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적 없는 시어머니 차례상 차려준 효성 깊은 며느리[고맙습니다]

2026. 8. 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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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는 단순히 남편 따라 죽은 여인만을 뜻하지 않는다. 조선 시대에는 남편에 대한 절개와 시부모를 향한 효성, 집안을 올곧게 지켜온 덕행을 갖춘 여인을 열녀라 일컬었다. 열녀문은 그러한 여인의 삶을 기리는 표식이다. 열녀문은 한 여인의 정절과 헌신을 기리는 상징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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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나의 아내(김은숙)
지난 2019년 아내(오른쪽)와 내가 함께 찍은 사진.

열녀는 단순히 남편 따라 죽은 여인만을 뜻하지 않는다. 효성이 깊은 며느리도 포함된다. 조선 시대에는 남편에 대한 절개와 시부모를 향한 효성, 집안을 올곧게 지켜온 덕행을 갖춘 여인을 열녀라 일컬었다. 열녀문은 그러한 여인의 삶을 기리는 표식이다. 누군가의 아내였고, 누군가의 며느리였으며, 한 집안을 묵묵히 지켜온 사람, 그러나 그들의 삶은 말로만 전해졌을 뿐, 오늘날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또렷하게 남아 있지 않은 듯하다. 사람들은 열녀문을 과거의 유물로만 여기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그런 열녀는 여전히 많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열녀문은 한 여인의 정절과 헌신을 기리는 상징이 아니었을까.

시집오기 전 시어머니의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이 남편과 가족의 이야기로만 시어머니를 알았던 내 아내, 몇 해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족회의 끝에 집안이 기독교인 만큼 차례 대신 기독교식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형제들이 각기 다른 지역에 살다 보니 한자리에 모이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내는 얼굴조차 뵙지 못한 시어머니의 기일과 추석, 설이 다가오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정성껏 과일을 준비하고, 생전에 좋아하셨을 것 같은 막걸리까지 올려놓는다. 혹시라도 시어머니께서 잠시 다녀가시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정갈하게 차려 놓은 그 차례상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아내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효심을 본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난 미안해서일까, 아니면 고마워서일까, 어머니는 살아생전 술을 못 드셨다고 하자, 가실 때 목이 마르실까 해서 준비를 한 거라 한다. 시어머니가 잠시라도 오시기를 기다리듯 정성스레 차려 놓은 차례상을 나는 바라보고 있다. 저 모습이 천사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어머니께서는 잠시라도 다녀가셔서 며느리가 정성껏 차린 음식을 맛있게 드시고 돌아가셨으리라 믿는다. 살아생전 남편과 자식들에게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여인의 정성으로 모두 풀고 편안한 곳으로 가셨으리라 믿는다.

보고 싶지만 어쩌겠는가. 이 좋은 세상, 이토록 착한 며느리와 하루만이라도 더 함께하시지, 무엇이 그리 급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생전 어머니께서는 내게 “셋째 며느리를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가장 아쉽다. 아무 조건 없이 아끼고 사랑해 주어라”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몸이 편찮아 오래 사실 수 없다는 것을 아셨기에 더욱 그러셨으리라 알고 있었다.

아내는 연애 시절 맹장으로 인한 복막염을 앓았고, 결혼 후에는 임신 초기 양수가 터져 다섯 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아이를 잃었다. 이후 유방암 수술까지 견디며 숱한 고비를 이겨 냈다. 그 모든 시간을 묵묵히 견뎌 준 아내에게 나는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그럴 때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 주고 계신 것은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내 휴대전화에는 아내의 이름 대신 ‘고마워요’라고 저장되어 있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그 이름을 보며 평생 잊지 말아야 할 감사와 사랑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긴다. 이 모든 상황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늘 곁에 함께하시질 않았나 생각하기도 했다. 착한 사람이다.

오늘도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린다. 그 이름을 보며 나는 또 감사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는다. 전화 목소리는 늘 따뜻하고 존대의 통화를 한다.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김상철(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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