년 7월1일~8월2일 GS25의 우양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0%, CU는 25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과 생수, 음료 등 대표적인 여름 상품도 판매가 늘었지만 증가폭은 10~20%대에 머물렀다. 유난히 우양산만 눈에 띄게 많이 팔렸다는 것은 사람들이 더위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우양산의 판매량이 아니다.
예전에는 양산을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남자가 양산을 쓰면 괜히 시선을 의식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더위에 양산을 쓰는 게 당연하지.”라는 말이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생각해 보면 사회의 통념은 늘 이렇게 변해 왔다. 환경이 바뀌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당연했던 기준도 조금씩 달라진다. 한여름에도 정장과 넥타이를 갖추는 것이 직장인의 예의였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쿨비즈와 비즈니스 캐주얼이 낯설지 않다. 국립국어원도 2021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양산의 뜻풀이에 있던 ‘주로 여성들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시대의 변화가 언어에도 반영된 것이다.

필자 역시 가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확실히 시원하고 편하다. 그런데 현관을 나서는 순간에는 잠시 마음이 머뭇거린다. 옷이 불편해서가 아니다. 내 옷차림보다 그것을 바라볼 사람들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며 머뭇거리는 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조금 아이러니하다. 날씨는 이미 반바지를 권하고 있는데, 마음은 아직 긴 바지가 당연했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사회의 변화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활은 이미 앞서가고 있지만, 생각은 늘 그보다 한 박자 늦게 따라온다. 낯설었던 것은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것은 결국 새로운 상식이 된다. 오늘 남자가 양산을 쓰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언젠가는 한여름 반바지 출근도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일상이 될지 모른다. 기후는 단지 기온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소비를 바꾸고, 생활을 바꾸고, 결국 사회가 당연하게 여겨온 기준까지 조금씩 바꾸고 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가장 먼저 낯설어지는 순간이 있다. 몇 년 뒤 지금의 여름을 돌아본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더운 여름에, 우리는 왜 긴 바지를 당연하다 생각했었을까?”
성덕환 선임기자 thekh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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