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기 지원 안 하면 神이 심판"… 우크라가 한국 콕 찍은 이유

정승임 2026. 8. 14.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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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기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한층 더 거세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한국을 콕 집어 "방공시스템을 지원받고 싶다"고 공개 발언하자 한국 정부는 전쟁 발발 직후인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내법에 따라 분쟁 지역에 방산 물자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수록 한국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 "한∙우크라이나 양국 외교관들이 무기 지원과 관련해 접촉하고 있다"며 연일 압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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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국내법 따라 불가" 입장 밝혔지만
젤렌스키·현지 언론  연일 "무기 지원" 압박
①북한군 파병 현실화: 양국 한배에 탔다
②미국∙이란전쟁 변수: 중동엔 무기 지원
③드론 기술 자신감: "우리가 줄 것도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세르비아궁에서 세르비아 대통령과 회담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 무기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한층 더 거세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한국을 콕 집어 “방공시스템을 지원받고 싶다”고 공개 발언하자 한국 정부는 전쟁 발발 직후인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내법에 따라 분쟁 지역에 방산 물자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쉽게 물러서지 않을 분위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실전 경험을 쌓을수록 한국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것”, “한∙우크라이나 양국 외교관들이 무기 지원과 관련해 접촉하고 있다”며 연일 압박 중이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일제히 한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키이우포스트는 11일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했지만 한국은 거부했다’는 제목의 기사로 대비 구도를 부각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유튜브 채널에서 “한국은 여전히 몸을 사리고 있고 우리에게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한국의 신이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는 비난성 발언까지 했다.


①북한군 파병 현실화: 양국 한배에 탔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9월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스푸트니크·AP 연합뉴스

4년 전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노골적으로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나선 데는 북한군 파병이 큰 영향을 끼쳤다. 북한이 군 병력을 러시아에 처음 파견한 것은 2024년 10월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 3만~5만 명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KN-23과 KN-24 계열의 탄도미사일도 지원했다.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고 그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고급 군사기술을 이전받을수록 한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만큼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한배를 탔다’는 주장이 가능해졌다. 한국의 무기 지원 당위성을 강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방공망 부족 사태를 겪는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추가 파병 소식은 악재다. 휴전에 뜻이 없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가 유리해져서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에너지시설 집중 공습에 성공하면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한국과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북한군 파병 규모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②미국∙이란전쟁 변수: 중동엔 무기 지원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천궁-II 수출형 다기능레이다(MFR). 한화시스템 제공

올 2월 발발한 미국∙이란전쟁 변수도 크게 작용했다. 미국∙이란전쟁 장기화로 중동과 우크라이나, 대만해협에서 각각 벌어지는 전쟁과 군사적 긴장이 점차 중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북중러에 맞선 더 강력한 연합체가 꾸려지길 바라는 눈치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카스피해에서 이란 상선을 침몰시키며 전선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란과 척진 중동 국가와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까지 우크라이나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이 3월 이란과 교전 중인 아랍에미리트(UAE)에 천궁-Ⅱ 유도탄을 조기 인도한 것도 명분이 됐다. UAE의 긴급 요청에 납품 시기를 앞당겨 요격미사일 계약분 일부를 먼저 보낸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분쟁 지역에 방산물자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국내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매체인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당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천궁-Ⅱ 지원을 거부했는데 중동 국가에는 동일한 시스템을 수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③드론 기술 자신감: "우리가 줄 것도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달 7일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무인기(드론)를 띄우고 있다. 바흐무트=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기술 발전 영향도 있다. 4년 전과 달리 한국에 반대급부로 제공할 것이 생긴 것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방공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군사협력이라고 설득할 수 있게 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실제로 “한국이 방공 체계를 지원해 주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드론 분야에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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