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리 끝까지 지키겠다” 공범 편지 있었지만, 경찰 ‘위법 수집 증거’ 탓에 무죄됐다

임현경 기자 2026. 8. 1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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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핵심 증거를 압수목록에서 누락해 마약 혐의 피의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취재 결과,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박정제)는 지난 5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됐다.

A씨는 친구이자 동거인인 B씨와 함께 마약을 수거·운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24년 1월 익명의 마약상으로부터 텔레그램을 통해 주택가에 숨겨둔 합성 대마를 수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A씨는 B씨에게 휴대전화 앱으로 택시를 불러줬다. B씨는 택시를 타고 새벽 2시쯤 서울 동대문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 4125만원 상당의 합성 대마 165통이 든 검정 비닐봉지를 가지고 나와 A씨가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검찰은 A씨를 B씨의 공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B씨는 A씨보다 먼저 구속수사를 받은 뒤 1심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해서 부른 것이지, B씨가 어떤 일로 외출하는지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B씨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씨는 마약 수거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1심은 지난해 10월 A씨의 공범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과 추징금 4125만원을 선고했다. 핵심 증거는 B씨가 구치소에서 A씨에게 보낸 편지였다. B씨는 이 편지에서 “결과는 너도 알다시피 최악이고, 솔직히 네가 내 입장이었어도 많이 흔들렸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의리를 지켰다고 생각하고 기왕 지킨 의리 끝까지 지킬 생각이다”라며 “항소심 때는 적어도 마약 변호사 선임해줘라. 아니면 아예 좀 규모가 있는 로펌을 써주든가”라고 적었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단순한 친구 관계에서 호의를 바라는 정도를 넘어 유죄 판결을 먼저 선고받은 공범의 입장에서 피고인(A씨)에게 서운함을 토로하는 내용의 서신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수감된 B씨가 A씨를 통해 자신의 윗선과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점도 A씨의 유죄 근거로 쓰였다. 재판부는 A씨가 윗선이 누구인지 알고 있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편지를 유죄 근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지난해 4월 A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때 편지를 압수해놓고도 수색 증명서엔 “피고인의 방실을 수색한 결과, 증거물 등이 없었음을 증명합니다”라고 기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편지들은 압수수색 목록에도 빠졌고, 추후 채증 자료로만 제출됐다.

2심 재판부는 “이는 경찰 스스로 압수한 물건이 없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며 “경찰이 이 사건 서신들을 압수한 것은 절차적 규정을 어겨 위법한 것이고, 이를 토대로 이뤄진 경찰의 증거 획득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 이 편지를 토대로 A씨와 B씨를 조사한 진술의 증거능력도 모두 배제됐다.

2심 재판부는 다른 정황만으로는 A씨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B씨는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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