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도우미 지원·2시간 일찍 퇴근… “금요일은 우리집 치킨데이”

윤상진 기자 2026. 8. 1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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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현대이지웰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이지웰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임산부 수첩과 자녀 사진 등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이지웰은 직원들의 건의를 반영해 매년 가족 친화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현대이지웰 직원 홍지연(41)씨 가족에게 매달 마지막 금요일은 ‘치킨데이’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하는 홍씨는 이날은 오후 3시 30분에 퇴근해 4시쯤 집에 도착한다. 저녁에는 두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시켜 먹으며 네 식구가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이면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해피프라이데이’ 제도 덕분이다. 홍씨는 “처음엔 아이들이 치킨을 먹는다고 가장 좋아했지만 이제는 저도 이날만 기다린다”며 “맞벌이 부부라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날은 가족 모두 치킨을 먹으며 ‘다음 달도 힘내자’고 이야기하는 날”이라고 했다. 회사의 조기 퇴근 제도가 한 가족의 월례 행사가 된 것이다.

현대이지웰은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임직원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복지몰을 운영하고, 휴양소·선물·장례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고객사 임직원의 복지를 챙기는 것이 주 사업인 만큼, 자사 직원 복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복지 제도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를 직접 제안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생애 주기별로 출산·육아에 필요한 제도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특히 직원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도가 많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매달 최대 2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는데, 자녀의 태권도·수영·축구 같은 체육 수업이나 학습지에도 쓸 수 있다. 유치원이 끝난 뒤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생기는 ‘돌봄 공백’을 메워주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홍지연씨는 “적지 않은 돈이라 아이가 해보고 싶다는 활동이 생기면 부담 없이 시작해볼 수 있다”고 했다.

만 8세 미만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월 1회 가사 도우미 비용(50%)도 지원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 등 육아를 병행하는 직원들은 주말에 화장실이나 주방, 베란다 등을 청소할 때 이 제도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주말에도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쉬지 못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다.

이뿐만 아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상·하반기 1회씩 연 2일의 유급 ‘자녀 학교 참여 휴가’를 준다. 입학식이나 공개 수업, 운동회 등에 참여할 때 쓸 수 있는 휴가로 개인 연차가 차감되지 않는다. 직원 서보원(39)씨는 지난 3월 이 제도를 활용해 둘째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왔다. 서씨는 “아이가 낯선 학교에서 부모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얻는 것 같아 뿌듯했다”고 했다.

현대이지웰의 일·가정 양립 제도는 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차 출퇴근제’다. 이 회사는 2024년부터 출근 시간을 3개 조(8시·9시·10시)로 나눈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직원 간담회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한 직원이 “1시간 간격으로는 자녀 등·하원과 출퇴근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고, 이후 이 건의가 반영돼 곧바로 제도가 개선됐다고 한다. 현재는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고를 수 있다. 최근에는 직원들 건의로 2시간 단위로 쓸 수 있는 ‘반반차’도 도입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가장 큰 장점으로 ‘눈치 보지 않고 제도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꼽았다. 직원 윤지영(37)씨는 “복지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회사 차원에서 계속 강조하는 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조직 문화 또한 가족에게 일이 생기면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런 문화 덕분에 직원들은 육아휴직도 망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다. 2023~2025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 직원은 모두 24명이었는데, 복직률은 100%다. 직원 최유정(29)씨는 “복직한 선배들이 다시 주요 업무를 맡고 능력을 인정받는 사례가 많다”며 “그래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업무 적응이나 승진에 대한 불안감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여성 직원이 219명(58%)으로 전체 직원(375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해부터 현대이지웰은 직원 자녀를 회사로 직접 초청하는 행사도 시작했다. 부모가 직장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자녀가 보고, 서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지난 4월 열린 ‘문화 체험 교실’에는 직원 자녀 25명이 부모와 함께 출근해 사원증을 목에 걸고 사무실을 둘러보고, 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일하는 동안 전문 미술 강사의 수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에코백을 꾸몄다. 부모의 동료들에게 용돈도 받는 등 직원들이 서로의 가족을 알아가며 유대감을 쌓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런 가족 친화 제도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직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직원 전찬양(34)씨는 “기혼 직원들이 여러 제도를 편하게 쓰는 모습을 보면서 이 회사라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계속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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