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여도 호스는 놓치지 않는다”…119명 예비 소방관의 실전훈련

백승원 2026. 8. 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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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린 교육생이 몸을 바닥에 바짝 붙였다.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갖춘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생들이 '호스탈출' 훈련에 한창이었다.

간호사로 16년간 근무한 뒤 구급경력채용으로 소방관에 도전한 이미진(40) 교육생은 "처음에는 다들 우왕좌왕했지만 반복된 연습과 교관들의 조언으로 점점 합이 맞춰지고 있다"며 "내가 맡은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함께하는 동료들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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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강원소방학교 신임 소방공무원 119명 24주간 담금질
시야 차단 호스탈출부터 4인조법·도어엔트리까지
간호사·군 장교·19세 최연소 등 현장 투입 앞두고 구슬땀
▲ 12일 태백시 강원소방학교에서 제43기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생이 시야가 차단된 화재현장을 가정해 장애물을 통과하며 소방호스를 따라 탈출하는 ‘호스탈출’ 훈련을 하고 있다. 백승원 기자

눈을 가린 교육생이 몸을 바닥에 바짝 붙였다. 한 손으로 소방호스를 놓치지 않은 채 다른 손으로 앞을 더듬으며 얽힌 장애물 사이를 빠져나갔다. 짙은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퇴로마저 막힌 화재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훈련이 이어졌다.

12일 태백시 동점동에 위치한 강원소방학교.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갖춘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생들이 ‘호스탈출’ 훈련에 한창이었다. 눈을 가린 교육생들은 3층에서 1층까지 소방호스 하나에 의지해 탈출로를 찾아 나갔다. 계단을 내려가고 얽힌 장애물과 좁은 공간을 통과할 때마다 손끝과 몸의 감각에 의지해 한 걸음씩 움직였다.

호스탈출은 화재진압 중 대원이 건물 내부에 고립되거나 기존 퇴로를 이용하기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한 생존 훈련이다. 화재가 급격히 확대되거나 고온의 열과 연기가 유입되고 구조물 붕괴 등으로 퇴로가 차단됐을 때 소방호스를 따라 스스로 빠져나오는 능력을 익힌다.

육군 장교로 10년간 복무한 뒤 소방관의 길을 택한 최부일(34) 교육생은 “훈련이라 긴장감이 조금 덜했지만 실제 상황에서도 과연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장애물 붕괴 상황에서 이동 방향을 놓치면서 순간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했을 때가 가장 무서웠다”고 전했다.
▲ 12일 태백시 강원소방학교에서 제43기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생들이 4인 1조로 화재진압을 수행하는 ‘4인조법’ 훈련을 하고 있다. 백승원 기자

같은 시간 다른 교육생들은 별도의 훈련장에서 4명씩 한 팀을 이뤄 화재진압 훈련을 반복했다. 소방 훈련의 꽃으로 불리는 ‘4인조법’이다. 선두에서 관창을 잡은 교육생이 강한 물줄기를 화점으로 향하자 뒤에 선 동료들은 수관을 받치고 이동하며 진압을 도왔다.

4인조법은 4명의 소방대원이 역할을 분담해 화재현장에 진입하고 소방호스를 전개해 불을 끄는 팀 단위 훈련이다. 1번 관창수가 선두에서 직접 방수·진압하고 2·3번 대원은 수관 전개와 진입을 지원한다. 4번 운전원은 펌프차를 조작하며 소방용수 공급과 압력을 관리한다. 각자의 역할뿐 아니라 동료의 움직임까지 파악해야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간호사로 16년간 근무한 뒤 구급경력채용으로 소방관에 도전한 이미진(40) 교육생은 “처음에는 다들 우왕좌왕했지만 반복된 연습과 교관들의 조언으로 점점 합이 맞춰지고 있다”며 “내가 맡은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함께하는 동료들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 12일 태백시 강원소방학교에서 제43기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생들이 화재 건물 내부로 안전하게 진입하기 위한 ‘도어엔트리’ 훈련에 앞서 교관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백승원 기자

또 다른 조는 화재 건물 내부로 안전하게 진입하기 위한 ‘도어엔트리’ 훈련에 나섰다. 교육생들은 문 너머 상황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관창을 이용해 물을 분사하고 내부 상황을 살피며 진입을 준비했다.

화재현장에서 출입문을 여는 순간 내부로 공기가 유입되면 불과 연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도어엔트리는 단순히 문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화재 상황을 판단하면서 안전한 진입로를 확보하고 화재 확산을 최소화하는 훈련이다.

이번 훈련 참가자 중 최연소인 조상연(19) 교육생은 “건물 내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진입을 준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며 “보이지 않는 상황일수록 서두르기보다 안전을 우선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름철 두꺼운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갖추고 반복하는 훈련은 체력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이 교육생은 “장비가 상상 이상으로 무겁고 더운 데다 잠시만 대기해도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며 “처음에는 맨몸으로 한 바퀴 뛰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모두 착용하고도 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6일 입교한 제43기 신임 소방공무원 교육생은 모두 119명이다. 남성 86명, 여성 33명으로 공채 50명, 구급경력채용 59명, 소방관련학과 특별채용 10명이다. 평균 나이는 29세로 19세부터 40세까지 다양한 이력을 가진 교육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오는 12월 18일까지 24주간 화재진압과 구조·구급 등 현장 대응 능력을 익힌 뒤 내년 1월 임용될 예정이다.백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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