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질문들] ①핵융합…1억 도 인공태양, 지상에 구현하려면

박동현 기자 2026. 8. 1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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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모두 공학의 산물입니다.

이를 듣기 위해 핵융합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이끄는 세 명의 공학자를 만났다.

"지금까지 핵융합은 물리학자들의 영역이었어요. 1억 도를 만드는 '현상'이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 에너지를 어떻게 오랫동안 가두고 전기로 바꿀 것인가 하는 '공학'의 시대가 왔습니다."

7월 23일 만난 최 CTO는 자신을 창업에 나서게 했던 결정적 질문인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같은 '한국형 핵융합 파운드리'를 만들 수 없나?"에 답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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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합쳐지며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으로,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다. 핵융합 발전은 지상에서 인공적으로 태양처럼 핵융합을 일으켜 방출되는 에너지를 자원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말한다. NASA 제공

[편집자 주] 자동차,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모두 공학의 산물입니다. 과학이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면, 공학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 학문입니다. 공학자들이 품은 질문은 험준한 강 위에 다리를 놓고, 우주로 로켓을 날려보내며, 신약을 만드는 원동력이 돼 왔습니다. 과학동아는 한국공학한림원과 함께 인류의 미래를 바꿀 질문을 공학자와 풀어가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 꿈의 기술 ‘핵융합’에 도전하는 공학자들

인류의 에너지 소비는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탄소 중립을 외치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화석연료 소비량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혁명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생성형 AI의 시초인 챗GPT에서 한 문장을 생성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은 구글 검색의 10배에 달할 정도다. 

에너지 문제는 이제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인류 생존과 기후 위기가 얽힌 절박한 화두가 됐다. 이 거대한 절벽 앞에서 공학자들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질문이 하나 있다. 

“에너지의 정수인 태양, 과연 그 인공태양을 지구 위에 구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향하는 곳은 바로 ‘핵융합 기술’이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합쳐지며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와 같다.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를 원료로 쓰기에 자원이 무한하고, 폭발 위험이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걱정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온도다. 지상에서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태양 중심보다 뜨거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한다. 설령 만든다 하더라도 이를 담아둘 그릇이 필요하다. 이 난공불락의 조건 때문에 핵융합은 오랫동안 ‘늘 50년 뒤에나 가능한 기술’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달고 다녔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 같은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수조 원의 돈을 핵융합 스타트업에 쏟아붓고 있고, 영국과 미국은 당장 10년 안에 핵융합으로 전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무엇이 영원히 꿈에 머물 듯한 기술을 현실로 끌어내렸을까. 그 중심에는 당연하다고 믿었던 상식에 질문을 던진 공학자들이 있다.

이를 듣기 위해 핵융합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이끄는 세 명의 공학자를 만났다. 국가적 핵융합 전략을 설계하는 정현경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상식을 파괴한 부품 혁신가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그리고 연구실을 넘어 산업의 최전선으로 나간 최창호 인애이블퓨전 CTO다. 

이들이 던진 질문은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법을 넘어, ‘이 시대에 공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이어졌다.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위치한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 ‘KSTAR’의 전경.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 “교과서엔 없지만 직접 만들어내면 어떨까?” 상상을 현실로 만든 질문

20세기 중반 태동한 핵융합의 원리는 의외로 명쾌하다. 

수소 원자핵 두 개가 만나 헬륨으로 합쳐지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줄어든 질량이 ‘질량-에너지 등가 원리’,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E=mc^2 공식에 따라 엄청난 에너지로 치환되는 것이다.  단순해서 아름다운 이론이 과학의 영역이라면 이를 현실에 구현하는 건 공학의 영역이다. 

“교과서에 없으면 만들면 되죠? 공학은 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니까요.” 

7월 22일 대전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만난 정현경 연구전략본부장의 말이다.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품고 연구에 온 인생을 바친 그는 공학을 ‘이네이블링 테크놀로지(Enabling Technology)’,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불렀다. 

