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위기특위 ‘탄소중립기본법’ 의결…헌법 불합치 결정 2년 만

최석환 기자 2026. 8. 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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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13일 2045년까지 중장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헌법재판소가 2031년 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현행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2년 만이다.

김정호(더불어민주당·김해을) 기후특위 위원장은 "탄소중립기본법은 비록 2026년 2월 28일 시한을 넘겼지만 이제라도 위헌 법률 개정 의무를 다하게 돼 다행"이라며 "기후특위가 활동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17개월 동안 서로 다른 입장에도 2035년 53~61% 감축에 합의를 이뤄준 여야 의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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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53~61%·2045년 84~90% 감축 명시
합의에도 ‘하한선 기준’ 논란…정혜경 의원 반발
표결 끝 가결됐지만 여야 모두 “아쉽다” 견해도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13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622호 회의실에서 제438회 국회(임시회)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13일 2045년까지 중장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헌법재판소가 2031년 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법률에 명시하지 않은 현행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2년 만이다.

국회 기후위기특위는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관 622호 회의실에서 제438회 국회(임시회)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재적위원 15명 가운데 찬성 11명, 반대 2명, 기권 2명이다. 정혜경(진보당·비례)·서왕진(조국혁신당·비례) 의원은 감축경로가 헌재 결정과 시민공론화 결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표를 던졌다. 이소영(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과천)·조지연(국민의힘·경북 경산) 의원은 기권했다.

이번 개정안 의결은 2024년 8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후속 입법이다. 당시 헌재는 현행법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만 규정하고 2050년 탄소중립에 이르는 감축경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미래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했지만 법정 시한을 넘겼다.

개정안 핵심은 2031~204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5년 단위로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201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감축률을 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로 각각 정했다. 각 구간의 최저 감축률은 해마다 일정한 비율로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선형 감축경로'를 토대로 설정했다. 다만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 규제를 설계할 때는 범위의 상한이 아닌 하한을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정부가 중장기 감축목표를 원활하게 이행하도록 온실가스 감축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상용화 등에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산하에는 15~20명 규모 기후과학위원회를 두고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사실과 온실가스 감축·적응 정책을 자문하도록 했다.

국립기후과학원 업무에는 국내 잔여 온실가스 배출총량 분석·예측 등을 추가했다. 기후금융 활성화를 위한 녹색국채 발행 근거와 녹색채권 발행 지원, 공공금융 지원, 금융회사 책무도 규정했다. 녹색경제·녹색산업 정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와 기후환경교육 지원 시책도 새로 담았다.

다만 법안 의결에 앞서 특위 내부에서는 감축률을 하나의 수치가 아닌 '범위'로 정하고, 실제 규제는 하한선에 연동하도록 한 것을 두고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왕진 의원은 "범위형 목표는 하한만 달성해도 법정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인정되므로 사실상 상한은 아무런 규범력을 갖지 못한다"며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정책인 배출권거래제 규제 적용 기준도 하한으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기후특위 출범 이유는 시민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번 결정은 그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며 "다음 세대에게 또다시 어른들이 청구서를 미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도 개정안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이 의원은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일방 처리가 아니라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면서도 "오늘 합의 내용이 헌재 결정 취지에 온전히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야 이견이 큰 상황에서 국민 모두가 책임지고 이행해야 할 기후목표를 단독 처리하면 추후 책임 있는 이행이 약화할 수 있고, 이미 시한을 넘긴 입법 의무를 마냥 미룰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합의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소희(국민의힘·비례) 의원은 "우리 당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늦지 않게 가기 위해 대승적인 여야 합의를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혜경 의원은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 의원은 "국민은 폭염으로 사람이 쓰러지고 농작물이 타들어가며 바다에서 어류가 폐사하는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며 "범위형 경로라는 포장지로 국민의 눈을 속이는 기만적인 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한과 하한을 정했지만 실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하한선"이라며 "이는 헌재 결정과 민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아울러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를 하한선에 연동한 조항을 삭제하고 초기 감축량을 늘린 조기감축경로를 법적 기준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법안이었지만, 정 의원이 거듭 표결을 요구해 찬반 투표가 이뤄졌다. 표결 결과 찬성표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개정안은 특위 문턱을 넘었다. 반면 같은 날 상정된 '기후위기 적응 및 회복력 강화에 관한 법률안(대안)'은 이의 없이 의결됐다. 정부가 기후위기 적응 정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기 취약 계층·지역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정호(더불어민주당·김해을) 기후특위 위원장은 "탄소중립기본법은 비록 2026년 2월 28일 시한을 넘겼지만 이제라도 위헌 법률 개정 의무를 다하게 돼 다행"이라며 "기후특위가 활동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17개월 동안 서로 다른 입장에도 2035년 53~61% 감축에 합의를 이뤄준 여야 의원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특위는 8월 말 활동을 마무리하지만 소관 업무는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가 이어받아야 한다"며 "범위형 감축목표와 경로에 따라 부문별·연도별 감축계획을 세우고 실제 감축활동으로 이어져 최소 목표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