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 ‘생존 동맹’ 영역 확장…“배터리·자율주행칩·IoT·로봇까지” [biz-플러스]

유민환 기자 2026. 8. 1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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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자동차용을 넘어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도 공동 개발 중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와 성능 고도화를 맡고, 삼성SDI가 고용량 소재 개발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양산을 준비 중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도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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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90에 삼성SDI 배터리 탑재...플래그십 전기차 협력
삼성전자 파운드리, 현대차 자율주행용 칩 위탁생산
라이벌에서 파트너로...이재용·정의선 3세대 신뢰 구축
글로벌 경쟁 심화 속 국내 대표 그룹 ‘실리 동맹’ 가속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배터리와 반도체에서 시작된 협력이 로봇,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IoT 플랫폼으로 빠르게 번지며 두 그룹의 관계가 경쟁에서 공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그 상징적 결과물이 올해 3분기 출시될 제네시스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90’이다. GV90에는 삼성SDI(006400)의 각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현대자동차가 20년 넘게 쌓아온 전동화 기술력을 총결집한 플래그십 모델에,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나중에 손을 잡은 삼성SDI의 배터리를 얹은 것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내연기관에 비유하면 엔진에 해당한다. 이 핵심 역할을 삼성SDI에 맡겼다는 것은 양사 협력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보여준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현대차·기아(000270)는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과 주로 손을 잡아왔다. 삼성SDI와 처음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건 2023년이다. 하지만 협력 속도와 범위는 예상보다 빠르고 넓다. 올해 유럽 시장 공략의 핵심 볼륨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3와 기아 EV2에 이어 최상위 모델 GV90까지 삼성SDI 배터리를 선택했다.

현대차·기아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선호해 왔지만, 삼성SDI가 생산하는 각형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니켈 함량 91% 이상의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로 출력을 끌어올리고, 실리콘을 나노 수준으로 미세화한 뒤 복합한 음극재로 기존 각형 배터리의 고질적 팽창 문제를 해결했다.

GV90의 콘셉트 모델로 알려진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제네시스

배터리가 협력의 출발점이라면, 반도체는 두 그룹 결합의 깊이를 보여주는 영역이다. 현대차와 삼성전자(005930)는 2023년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20’ 공급 협력을 맺었다. 엑시노스 오토 V920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저전력 메모리를 탑재해 디스플레이 6개와 카메라 센서 12개를 한 번에 제어하고 운전자 모니터링 기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는 지난해 10월 현대차가 자체 개발하는 8㎚(나노미터·10억분의 1m) 자율주행용 칩 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2028년 칩 개발 완료,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그 외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인 내장형 자기메모리(eM램) 개발 등에서도 양 사가 협력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도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삼성전자는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차량에서 가전을 제어하는 ‘카투홈’, 집에서 차량을 원격 조작하는 ‘홈투카’ 기능을 함께 확장하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볼 전달을 준비 중인 아틀라스. 현대차그룹

로봇 분야는 양 사의 결합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삼성SDI와 현대차·기아는 자동차용을 넘어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도 공동 개발 중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와 성능 고도화를 맡고, 삼성SDI가 고용량 소재 개발을 담당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양산을 준비 중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도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기(009150)도 아틀라스의 눈이 될 카메라 모듈 공급을 노리며, 3분기 휴머노이드용 고화질·고화소 센싱 모듈을 초도 양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현대차그룹의 방산 계열사 현대로템(064350)은 공동 개발한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을 육군에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로봇 플랫폼을 맡고, 현대로템이 무기체계 개조를 담당하는 분업 구조다.

두 그룹이 손을 맞잡게 된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개인적 신뢰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1세대),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2세대) 시대까지 재계 서열 1위를 다투던 두 그룹은 3세대에서 국내 경쟁보다 글로벌 대응에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미중 패권경쟁과 공급망 재편이라는 지정학적 파고를 넘으려면 국내 기업끼리의 경쟁보다 협력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민환 기자 yoogiz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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