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밥심 잃은 '미취업 청년'의 비명 [위태로운 청년 밥상①]

이지원 기자 2026. 8. 13. 12: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세대.

김동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고혈압·비만 등 만성질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도 어려워진 만큼 청년층이 끼니를 잘 챙길 수 있도록 좀 더 두꺼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식사 지원 사업 등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청년층은 이같은 정책에서 소외돼 있는 게 사실이다. 미취업 청년을 위한 먹거리 바우처 사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모든 정책은 대상자가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청년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청년 밥상이 위태롭다 1편
훼손되는 청년 건강권의 현주소
고물가에 끼니 걱정 커졌지만
복지 정책에서 소외되기 십상
보편적 청년 복지 정책 필요성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세대. 청년층은 이런저런 이유로 복지 정책에서 소외된다. 청년층도 '건강'은 개인의 문제로 여기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쓴다. 문제는 취업난에 청년실업률이 치솟았는데, 생활물가마저 무섭게 올랐다는 점이다. 청년의 '먹을 권리'는 과연 보장받고 있을까. '미취업 청년을 위해 먹거리 바우처를 도입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두편에 걸쳐 알아봤다.

☞ 넘버링+ 위태로운 청년 밥상
1편 고물가에 밥심 잃은 '미취업 청년'의 비명
2편 청년 먹거리 책임지겠다던 약속의 '실종'

물가가 치솟으면서 식비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많다.[사진|뉴시스]
점심으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한개(1700원)와 컵라면(1500원), 저가커피 전문점에서 카페라테 한잔(3000원), 저녁으로 프랜차이즈 햄버거 단품 한개(6000원)…. 이렇게 끼니를 때웠을 때 하루 식비는 1만2200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한달(30일)이면 총 36만6000원이 든다.

대학생의 월평균 지출이 68만원가량(대학내일20대연구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생활비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밥 한그릇, 칼국수 1인분이 1만원을 훌쩍 넘는 고물가 시대, 점심에 국밥을 먹으면 저녁 식사는 건너뛰어야 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청년실업률(15~29세)'이 7.2%(국가데이터처·2026년 2분기 기준)로 2022년 2분기(7.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최종학교 졸업 후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청년 비중이 48.6%(2026년 5월 기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넘겨선 안 될 문제다.

더욱이 물가마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3년 만(2023년 2분기 3.3%)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청년들의 끼니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거다.

■ 끼니를 걱정하는 세대의 눈물 = 그렇다면 청년층의 현실은 어떨까.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7월 발표한 소비지출행태 조사 결과, 대학생의 월평균 지출은 68만1000원이었다. 이 금액으로 식비, 교통비, 여가생활비, 생활용품비 등을 모두 충당해야 하는 만큼 끼니를 충분히 챙겨 먹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학생 최소현(23)씨 말을 들어보자.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식비 부담이 가장 크다 보니 햇반 같은 즉석식품을 대량 구매해서 먹는다. 친구들을 만나면 밥 먹거나 커피를 마셔야 하니까 약속을 되도록 잡지 않거나 약속이 있는 날은 식사를 대충 때운다."

청년층의 식비 부담이 단순히 '잘 못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건강 문제부터 인간관계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진|뉴시스]
4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22~2024년)' 결과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19~29세)의 식생활평가지수는 50.3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전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특히 잡곡, 과일, 채소, 아침 식사 섭취가 부족했고 절제해야 할 포화지방산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음식을 섭취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고혈압·비만 등 만성질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것도 어려워진 만큼 청년층이 끼니를 잘 챙길 수 있도록 좀 더 두꺼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5월 대학생을 대상으로 '천원의 아침밥' 확대와 미취업 청년을 위한 '먹거리 바우처'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의 먹거리는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 "국민 먹거리 책임지겠다" 대통령의 약속과 현주소 = 그렇다면 그는 약속을 지켰을까. '천원의 아침밥'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처음 시행한 '천원의 아침밥'은 정부(2000원)와 대학(이하 분담률 자율),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해 학생들에게 1000원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 참여 대학은 220개로 지난해(208개) 대비 5.8%(12개) 증가했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적지 않다. 전체 대학이 359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곳 중 4곳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셈이라서다. '천원의 아침밥'이 전국적인 제도로 자리 잡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미취업 청년을 위한 먹거리 바우처 사업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대선 이후 한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생계급여 수급가구(기준 중위소득 하위 32% 이하)'에 제공하는 '농식품 바우처' 사업 대상에 '34세 이하 청년 포함 가구'를 추가하긴 했지만 미취업 청년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먹거리 바우처와는 차이가 크다.

[※참고: 농식품 바우처는 생계급여 수급가구 중 임산부·영유아·아동이 있는 가구에 국산 과일·채소·육류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전자 바우처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34세 이하 청년 포함 가구를 대상으로 추가했다. 지원 금액은 1인 가구 월 4만원, 4인 가구 월 10만원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올해부터 농식품 바우처 대상을 확대하면서, 최소 8만2000여개 이상의 청년 포함 가구가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취업 청년이 124만3000명(2026년 5월 기준)에 달하는 만큼 청년층이 실질적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청년들의 끼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거다.

[사진|뉴시스]
허준수 숭실대(사회복지학) 교수는 "현행 농식품 바우처는 생계급여 수급가구가 대상이기 때문에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부양의무자 등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말을 이었다. "청년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복지 차원의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은 식품을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는 '푸드뱅크·푸드마켓(보건복지·한국사회복지협의회 운영)'의 문턱을 낮춰 청년들로 확대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김동진 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식사 지원 사업 등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청년층은 이같은 정책에서 소외돼 있는 게 사실이다. 미취업 청년을 위한 먹거리 바우처 사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모든 정책은 대상자가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청년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한가지 예민하게 살펴봐야 할 게 있다. 예산이다. 미취업 청년들에게 먹거리 바우처를 제공한다면 예산이 어느 정도 필요할지, 이 정책이 활성화하면 예산이 어느 정도 늘어날지, 그리고 미취업 청년을 지원하는 데 사회적 반발은 없을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 이야기는 넘버링+ '청년 밥상이 위태롭다' 2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