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도 멋있었는데, 갈 때도 멋있게”…4명 살리고 떠난 50대 미용사

전종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p@mk.co.kr) 2026. 8. 1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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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노숙인과 홀로 사는 노인들의 머리를 다듬어 온 50대 미용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의 장기를 내어주고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머리를 다듬으며 30년을 살아온 이씨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장기를 내어주면서 또 다른 4명의 삶을 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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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미용사로 일한 이금미 씨
10년간 노숙인·독거노인 찾아 미용 봉사
5년 전 다계통 위축증 진단받고 치료
생전 가족과 “마지막엔 장기기증” 약속
심장·폐·간·신장 기증해 4명에게 새 생명
이금미(55)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10년 동안 노숙인과 홀로 사는 노인들의 머리를 다듬어 온 50대 미용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의 장기를 내어주고 세상을 떠났다.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금미(55) 씨는 지난달 21일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폐, 간, 신장을 기증했다.

이씨는 지난달 12일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호흡 곤란을 겪다가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씨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약 5년 전이었다. 두통과 어지럼증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가 ‘다계통 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다계통 위축증은 뇌와 신경계의 여러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하지만 병을 앓으면서도 이씨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낼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언니와 “마지막 순간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일이 무엇일까”를 이야기하다 서로 장기기증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씨는 생전에도 가족에게 여러 차례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결국 가족들은 뇌사 판정을 받은 이씨의 뜻을 존중해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이씨는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20대 초반부터 약 30년간 미용사로 일했다. 우연히 시작한 미용 일이 적성에 맞아 오랫동안 자신의 일을 이어갔다. 직접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대학원에 다니는 등 배움에도 적극적이었다.

무엇보다 이씨에게 미용 기술은 생업에만 쓰이지 않았다. 그는 지인들과 함께 약 10년 동안 노숙인과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머리를 손질해줬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이어갔다.

평소 성격도 활달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고 쉬는 날이면 골프와 등산을 즐겼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각별히 여겨 언니와 함께 산에 오르거나 먼저 가족 식사를 제안하곤 했다고 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머리를 다듬으며 30년을 살아온 이씨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장기를 내어주면서 또 다른 4명의 삶을 이어줬다.

이씨의 언니는 “친구들이 동생을 두고 ‘살아 있을 때도 멋있었는데, 갈 때도 멋있게 떠났다’고 한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동생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에서는 “장례를 마친 날 하늘에 뜬 큰 무지개를 보며 동생이 잘 떠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잘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30년간 미용사로 일하며 이웃을 도운 이금미 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라며 “고인의 뜻을 존중해 어려운 결정을 해 주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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