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도 서양음악도 아닌 ‘조선클래식’…재일조선인 3세·소해금 연주자 량성희씨

조혜정 기자 2026. 8. 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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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특별한 연주가 펼쳐졌다.

"'소해금'은 음악적 확장성을 넓히고자 5음계가 아닌 7음계 연주가 가능하도록 개량한 북한 전통 악기입니다. 레퍼토리에 한계가 없고 유럽 클래식과는 다른 '조선클래식'을 연주하기에 가장 적합한 음색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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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재일 한인 집성촌서 유년시절 보내
동아리 활동하며 北 전통악기 ‘소해금’ 인연
평양 경축행사 비롯… 日 전역 돌며 연주회
14일 서울서 위안부 기림일 미사 무대도 서
작년 대한민국 국적 취득… ‘조선음악’ 전파
재일조선인 3세 소해금 연주자 량성희씨. 조혜정기자

지난 4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특별한 연주가 펼쳐졌다. 소해금 연주자이자 재일제주인으로 소개된 량성희씨의 증조할아버지는 제주 4.3 비극에 의해 희생됐다. 뿐만 아니다. 량씨의 할아버지는 1941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북해도 탄광으로 강제징용 돼 그곳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오사카 지역 재일 한인 집성촌에서 나고 자란 량성희씨는 우리나라 역사를 관통한 재일조선인 3세다. 량씨는 자신과 가족이 지닌 역사적 흔적을 토대로 평화와 인권을 주제로 한 활동을 연주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빛교회에서 평화를 위한 연주회를 가졌으며 오는 14일 오후 4시 서울 정동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리는 제14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에서도 연주한다. 또한 2018년 제1회 시대악기 연주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로 입상한 일본의 포르테피아노 연주자 가와구치 나루히와 12월 오사카와 지바 등에서 협연할 예정이다.

그는 4세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적 재능을 드러냈고 민족학교 음악교원이었던 어머니 덕에 일찌감치 조선학교에서 민족음악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의 나이인 13세에 히가시오사카조선중급학교를 입학해 동아리 활동으로 소해금을 처음 접했다.

“‘소해금’은 음악적 확장성을 넓히고자 5음계가 아닌 7음계 연주가 가능하도록 개량한 북한 전통 악기입니다. 레퍼토리에 한계가 없고 유럽 클래식과는 다른 ‘조선클래식’을 연주하기에 가장 적합한 음색을 지녔습니다.”

소해금의 현은 명주실이 아닌 쇠줄이다. 해금과는 달리 2현에서 4현으로 늘었으며 활을 현 사이에 끼우지 않고 현 위에 활을 얹어 연주한다. 바이올린을 세워 연주하는 꼴로 서양 악기를 조선음악에 맞게 개량했으나 미분음 표현이 가능해 해금과도 견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린 소해금 독주회 '꽃이 피다'에서 량성희씨가 연주하는 모습. 본인 제공


량씨는 총련계 민족학교 출신으로 고등학교 1학년부터 3년간 평양음악대학에서 통신교육을 받았다. 이후 2007년 북한 최고의 연주단체 금강산가극단에 입단하며 11년간 민족관현악단 악장으로 활동했다. 평양경축 공연을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순회공연을 하며 솔리스트로 활동해 온 그녀가 ‘조선적’이라는 국적을 내려놓고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2025년. ‘대를 이어 민족혼을 지켜간다’는 조선적의 민족예술혼을 넘어 소해금이라는 악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동포 속으로 들어가 기쁨과 희망을 준다’는 일념으로 금강산가극단 단원으로서 1년에 70회가 넘는 동포 공연을 소화했습니다. 2025년 이후 활동은 줄었지만 한국에서의 활동과 일본 클래식계의 폭넓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조선클래식과 같은 진정한 민족음악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바람입니다.”

지난 4월 경기도에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주시협의회가 개최한 ‘2026년 평화통일 시민교실’과 6월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아트스토리쇼-내 이름은’을 통해 시민들에게 소해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조선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로서 한국 무대에 서는 일엔 여러가지 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국악기도 서양악기도 아니고, 국악과 유럽클래식이 아닌 ‘조선클래식’ 이라는 장르에 많이들 생소해 하십니다. 10월 경기아트센터에서의 독주회를 논의 중인데 꼭 많은 경기도민께 소해금의 아름다움을 들려드릴 수 있길 기대합니다. 들을수록 우리 정서에 잘 맞는 음색과 음률을 통해 조선음악의 정통성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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