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길 가는 수녀에 '퉤'… 극우 유대인 '타종교 모욕' 일상화한 예루살렘

김소희 2026. 8. 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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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성지가 공존하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올드시티(구시가지)가 종교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3대 종교가 구역을 나누어 균형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극우 정당과 연립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묵인과 조장 아래 '유대교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하면서 다른 공동체를 향한 적대감 표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종교 간 균열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표적 장소는 기독교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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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성직자 향한 괴롭힘 증가
극우 장관이 이슬람 성지 기습 방문
"우리가 통제" 유대교 극단주의 원인
5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아랍인 구역의 모습. 아랍인과 초정통파 유대인 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섞여 지나가고 있다. 예루살렘=김소희 특파원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성지가 공존하는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올드시티(구시가지)가 종교 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3대 종교가 구역을 나누어 균형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극우 정당과 연립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묵인과 조장 아래 '유대교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하면서 다른 공동체를 향한 적대감 표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3대 종교 성지 위협하는 극단주의

이스카 하라니(오른쪽) 종교자유데이터센터(RFDC) 운영자가 4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올드시티에서 수녀들의 귀갓길에 동행하고 있다. RFDC는 기독교인 대상 괴롭힘으로부터 성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근 자원봉사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예루살렘=김소희 특파원

종교 간 균열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표적 장소는 기독교 구역이다. 이스라엘 시민단체 '종교자유데이터센터(RFDC)'에 따르면 올해 4~6월 기독교인을 노린 괴롭힘 사건이 83건 접수됐다. 침 뱉기(47건)가 가장 많고 언어폭력(8건)도 잦다. 지난 4일 올드시티에서 수녀들의 귀갓길을 동행 취재하는 도중에도 10대 유대인 청소년이 수녀 쪽으로 침을 뱉었다. 아프리카계 수녀는 "지난 4월 프랑스 수녀가 폭행당한 사건 이후 다들 불안해하자 자원봉사자들이 동행해주기 시작했다"며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구역

이 같은 괴롭힘은 기독교를 향한 적대감이 자아낸 과시 행위로 풀이된다. 기독교에 대한 올바른 교육 없이 과거 박해를 당했던 역사적 상처만 배운 유대교 극단주의자들과 이를 모방하는 청소년들이 주된 가해자다. 지난 2일 아르메니아 구역 수도원 건물 안에 있던 러시아 수녀들을 향해 돌을 던진 유대인 남성 6명 중 5명도 미성년자였다.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될까 우려한 교회들은 십자가 노출조차 자제하며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 지난달 23일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모스크 경내를 기습 방문했다. 예루살렘=로이터 연합뉴스

이슬람교 최대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 역시 위협받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 극우 인사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지난달 23일 유대인 수백 명을 대동하고 모스크 경내에 진입해 유대인 방식의 기도를 올렸다. 이곳은 요르단 왕가가 관리하는 이슬람 종교재단(와크프)이 관할하는 곳으로, 비무슬림의 기도가 금지된 지역이다. 그럼에도 벤그비르 장관은 2023년 취임 이후 모스크 경내를 수차례 기습 방문하며 종교적 도발을 거듭하고 있다.

올드시티 내 아랍인 구역에서 만난 무슬림들은 벤그비르 장관의 이름을 듣자마자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무슬림을 위한 성스러운 공간에서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택시기사 자달라(40)는 "무슬림 성지까지 들쑤시는 극우 정치인들이 바뀌지 않는 한 평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광 가이드 사하드(44)는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요즘은 유대인 중심 구역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8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중심가에 위치한 카페 바심타 앞에서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이 세속주의 이스라엘인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안식일(샤밧) 휴무를 준수하는 예루살렘에서는 금요일 해 질 무렵부터 토요일 해 질 무렵까지 문을 여는 카페와 식당이 거의 없다. 예루살렘=UPI 연합뉴스

유대교 극단주의자들의 배척과 공격은 세속주의 이스라엘인들에게도 향한다. 안식일(샤밧) 휴무가 관례인 이스라엘에서 예루살렘 중심가의 한 카페가 안식일에 문을 열었다가 초정통파의 표적이 됐다. 이들은 카페 입구에 오물을 투척한 데 이어 8일 카페 진입을 시도하며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카페 매니저 요엘 벤 다이브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발이 아니라 안식일에 갈 곳 없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극우 정부가 부추긴 현상이 이스라엘 전반을 잠식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FDC 설립자인 이스카 하라니는 한국일보에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과 마찬가지로 예루살렘에서의 갈등은 '이 땅을 우리가 완전히 통제하겠다'는 극단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온건파 유대인들마저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 전에 무너진 법과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루살렘= 김소희 특파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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