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 고속도로서 200m 역주행?…11억 ‘로봇 삼각대’의 최후 [결산대해부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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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를 대신해 차량 후방으로 이동하며 위험을 알리는 '자동주행형 비상신호 전개장치', 이른바 '레일봇'이 2년간 연구개발에 11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해당 장치에 대한 운전자의 실수요, 운전자가 사고 후 하차해 기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소형 기기가 고속도로 역주행 방향으로 충돌 없이 200m를 이동한다는 전제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이뤄졌다면, 추진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재원 투입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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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11억 지원했지만 ‘작동 성능’ 불충분 판정…지난해 5.5억 불용·개발 중단
해외의 삼각대 퇴출 흐름과 반대돼…예정처 “실수요·위험성 등 타당성 검토 부족”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를 대신해 차량 후방으로 이동하며 위험을 알리는 '자동주행형 비상신호 전개장치', 이른바 '레일봇'이 2년간 연구개발에 11억원을 지원받았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R&D(연구개발)에는 실패 가능성이 따르지만, 레일봇의 경우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당초 기획 단계에서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품 가치가 불투명한데다 차량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소형 장치가 차량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충돌 없이 200m 이상을 이동한다는 전제부터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레일봇은 행정안전부가 국민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직접 공모받아 실생활 안전기술로 개발하는 '국민 수요 맞춤형 생활안전 R&D 사업' 과제 중 하나로 개발이 시작됐다. 민간기업과 대학이 함께 참여한 이 과제에는 2023년부터 2년간 정부연구비 11억원이 지원됐다. 당초 2025년까지 3년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특별평가를 거쳐 중단되면서 3년차 예정액 5억5000만원은 불용됐다.
구체적으로 레일봇은 갓길이나 가드레일 등을 따라 주간에는 최소 100m, 야간에는 200m 이상 차량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차량 사고나 고장에 대한 경고신호를 보내, 2차 사고를 막는 안전 삼각대와 같은 기능을 한다. 운전자의 원격조작이나 자율주행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2차 사고 방지라는 순기능과 달리 레일봇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실시된 특별평가에서 이 과제에 포함된 '움직이지 않는 정지형 비상신호 장치 연구'는 적절하게 수행된 것으로 평가된 반면, 레일봇은 현장조사에서 작동 성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 계속 연구를 진행해도 현장 적용과 상용화가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지난해 예정됐던 5억5000만원의 연구개발비도 결국 집행되지 않았다.
레일봇은 연구부정이나 불성실 수행에 따른 제재성 중단이 아닌 '성실 중단(연구는 성실하게 수행했다고 판단되나 중간평가 점수가 낮은 경우)'으로 처리됐지만, 이 같은 실패에는 단순한 기술적 제약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의 면밀한 실효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정처는 우선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자율주행 장치의 단가 등을 고려할 때 일반 운전자가 이 제품을 별도로 구매할 유인이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봤다. 기술을 실제 구현할 수 있는지에 앞서 소비자들이 레일봇을 과연 얼마를 주고 살 것인지, 수요와 상품가치를 충분히 따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소재 대학 기계공학과 교수도 "기술 중심의 R&D가 아닌 최종적으로 일반 운전자를 타깃으로 시장에 나가는 게 목적인 개발이면 상품 가치가 있는지, 기존의 값싼 삼각대 같은 안전장치 대비 어떤 효용이 있는지가 명확했어야 한다"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아닌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별도의 안전장치를 구매해 트렁크에 구비하고 다닐 이유는 적어 보인다"고 짚었다.

2차 사고 막으려다 다른 사고 낼라
운전자들이 레일봇을 구매한다 해도 안전 문제가 남았다. 레일봇이 운전자 대신 100~200m 이상을 직접 이동하지만, 그 전에 레일봇을 도로 위에 꺼내놓아야 하는 것은 운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기존 안전삼각대를 설치할 때와 마찬가지로 2차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수요와 안전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실제 도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도 남는다. 예정처는 자율주행 기능이 구현되더라도 시속 100㎞ 이상으로 차량이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소형 장치가 다른 차량과 충돌하지 않고 차량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200m를 이동하기에는 제약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레일봇이 이동하는 갓길의 노면이나 가드레일 상태, 사고 차량의 위치가 매번 다른 만큼 오히려 고속도로를 돌아다니는 또 다른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사고 발생시 운전자를 도로 위로 내보내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와 기술이 바뀌고 있다. 영국은 일반 도로에서 45m의 안전삼각대 설치 기준을 두고 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삼각대를 사용하지 말도록 안내한다. 스페인은 올해 1월부터 기존 안전삼각대를 퇴출하고, 차량 지붕에 부착해 빛을 내면서 위치정보를 교통당국에 전송하는 연결형 경광장치 'V-16'만 허용하고 있다. 창문으로 팔을 내밀어 차량 지붕에 부착할 수 있어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는 방식이다.
예정처는 "해당 장치에 대한 운전자의 실수요, 운전자가 사고 후 하차해 기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 소형 기기가 고속도로 역주행 방향으로 충돌 없이 200m를 이동한다는 전제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이뤄졌다면, 추진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재원 투입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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