정 본부장은 핵융합 기술도 마찬가지로 ‘먼 훗날의 미래 기술’이라고 취급받던 시간을 넘어, “2026년 현재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며 구현 가능한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핵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8대 핵심 기술이 필요하다. 초전도 자석, 플라즈마 제어, 가열 장치, 핵융합 소재, 증식 블랑켓, 디버터, 연료 주기, 그리고 안전 인허가 기술이다. 이 중 어느 하나도 기존의 교과서에 있는 대로 해서는 안 된다. 

핵융합이 일어나는 극한 조건을 견디려면 세상에 없는 기술을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 극한 조건이란 바로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다. 

태양 중심부처럼 엄청난 압력이 없는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태양보다 훨씬 뜨거운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1억 도라는 숫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구상에 이 온도를 견딜 수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핵융합은 물리학자들의 영역이었어요. 1억 도를 만드는 ‘현상’이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그 에너지를 어떻게 오랫동안 가두고 전기로 바꿀 것인가 하는 ‘공학’의 시대가 왔습니다.” 

1억 도의 초고온은 전자기 유도를 이용한 ‘저항 가열’과 외부 보조 가열 장치(중성입자 입사, 전자기파 공명)를 함께 활용해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공학 기술력은 이미 그 가능성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다. 

정 본부장은 특히 한국이 만든 핵융합 연구로인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가 1억 도에 달하는 플라즈마를 48초간 유지하며 세계 기록을 세운 성과가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건 인간이 핵융합 장치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공학적 자신감의 증거예요.”

1억 도를 달성한 다음 문제는 1억 도의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이루게 한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은 1억 도의 열기를 견디면서도 강력한 자기장을 유지하는 ‘초전도 자석’이었다. 초전도 자석은 핵융합 기술을 어렵게 만드는, 늘 미래의 기술로 취급받게 한 병목이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전 세계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을 때 ‘발칙한 질문’으로 교과서에도 없던 결정적인 돌파구를 떠올린 공학자가, 다름 아닌 한국에 있었다.

핵융합 기술 연구를 이끄는 정현경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연구전략본부장. 과학동아 제공

● “왜 절연체가 있어야 하지?” 상식 뒤엎은 ‘파격’ 질문

“실험이 예상대로 되면 졸업은 하겠지만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요.”

7월 2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한승용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뜻밖의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고온초전도 자석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 받는 ‘무절연(No-Insulation)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의 창시자다.

핵융합로의 핵심은 1억 도가 넘는 뜨거운 플라즈마를 가두는 일이다. 플라즈마를 1억 도로 달구는 데까지는 이제 인류의 기술로 가능한 영역에 들어왔다. 진짜 난제는 이 뜨거운 덩어리를 보관할 그릇을 만드는 일이다. 

1억 도를 버틸 수 있는 물질은 없기 때문에 핵융합로는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공중에 띄워 보관한다. 플라즈마는 전기를 띤 입자들의 모임이라 자성을 띤다. 따라서 강력한 자기장을 내뿜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플라즈마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용기를 만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기장의 세기가 커질수록 강한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어서 이로 인해 핵융합로의 크기가 작아지게 된다.

2010년대 중반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핵융합로를 획기적으로 소형화시키는 아이디어가 태동했다. 기존 핵융합로에 널리 사용되던 저온초전도 자석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자기장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접근법이다. 

그러나 기존의 고온 초전도 자석은 초전도 상태가 깨지는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로 인해 자석이 타버리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이는 고온초전도 자석의 상용화를 막는 최대 난제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공학자의 질문은 단순했다. ‘기존 초전도 자석에서 상식처럼 사용되던 전선 간의 절연체를 빼버려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전류를 옆의 이웃 전선으로 우회시키면 안 되나?’

