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대로 잘사는' 친일파 집안, 재산 환수 가능?
[앵커]
한창 인기를 끌던 한 배우가 친일 집안이라는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여론은 싸늘합니다.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 이런 주장까지 나오는데 팩트체크 김혜미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김 기자, 이 배우의 증조부, 친일행위를 했다는 데 이견은 없죠?
[기자]
해당 배우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자랑했다고 사과했고 의사 안상호가 대표적인 친일단체에서 평의원을 지냈고, 이른바 '내선일체'를 선전한 기록도 확인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친일 공식 명단'에는 이름이 없다. 그래서 이것을 근거로 "단정할 수 없다"부터 "비판하는 것 자체가 친일 강박증"이라는 반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네요.
[기자]
네, 우리 정부 차원에서는요. 광복 60년이었던 2005년에 처음으로 특별법과 위원회를 만들어서 1006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추렸습니다.
그런데 이 때 법은 친일반민족행위를 20개 항목으로 딱 정해놨습니다.
국권침탈과 식민통치, 또는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거나 독립 항일 운동을 탄압했다는 이런 구체적인 행위가 확인된 경우에 한해 반민족행위자란 딱지를 붙인 겁니다.
[앵커]
그 얘기는 즉, 명단에 없다는 것만으로는 친일 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네요.
[기자]
네, 실제로 법의 기준으로 다 담아내지 못한 친일행위자도 많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이준식/전 독립기념관장 (JTBC와 통화) : 해방된 지 거의 60년이 지나서 만들어진 법이고요. 친일 반민족 행위의 기준을 굉장히 높게 설정한 거죠. (명단에 있는) 천 명을 뺀 다른 사람들은 그럼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하지 않은 거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비슷한 시기 민간기구 민족문제연구소도 친일 명단을 발표했는데 친일 활동에 대해 폭넓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꼽아보니 그 대상자는 4389명까지 늘었습니다.
[앵커]
결국 법이 규정한 '반민족행위자'가 아니어도 친일행위자들은 훨씬 많을 수 있다라는 얘기인데 앞서 언급된 그 배우 집안의 재산을 환수할 방법은 없냐 이런 얘기도 나오네요.
[기자]
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재산 환수의 기준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는 것보다도 더 제한이 많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반민족행위자 1006명 중에서도 재산환수 대상이 된 건 20%에도 크게 못 미치는 160여명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 후손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는 재산도 '친일행위의 대가'라는 정확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현재 법 제도 아래선 환수 주장은 허무할 수밖에 없단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판단입니다.
[앵커]
친일파의 재산을 환수하는 '소급 입법'에 대해 오래전 이미 헌재가 '합헌'을 결정했습니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부터 3·1운동, 임시정부의 법통도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조사는 필요하다면 계속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재산 환수법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겠습니다.
[PD 김성엽 조연출 김지후 영상디자인 곽세미 영상자막 송재윤 취재지원 이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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