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만 믿을 수 없어”···중동 산유국 ‘우회 수출로’ 만들기 안간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두고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이 해협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산유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외 원유 수출로를 마련하기 위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송유관을 새로 건설하거나 확장하는 등 해협을 우회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UAE는 오만만 연안의 푸자이라에서 아부다비 육상 유전을 잇는 제2 원유 수송관을 짓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우회 수송 능력은 하루 360만배럴로 기존보다 2배 늘어난다. 아부다비 육상 원유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 없이도 국제 유조선에 실어 보낼 수 있게 된다.
사우디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아라비아반도를 횡단해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로 이어지는 1201㎞ 길이의 동서 파이프라인 확장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밖에 쿠웨이트는 사우디 등과 함께 홍해나 오만 항구로 연결되는 송유관 건설을 논의 중이며, 이라크와 요르단도 홍해 아카바항까지 연결되는 송유관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원유 저장시설을 대폭 확충하는 것도 이 노력 중 하나다. 이들 국가는 중동산 석유의 최대 소비자다.
NYT는 “이런 사업은 수십억달러가 들고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지만 정부와 기업들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중동에서 꼭 필요한 투자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해상 통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NYT는 짚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길목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5개월 넘게 폐쇄된 상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전쟁 이전 일일 2000만배럴에 달했으나 현재 370만배럴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으로 걸프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드러났지만, 그 의존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에너지 자문사 크리스톨 에너지의 캐럴 나클레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엄청난 장점이 있고 기존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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