“주변에선 미친 짓이라고 했어요.” 전기가 사방으로 새서 자석 역할을 못 할 거라는 상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 교수는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절연체를 뺀 채 자석을 직접 감아봤다.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평소엔 전기가 길을 따라 잘 흐르다가 사고가 나면 옆길로 살짝 피해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현상이 실험을 통해서 관측됐던 터다. 자석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회복력(Resiliency)’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발견은 완전한 우연이었어요. 퀜시(초전도체에서 온도 상승, 과도한 전류, 강한 자기장 등의 이유로 초전도 상태가 갑자기 깨져 일반 도체로 변하는 현상)가 나면 발산해야 할 전압 그래프가 꼬부라지는 걸 보고 ‘어, 이게 왜 휘지?’라고 생각한 그 찰나의 순간이 20년 넘게 해결 안 되던 고온초전도 자석의 난제를 풀었던 거죠.”

처음엔 국내외 학계 모두 반신반의했다. 절연체 없는 자석이 정말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검증에 검증을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쌓일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이 개념은 곧 전 세계 핵융합 연구 그룹의 표준 설계 언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doi: 10.1109/TASC.2010.2093492)

“초전도 자석이 작아진다는 것은 단순히 부피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닙니다. 자석을 감는 데 들어가는 초전도 선재의 양이 줄고, 이를 냉각하는 데 드는 에너지와 설비 규모가 함께 줄어들어요. 핵융합로 전체의 건설 비용과 개발 기간이 극적으로 압축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거죠.” 

이 기술 덕분에 20~30m 높이의 아파트만 했던 핵융합 자석 시스템은 3~4m 정도의 빌라 수준으로 작아질 수 있게 됐다. 한 교수의 우연한 질문 하나가 핵융합을 ‘언젠가 지어질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에서 ‘더 빨리,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눈앞의 목표’로 바꿔놓은 셈이다.

이러한 혁신은 한국 핵융합 기술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사실 한국은 핵융합 분야에서 선진국들에 비해 한참 늦게 출발한 후발 주자였다. 

하지만 KSTAR 건설 과정에서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공학 역량에 한 교수와 같은 연구자들의 ‘상식 파괴’가 더해지면서 이제는 전 세계가 한국의 설계 방식을 교과서로 삼는 ‘기술 종주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늦게 시작했지만 가장 앞서 나가는 한국 공학의 저력은 단순히 지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으로 상식을 부술 때 발휘된다는 것을 핵융합이라는 극한의 영역에서 증명해낸 것이다.

한국공학한림원 소속으로 핵융합 발전에 필수인 ‘무절연 고온초전도 자석’ 기술을 개발한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과학동아 제공

● “핵융합도 ‘파운드리’ 만들면 안 되나?” 연구실을 넘어선 공학자의 질문

한 교수가 절연체를 걷어내며 찾아낸 그 회복력은 정 본부장의 손을 거쳐 여덟 개 기술이 맞물린 시스템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그렇게 완성된 자석이 연구실 담장을 넘어 전혀 다른 나라의 낯선 실험 장치에서도 똑같이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 마지막 관문 앞에 선 공학자가 최창호 인애이블퓨전 CTO다. 그는 KSTAR는 물론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에 초기부터 참여한 베테랑으로 최근에는 한 교수가 세상에 내놓은 바로 그 자석 기술을 산업 현장으로 옮기는 창업이라는 도전에 뛰어들었다.

“반도체에만 파운드리 기업이 있으란 법이 있나요?”

7월 23일 만난 최 CTO는 자신을 창업에 나서게 했던 결정적 질문인 “대만의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같은 ‘한국형 핵융합 파운드리’를 만들 수 없나?”에 답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다. 

그간 연구실의 영역이던 핵융합 관련 기술을 산업 현장으로 끌어낸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노력은 이탈리아 국립에너지기술연구소(ENEA)와의 협업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공의 비결을 묻자 그는 ‘실패’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오차를 줄여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게 공학의 본질이기도 하잖아요.” 그는 이 실패의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을 예로 들었다. 

“핵융합로를 만들기 위해 개발된 초고온, 초저온, 초고진공 기술들은 이미 반도체 공정이나 의료 기기 분야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핵융합이라는 극한의 공학을 풀다 보니 그 과정에서 검증된 기술들이 이미 다른 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는 거죠.

