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산을 오르듯, 손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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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가수 손빈아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경남 하동에서 나고 자라 진주에서 직장을 다니던 그는 2017년 24세 때 우연히 참가한 대한민국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인생이 달라졌다. 2018년 1집 앨범 <다듬이/사랑해 당신>으로 정식 데뷔한 그는 이후 MBC <최애 엔터테인먼트>, JTBC <히든싱어6>, SBS <트롯신이 떴다2> 등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시즌1에서는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고, 시즌2에서도 본선 1차전 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됐지만, 유독 오디션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손빈아는 진흙 속 진주처럼 마스터의 눈에 띄었다. <미스터트롯3>에서 예심부터 결승까지 매 라운드 안정적인 가창력과 시원한 고음으로 화제를 모으며 '진선미 컬렉터'라는 별명을 얻었고, 대국민 응원 투표에서도 꾸준히 2위권을 지키며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 손빈아는 최종 2위인 '선'의 자리에 올랐다. 대중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노래 때문만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한 성실함, 선의의 경쟁을 즐기는 긍정적인 태도, 팬들을 대하는 다정함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다.

<우먼센스> 창간 38주년을 기념해 화보를 촬영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에너지가 넘쳐 보였어요.
제가 MBTI가 ENFP라 자유분방하고 밝은 편이에요. 무대에서도 안무를 하다가 즉흥 적으로 관객들 곁으로 가기도 하고요. 안무 선생님들은 당황하지만, 무대에서 관객을 보면 절로 다가가게 돼요.
재기 발랄하고 창의적이며 반응이 빠른 활 동가인 ENFP의 표본이에요.
본래 INFP였는데 <미스터트롯3>를 마치고 TOP7과 모여 활동하면서 MBTI가 바뀌었 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멤 버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바뀐 것 같아요. 그러고 집에 가면 기절하듯 잠을 자요.(웃음)
집에 있을 땐 뭘 하며 시간을 보내요?
반려견 '뽀또'와 시간을 보내요. 요 며칠은 스케줄이 바빠서 동생이 봐주고 있어요.
동생 덕분에 가수가 될 수 있었다고요.
제가 공업고등학교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저의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어요. 운이 좋아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 았지만 그 순간이 제게 트라우마로 남았고 회사를 그만뒀어요. 이후 공무원 시험을 준 비하면서 동생과 코인 노래방에 자주 갔는데, 동생이 아버지에게 "형은 노래가 천직" 이라고 말한 게 아버지의 허락으로 이어졌죠. 동생의 한마디로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산에 오를 때 한 걸음씩 천천히 가면
결국 정상에 도착해요. 포기하거나 욕심내지 않고 정상 방향으로만
가면 되죠. 인생에서도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허락을 받는 순간 기분이 어땠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죠. 저는 어려서부터 가수를 꿈꿨거든요.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제 노래를 듣고 "목소리가 예쁘다"고 칭찬하시고 직접 음정을 가르쳐 주시며 동요 대회에 나가는 걸 도와주셨어 요.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에서 노래했고, 대 학 시절엔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노래하러 가곤 했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직장인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변에서 가수를 하려면 논도 팔고, 갖고 있 는 건 다 팔아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걱정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웃음) 그래서 아버지를 고생시키지 말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로 했 죠. 노래는 꿈에서 취미로 밀어놓은 채로요.
그 후 대한민국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에서 '뿐이고'를 불러 대상을 받으며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무대에 오르고 싶어 처음으로 가요제에 나갔는데 덜컥 1등을 했어요. 운 좋게 작곡가 선생님을 만나 앨범을 발매했죠. 데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 시작이 좋았어요.
데뷔 후 꽤 긴 무명 시절을 겪었습니다. 미래가 걱정되지 않았어요?
저는 항상 '나는 잘될 거야'라는 자신감이 있 었어요. 또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가 주 어진다는 게 행복해서 다른 생각은 하지 못 했죠. 본래 긍정적이기도 하고요.
<미스터트롯> 전 시즌에 출연해 '진선미 컬렉터'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도전 끝에 <미 스터트롯> 시즌3 선이 됐고요.
아버지가 과묵한 경상도 남자인데, 어느 날 저에게 전화를 걸고 펑펑 우시는 거예요. 저 는 눈치도 없이 "아버지, 약주하셨어요?"라 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유튜브에서 제가 퇴 근하면서 팬들에게 인사하는 '퇴근길 영상' 을 보신 거예요. 제가 많은 팬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대견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나 셨대요. 제게 "열심히 잘해서 사랑받고 있 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도 "항상 인사를 잘하고 다녀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덧붙이세요.

인생은 등산처럼
손빈아는 '트로트계의 엄홍길'로 통한다. BAC 명산 100(2002년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과 백두대간을 완주했다. 과거 6개월 동안 등산을 하며 시 간을 보냈다. 그는 "정신을 수련하는 데 산 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에게 등산은 어떤 의미일까?
