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LS MnM 온산제련소, 구리 넘어 다음 승부처는 ‘배터리’
구리 넘어 반도체·배터리 소재까지 영토 확장

공장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구리 특유의 비릿한 쇳내와 묵직한 기계음 사이로 1,250℃의 열기가 얼굴로 밀려왔다. 한쪽에서는 동광석이 뜨거운 불 속에서 녹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분해를 거쳐 구리가 순도 99.99%의 전기동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광산에서 1차 처리해 구리 함량을 높인 동정광을 들여와 고온의 제련공정을 거치면 순도 99.5% 수준의 구리가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전해공정으로 옮겨 물과 전기를 이용해 불순물을 걷어내면 순도는 99.99%까지 올라간다. 이른바 '포나인(4Nine)' 전기동이다.
채용실 총무팀장은 "미숫가루를 물에 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넣고 저으면 가라앉고, 다시 타면 점점 진해지죠. 26%가 99.5%, 99.5%가 99.99%가 될 때까지 그 반복 작업을 계속하는 겁니다." 온산제련소의 연간 전기동 생산능력은 68만t이다.
하지만 이 공장의 진짜 반전은 전기동을 만들어낸 다음부터다.
전기분해가 끝난 전해조 바닥에는 검은 진흙처럼 보이는 물질 '전해 슬라임'이 가라앉는다. 버려야 할 찌꺼기 같지만 이곳은 또 하나의 광산이다.
슬라임을 다시 모으고 녹이고 전기분해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렇게 금과 은, 백금, 팔라듐, 셀레늄, 텔레늄 등이 하나씩 분리된다.

부산물 회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동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SO₂로 액체무수황산(L-SO₃)을 만들고 이를 증발시킨 뒤 초순수에 흡수해 만든 고순도 황산(PSA)은 반도체 웨이퍼의 미세 먼지를 씻어내는 세정용 소재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되고 있다.
제련소 외곽 도로를 건너자 약 3만평 규모의 새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LS MnM의 배터리 소재 온산공장이다. 황색 외벽을 두른 건물 안팎으로 크레인이 천천히 자재를 옮기고,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배관 사이를 오갔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페인트 냄새와 용접 불꽃이 이 공장이 '완공'이 아니라 '진행형'임을 보여줬다.
이곳에서 생산할 제품은 황산니켈과 황산코발트, 황산망간이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만드는 원료다.
원료 확보와 공급망 구축도 구체화됐다.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한 니켈 중간재(MHP)를 침출·중화, 용매추출, 결정화 공정을 거쳐 화합물로 가공한다. 생산된 원료는 그룹 합작사인 새만금의 LS-L&F 배터리솔루션으로 이동해 전구체가 되고, 대구 L&F 등을 거쳐 완성차 제조사로 납품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채용실 총무팀장은 "현재 용매추출 공정 시운전을 완료하고 결정화 공장의 부하 시운전에 들어갔다"며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초도 제품을 생산하고 하반기부터 정상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온산제련소가 지나온 길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일본 자본과 합작체제를 거쳤고, 2022년 LS가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국내 자본 100% 체제로 돌아왔다. 이제 기존 동 제련을 넘어 배터리 소재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세우고 있다.
강태아 기자 (kt2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