이러한 부산물 덕분에, 공학의 세계에선 다른 분야보다 유독 실패에 관대해요. 목표하던 결과와 다르더라도, 실패에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게 무궁하기 때문이죠.”

이렇듯 핵융합 기술을 산업 현장으로 가져온 그는 마지막으로 핵융합 시대의 도래를 낙관적으로 점쳤다. “핵융합이 50년 뒤의 일이라고요? 아니요, 저희가 지금 만들고 검증해서 실제로 넘기고 있는 부품들이 이미 그 답을 하고 있어요.” 

그의 확신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이런 검증을 통과한 기술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이미 2022년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서 핵융합 발전에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내는 ‘넷 에너지(Net Energy)’ 달성에 성공했잖아요. 공학적 돌파구는 이미 마련됐고 이제는 그 돌파구 하나하나를 실제로 믿고 쓸 수 있는 부품으로 옮기는 싸움입니다.”

‘꿈의 기술’이라 불리던 핵융합 관련 기술들을 산업의 현장으로 확장시킨 최창호 인애이블퓨전 CTO. 과학동아 제공

 ● 우연한 질문에서 시작해 세상에 닿기까지

한 교수의 우연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정 본부장의 손을 거쳐 시스템이 되고, 최 CTO의 손을 거쳐 현장의 부품이 됐다. 그 사이 세 공학자가 통과한 건 화려한 성공의 순간들이 아니라 상식과 부딪히고, 데이터를 의심하고, 실패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지난한 시간들이었다.

여성 공학자로서 1988년 입학해 험난한 길을 걸어온 정 본부장은 그 시간의 가치를 이렇게 요약한다. 

“공학은 게임과 비슷해요. 게임 속에선 상상하는 모든 걸 만들어낼 수 있잖아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보상까지 주어지죠. 그 보상은 단순히 돈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 실제로 돌아가는 걸 보는 짜릿함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어릴 때 하는 실패는 나중에 더 큰 사고를 막아주는 가장 값진 데이터가 되거든요.”

한 교수는 공학을 ‘소통’이라 정의한다. “수학을 통해 자연과 대화하고, 코딩으로 컴퓨터와 대화하며, 결국 팀워크로 인간과 대화하는 것이 공학입니다. 제 우연한 질문과 발견도 끈질긴 소통과 협업 덕에 가치 있는 결과물이 된 것이죠.” 

그는 공학이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없던 것을 만들어 세상의 부를 늘리는 일이에요. 실패에 예민하되, 예상 밖의 결과에서 보석을 발견하는 감수성을 가져 보세요.”

최 CTO는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공학의 몫을 짚었다. “AI는 도구일 뿐이에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걸 실제로 손에 잡히는 물건으로 만들어내는 건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게 정말 작동하는지 직접 시험하고 확인하는 그 과정 자체가 공학의 매력이에요.”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긍정적인 도전’을 주문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도전을 두려워하죠. 하지만 결과를 내는 사람들은 늘 긍정적으로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었어요. 회의적인 시각을 차단하고, 어떤 식으로든 길을 내려는 자세가 세상을 바꾸는 질문의 시작입니다.”

절연체를 빼면 안 되냐는 질문 하나가 아파트만 했던 자석을 빌라 크기로 줄여냈다. 그 작아진 자석이 시스템이 되고, 시스템이 산업이 되기까지, 세 공학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질문을 이어받았다. ‘왜 안 돼?’ 1억 도의 인공태양을 향한 그 질문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본 콘텐츠는 해동과학문화재단 후원을 통해 과학동아와 한국공학한림원이 함께 연재하는 콘텐츠입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대학, 기업 및 연구소 등에서 기술 발전에 현저한 공을 세운 공학기술인을 발굴하여 우대하고, 공학기술과 관련된 학술연구와 지원사업을 통해 국가의 창조적인 공학 기술 개발과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공학 싱크탱크입니다.

[박동현 기자 parkd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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