등산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모임이 금지되면서 하루아침에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됐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당시 매니지먼 트 대표님이 "등산을 하자. 너한테 많은 도움이 될 거야"라고 권유하셨죠. 처음엔 '어 차피 내려올 건데 왜 올라가?'라는 마음이었고, 힘들었어요.(웃음) 그러다 산을 10개, 20 개, 30개 오르니까 점점 더 체력이 좋아졌고 저 자신이 달라졌어요.
어떻게 달라졌나요?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어요. 처음엔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고 걸었는데 나중엔 주변을 둘러보게 됐어요. 나무와 돌,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난 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죠. 오르다 보면 숨이 차고 힘든데 또 금세 페이스가 돌아와요. 그러다가 정상에 오르면 힘든 과정이 잊히고, 산 아래 경치를 보게 되죠. 어느 순간 등산하는 과정이 인생 이랑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어떤 부분이 비슷한가요?
산에 오를 때 한 걸음씩 천천히 가면 결국 정상에 도착해요. 포기하거나 욕심내지 않고 길을 따라가면 되죠. 인생도 자신이 정한 방 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목표에 도달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릴 적에는 굉장히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그런데 마트 정육점 코너에서 일하며 큰 목소리로 손님을 모 으면서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또 보안 담당 직원으로 일하면서 하루 종일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한 경험은 정자세로 인사하는 습관이 됐어요. 지나고 보니 도움이 되지 않는 경험은 없더라고요.
느리더라도 정상으로 향하겠다는 마음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데 큰 도움이 됐 을 것 같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힘들지만 재밌는 작업이에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 롭게 노래할 수 있는 부분이 저와 잘 맞았죠. 저는 음악을 도화지라고 생각해요. 그리 고 싶은대로 그리고, 대중에게 박수를 받을 때 행복을 느끼죠.
경쟁에 대한 부담은 없었어요?
저는 한 번도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 그림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노래하 는 것이니까요. 내 자신을 믿고 그려놓은 것을 보여주면 평가는 마스터들과 대중이 하니까요.
치열한 경쟁을 벌인 김용빈(<미스터트롯3> 진)과는 '투용빈'으로 불리며 절친이 됐죠.
용빈이와 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오디션이 끝난 뒤엔 친구가 됐어요. 이름(손빈아의 본명 손용빈), 나이, 혈액형이 같아 서 신기해요. 그런데 성격은 정반대예요. 저는 외향적이고 활발한데, 용빈이는 침착하 거든요. 또 저는 평소에 거의 꾸미지 않아 동네 삼촌 같은데, 용빈이는 타고나길 연예인 이에요. 그런데 막상 대화해보면 잘 통해요.
김용빈은 손빈아에게 어떤 친구인가요?
또 다른 나. 묘하게 접점이 있어서 볼 때마 다 '나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팬이라는 기적
지난해 말 첫 번째 팬 미팅 <별, 빛, 밤>을 진행했습니다.
한 공간에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모이는 건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무대에 올라서며 환호성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 이 흘렀죠. 팬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제 인생 의 목표가 바뀌었어요.
어떻게 바뀌었나요?
과거엔 대한민국에서 콘서트를 제일 많이 한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다 많은 사람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자는 목표가 생겼었죠. 이제는 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분 들을 위해 노래하자고 생각해요.
팬들에게 '역조공'으로 유명합니다. 화채 1,000인분과 갈비찜, 아이스크림, 커피까지 메뉴도 다양하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저를 보기 위해 와주시는 팬을 보면 감사해요. 제가 받은 사랑을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음식을 했어요. 제가 요리를 꽤 하거든요.(웃음) 갈비찜을 만들 땐 콘서트를 마치고 집에 가서 재료를 손질하고 커다란 냄비 3개를 불에 올려놓고 밤새 끓였어요.
과묵하시던 아버지가 어느 날 전화를 걸어
펑펑 우시는 거예요. 눈치도 없이 "약주하셨어요?"라고 여쭸는데,
알고 보니 유튜브에서 제 영상을 보시고
제가 대견해 눈물이 나셨다는 거예요
바쁜 스케줄 중에 역조공을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에 와서 저를 기다리 는 팬들을 생각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도 좋 고요. 팬들의 댓글을 보면 "손빈아의 노래를 듣고 희망을 얻었다", "치유받았다", "용기를 얻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럴수록 더 노 래를 열심히 하고, 더 긍정적이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손빈아의 롤 모델을 꼽아주세요.
그룹 코요태의 김종민 선배님이요. 가수로서, 예능인으로서 변하지 않는 분이에요. 또 연예대상을 받고도 변함이 없어요. 모든 사람이 가면을 쓸 수 있지만, 그 가면은 시간이 흐르면 벗겨질 수밖에 없죠. 억지로 꾸미 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드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이왕이면 좋은 사람이면 좋고요. 그래서 더욱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덤 '빛나는 별'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게 팬들은 삶의 이유예요. 팬들의 사랑이 어떤 것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느 끼고 있어요. 늘 팬들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합니다. 더 소중히 대하고, 감사하겠습니다.
Editor 김지은
Model 손빈아
Photo 곽기곤
Hair 소라
Make up 임동진
Styling 윤슬기, 김수진, 안나현(VERYNINE)
김지은 기자 a0519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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