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값 한우에 ‘오픈런’…31일 만에 다시 북적인 홈플러스

김선영 기자 2026. 8. 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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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 개점한 지 불과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장을 보러 들어가는 고객들의 행렬, 장보기를 일찌감치 마치고 나온 고객들의 행렬로 매장 입구는 북적였다.

카트 여러 대가 꼬리를 물면서 일부 고객은 계산대 줄이 짧아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가 장을 더 보기도 했다.

한우와 빵 등 파격 할인 상품이 끌어모은 고객이 정상 영업 이후에도 꾸준히 매장을 찾을지, 미정산 대금을 우려하는 납품업체와 입점주가 거래를 정상화할지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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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 직후 계산대에 긴 줄 늘어서
할인 한우·PB단팥빵 등 ‘품절 행렬’
6개월치 대금 밀린 입점주도 ‘일단 복귀’
9월 4일 회생 시한전 ‘정상화’ 증명해야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에서 고객들이 계산을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선영 기자

1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 개점한 지 불과 30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장을 보러 들어가는 고객들의 행렬, 장보기를 일찌감치 마치고 나온 고객들의 행렬로 매장 입구는 북적였다. 장을 마친 이들의 카트 속에는 고기부터 과일, 채소, 디저트 까지 가득 채워져있다.

이날은 운영자금 고갈로 지난달 13일 갑작스럽게 휴업에 들어갔던 홈플러스가 31일 만에 정상 영업을 재개한 날이다. 고객들은 오픈에 대한 반가움과 할인행사에 대한 기대로 매장으로 모여들었다. 개장 전 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렸다는 강서구 가양동 주민 A씨는 “가양점이 먼저 문을 닫은 뒤 주변에서 장을 볼 곳이 마땅치 않아 강서점을 자주 이용했다”며 “강서점마저 휴업하면서 아쉬움이 컸는데 오늘 할인 행사도 한다고 해 문을 열기 전부터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매장 내부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고객들이 여러 겹으로 늘어서 상품을 고르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붐빈 곳은 ‘반값 소고기’ 행사 매대였다. 줄을 서도 한우를 손에 넣기 어려웠다. 준비된 한우 물량이 빠르게 동나자 인근의 수입산 소고기 행사 매대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한 고객은 “한우를 사려고 왔는데 이미 없다고 해 외국산 행사 상품이라도 담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의 영업 재개를 맞아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김선영 기자

축산 매대 못지않게 고객이 몰린 곳은 자체브랜드(PB) 단팥빵 진열대였다. 평소에도 인기가 높은 상품이 이날 50% 할인 판매되면서 새 상품이 나오기가 무섭게 고객들이 2∼3개씩 집어 들었다. 한 고객은 단팥빵 8개를 한꺼번에 카트에 담았다. 진열대가 비자 “빵이 언제 다시 나오느냐”고 직원에게 묻는 고객들이 잇따랐다.

계산대 앞에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카트 여러 대가 꼬리를 물면서 일부 고객은 계산대 줄이 짧아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가 장을 더 보기도 했다. 한 달 동안 손님이 끊겼던 매장은 할인 상품을 찾아 움직이는 고객과 상품을 채우는 직원들로 모처럼 분주했다.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 한 고령 고객은 “할인하는 상품이 많아서 이것저것 담았더니 벌써 11만 원이 나왔다”며 웃었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에서 50% 할인 판매한 PB 정통 단팥빵이 동나 진열대가 비어 있다. 김선영 기자

들뜬 고객들과 달리 점포 내 한 켠에서는 한 입점 업체의 점주가 휴업 기간 사용하지 못했던 집기를 닦고 냉장고에 낀 성에를 걷어내고 있었다. 주위의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달리 점주는 말없이 조리대를 손으로 여러 차례 쓸어봤다.

이 점주는 “어제 저녁 홈플러스 측에서 2∼3일 안에 밀린 대금의 30∼40%를 지급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가게를 계속 비워둘 수는 없어 오랜만에 나와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받지 못한 대금이 6개월치가 넘는다”며 “답답한 마음은 크지만 일부라도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손님들도 이렇게 찾아오니 어떻게든 다시 영업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 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한 뒤 이날 전국 67개 핵심 점포의 정상 영업을 재개했다. 회사는 자금을 상품 공급과 매장 운영비 등에 우선 투입하고 신선식품·가공식품 납품망을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식품과 PB 상품,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이른바 ‘한국판 트레이더조’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들도 강서점을 찾아 영업 재개를 알리고 시민들의 매장 이용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마트노조가 추진해 온 ‘홈플러스 30만 가족 살리기 캠페인’의 일환이다. 민주당 측은 앞서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납품업체 등의 생존을 위해 휴업 점포 재개장과 상품 공급, 임금·납품대금 지급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홈플러스의 영업은 재개됐지만 회생 여부를 가를 시간은 3주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한우와 빵 등 파격 할인 상품이 끌어모은 고객이 정상 영업 이후에도 꾸준히 매장을 찾을지, 미정산 대금을 우려하는 납품업체와 입점주가 거래를 정상화할지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21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법정상 가능한 마지막 연장이다. 법원은 8월 말에서 9월 초 사이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열 전망이다.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강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마트노조 관계자들이 홈플러스 이용을 독려하는 장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김선영 기자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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