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에서 옷 다 벗으세요’ 겁에 질린 피해자는 가짜 검사에 67억을 뜯겼다 [세상&]

김도윤 2026. 8. 1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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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명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곧 검사가 직접 조사할 예정이니 전화를 꼭 받으세요." "지금부터 약식 조사가 필요하니 가까운 모텔에 입실하세요." "많이 놀라셨죠. 사실 여부만 확인되면 해결됩니다. 공탁금으로 1000만원 먼저 보내세요."

태국 방콕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모텔에 셀프 감금시킨 뒤 나체 사진을 전송하게 하고 성착취물까지 제작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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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현지서 보이스피싱 콜센터 운영
검찰 수사관·검사·금감원 직원 역할 나눠
허위 구속영장·범죄자금 단속 통보서로 기망
셀프감금시킨 뒤 나체사진 받아 성착취물도 제작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에 성착취물 제작을 결합한 악질적인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11명을 검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무작위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건 뒤 허위로 개설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하고, 위조한 범죄자금 단속 통보서와 구속영장을 보여주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헤럴드경제=김도윤 기자] “당신 명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됐습니다.” “곧 검사가 직접 조사할 예정이니 전화를 꼭 받으세요.” “지금부터 약식 조사가 필요하니 가까운 모텔에 입실하세요.” “많이 놀라셨죠. 사실 여부만 확인되면 해결됩니다. 공탁금으로 1000만원 먼저 보내세요.”

태국 방콕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모텔에 셀프 감금시킨 뒤 나체 사진을 전송하게 하고 성착취물까지 제작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통화 중 경찰 무전 소리가 들리도록 연출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한국인 총책을 비롯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11명을 범죄단체활동·전기통신사기환금법위반·성폭력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검거해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5년 5월부터 12월까지 태국 방콕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피해자 68명으로부터 67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을 모텔에 머물게 한 뒤 나체 사진을 촬영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태국 현지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경찰이 조직원들을 검거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조사 결과 이들은 태국 방콕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조직원들에게 1선(검찰 수사관), 2선(검사), 3선(금융감독원 직원) 역할을 부여해 범행을 벌였다.

1선 조직원은 미리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을 사칭했다. 허위로 만든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게 해 위조된 구속영장과 범죄자금 단속 통보서를 보여주며 “곧 검사가 직접 조사할 예정이니 전화를 잘 받으라”고 속였다.

2선 조직원은 1선 조직원의 피싱 전화 직후 곧바로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검사를 사칭하며 “약식 조사를 해야 하니 가까운 모텔에 입실하라”고 지시했다. 모텔에 들어간 피해자에게는 위조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를 보내 “구속 전 임시 보호관찰 절차에 따라 신체 검사를 해야 한다”며 옷을 모두 벗고 휴대전화로 신체를 촬영해 전송하도록 강요했다.

공포에 질린 피해자에게는 다시 3선 조직원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접근했다. “사건을 해결하려면 공탁금을 걸어야 하니 금융감독원 계좌로 공탁금을 이체하라”고 속인 뒤 처음에는 100만원, 1000만원 등 비교적 적은 금액을 요구하고, 이후 피해자의 심리를 이용해 추가 송금을 계속 요구했다.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다시 2선 조직원에게 연결해 검사 행세를 하며 협박하는 방식으로 1인당 평균 1억원, 많게는 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은 중국인 총책이 태국에 콜센터와 합숙소, 컴퓨터와 전화기 등 범행 시설을 마련한 뒤 한국인 공동 총책과 함께 한국인 20명, 중국인 4명 등 총 24명 규모로 운영됐다. 조직원들은 합숙소에서 범행 시나리오를 반복적으로 교육받은 뒤 역할에 따라 투입됐고, 실적에 따라 1선에서 2선, 3선으로 승진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범죄수익도 역할별로 차등 지급했다. 편취금의 4%는 1선, 10%는 2선, 13%는 3선 조직원에게 수당으로 지급했다. 조직 통제를 위해 조직원들의 여권을 빼앗아 보관하고 근무수칙을 어기면 중국인 총책과 한국인 총책이 욕설과 폭언을 하거나 여권을 현지 경찰에 넘기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경찰청 중앙수사국과 공조해 검거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현지 구금시설로 호송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이번 사건은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 차원에서 추진된 국제 공조를 통해 검거가 이뤄졌다.

경찰은 태국 현지에서 한국인 조직원 9명을 검거해 지난 2월부터 5월 사이 순차적으로 국내로 송환한 뒤 구속 송치했다. 이미 국내에 입국해 있던 조직원 2명도 추가로 검거해 총 11명을 검거했다. 또 범죄수익 1억5700만원에 대해서 추징보전을 완료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 조직은 정교하게 위조된 공문서를 제시하고 허위로 국가기관 사이트까지 개설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다”며 “검찰이나 금감원이 신체 수색을 요구하거나 사건 해결을 위해 공탁금을 입금하라고 하는 경우 절대 응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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